80년대 초 가상현실(Virtual Reality)이라는 말을 유행시킨 재론 레니어는 실리콘밸리의 1세대 비저너리에 속한다. 그가 You are not a gadget이라는 책을 냈다.웹2.0와 소셜미디어 시대를 받치고 있는 커뮤니케이션 테크놀로지에 대한 인문학적 비평서라고나 할까?

80년대 재론 레니어는 디지털 혁명에 대한 낙관론자였다. 인터넷에서 창의력이 넘쳐나리라 여겼다. 20여년이 흐른 지금 그는 Web2.0로 대변되는 오늘날 웹이 잘못 디자인되었고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는 구글같은 기계적 aggregator가 창의적인 사람 개개인들을 대체함으로써, 알고리듬과 기계적 언어가 작가, 예술가를 대체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그의 표현에 따르면 middle class를 죽이고 있다고 한다).
또 집단지성의 이름으로 웹2.0가 저지른 집합주의가 개개인의 독특한 목소리를 죽였고, 반지성 흐름을 낳았다고 주장한다. 예를 들어 재론 레니어에 대해 검색해보라. 사람들은 맨 위에 위키피디어 엔트리를 발견하고 그것만 볼 것이다. 결국 재론 레니어에 대해 멋진 프로파일링을 한 The New Yorker의 기사등은 이제 누구의 주목도 받지 못한다.
아마존 2010년 1월의 책으로 선정되어 가진 인터뷰에서, 재론 레니어는 이렇게 말한다.
“집합적(혹은 집단의) 목소리는 역사를 왜곡할 수 있어요. 소수의 관점들에 해를 입히고 해석의 예술을 굳게 만들어 버리죠.” 그는 ‘집단’의 이름을 예찬하면서 (창의적인) 개인보다 군중을 숭배하는 웹2.0 기업가들은 진짜 인터넷 혁명의 꿈을 앗아간 ‘디지털 마오이스트’라고 주장한다. 결국 이들이 주창하는 이른바 웹2.0가치들(매쉬업, 오픈 엑세스, 소셜네티워킹등)들은 재론 레니어에게는 인간과 인류의 깊은 가치와 의미를 퇴색시키는 홍위병으로 보이는 것이다. 또 집단지성이 과대포장되어 있다고 주장한다. 그는 집단지성이 UNIX를 copy할 수는 있어도 아이폰을 만들 수는 없다고 주장한다.
집단지성의 신봉자이건 아니면 웹2.0비즈니스의 냉혹한 비평자이건, 이 책을 읽는 동안 당신은 인터넷 혁명의 진정한 목표점은 ‘사람’을 세우고 사람과 사람의 ‘관계’를 더 평등하게 이어주는 것이라는 것에는 이의가 없을 것이다. 물론 웹2.0 주창자들은 웹2.0 세계에서는 개인이 정보나 뉴스의 수동적 소비자가 아니라, 능동적 토론자로 자리매김할 것이라면서 휴먼테크놀로지로 진화하는 웹을 강조했다. 하지만 재론 레니어는 웹2.0으로 개별 목소리와 글이 집합적 산출물로 뭉뚱그려진 세상에선, 한 개인이 개인으로 대접을 받으려면 먼저 이 ‘군중의 떼’에서 돋보이려는 온갖 노력을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책은 나오기도 전에 미국의 웹2.0신봉자들에게 집단 다구리를 당했다. Slashdot에 간략한 요약이 올라가자 사람들은 책이 아닌 요약을 보고 집단린치를 가했다고 한다. 웹2.0 세상에서는 책에 대한 평가도 이제 매쉬업처럼 이사람 저사람 리뷰를 엮어 한페이지 정도의 짬뽕책을 만든 후 거기에 대해 논하는 식으로 바뀐 것이다. 이 점에서는 재론 레니어가 말한대로 웹2.0 세상에는 확실히 ‘반지성적 집단주의’가 존재한다.
하지만 이 책을 리뷰한 글을 WSJ에 투고했던 글렌 레이놀드는 재론 레니어가 개인들이 각자 HTML 배워서 혹은 웹페이지 제작 도구 사용해 홈페이지 만들던 시절을 그리워하는 것 같다고 살짝 꼬집는다. 아무래도 레니어는 개인화된 웹페이지 시대에 살던 자유롭고 창의적인 개인들이 이젠 거대자본이 세워놓은 정형화된 포맷안에 갇혀 있는 것을 보는 것이 몹시 불편한 모양이다. 레니어의 이런 불편함에 대한 글렌 레이놀드의 비판이 날카롭다.
“(페이스북이나 트위터등이 가져온) 새로운 선택들이 심미적 관점에서는 (웹1.0시대에 잘 만들어진 개인 웹페이지보다는) 덜 세련됐다고 해도, 수억명의 사람들이 10년 전에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방식으로 자신들을 표현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재론 레니어가 그리워하는) 1990년대의 개인 홈페이지는 이제 되돌릴만한 아무런 가치가 없습니다. 클립아트 복엽기가 견인하면서 스크린을 따라 깜빡거리는 배너를 다시 못본다고 해도 나는 아무렇지도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