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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ne 18, 2005
정동영 장관은 지금 블로그를 써야 한다
결론부터 말하고 시작하자. 정동영 장관은 이제 블로그를 써야 한다. 이건 천하장사전에 나가기 위해 백두장사판에서 김근태 장관과 샅바를 팽팽하게 당기고 있는 정동영 선수를 위한 정치 컨설팅이 아니다. 서운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정치 9단" 선수들을 모두 집결시켜 계략을 짠다해도 정장관이 다음 타이틀 매치에서 "아부지의 이름으로"를 누를 가능성은 제로다.
그럼 정장관은 왜 블로그를 써야 하는가? 바로 북핵 문제를 둘러싸고 한반도의 위기가 고조되는 상황에서 많은 사람들이 정장관의 생각과 해법, 그리고 그가 하고 있는 노력들을 직접 듣고 싶기 때문이다. (보수) 언론이 생산하는 정장관에 관한 기사는 대부분 게임의 법칙에 맞춰져 있다. 어찌나 잘 알려진 게임인지라 김정일 위원장조차 "젊었을 때부터 봤는데 잘 생긴 얼굴인데 (요즘) 얼굴을 계속 찡그리고 있다. 그런데 오늘은 왜 이렇게 얼굴이 좋은지 모르겠다"고 '조크'를 던졌다고 하지 않는가? 경마식 보도를 하는 기자들에게는 맨날 들여다봐도 해법이 나오지 않는 북핵문제를 장황하게 거론하는 것보다, 정장관이 기분이 좋아 연거푸 세차례 건배를 청했다는 일화가 뉴스가치가 더 크다.
물론 기자들하고 연거푸 세차례 건배를 돌리며 승리의 축배를 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처럼 많은 사람들의 시선이 모아지고 있는 면담을 마치고 블로그같은 이야기 매체를 통해 김정일 위원장과 면담에서 느낀 점과 성과, 향후 비전, 그리고 뒷이야기들을 1인칭 화자의 목소리로 들려줬더라면 기자들이 말하는 진짜 대박을 터뜨리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특히 이번 김정일 위원장과의 면담은 세상에 정말 깜짝 놀랄 이야기들을 많이 전해 주었다. "그럼 부쉬 대통령 각하라고 할까요"라든지, "양식 먹고 양주 먹고, 양복 입으면서도 꼭 미국"놈"이라고 해야 하냐"는 김정일 위원장의 말을 통해 아마 많은 사람들이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한 페리페테이아(Peripeteia)의 자극을 느꼈을 지 모른다.
정장관이 블로그를 써야 하는 이유는 그의 경험이라는 것이 경합이 불가능하고 (nonrivalrous) 배제가 가능한 (excludable) 공용재(commons)의 영역에 들어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우리가 삼성 공화국 시대에 살고 있다고는 하지만, 이건희 회장도 이 영역에서만큼은 정장관과 경합이 불가능하며 배제될 수 밖에 없다. 물론 프랑스 스키장 슬로프 3개를 몽땅 전세내놓고 나홀로 스키를 즐기는 이회장의 경험도 비경합적 완전 배재적이긴 하지만, 이회장의 나홀로 스키 이야기를 듣고 싶어하는 국민들은 그렇게 많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정장관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하는 사람들은 많다. 인기가 많아서가 아니고 그의 이야기와 에피소딕 기억은 나라의 앞날에 어떤 식으로든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수많은 통일부 장관이 있었지만, 정동영 통일부 장관의 시대가 주는 의미는 약간 느낌이 다르다. 실세 장관이라는 명함때문만은 아니다. 바로 역사적으로 중요한 현장에서 그는 생생한 자기 목소리를 들려 주었기 때문이다. 방송 기자, 방송 앵커 출신으로서의 강점이기도 하다. 하지만 인터넷 시대, 특히 블로그 시대에는 그 이야기가 텍스트를 타고 전해진다. 그 텍스트는 그냥 무미건조한 글자들의 조합이 아니고, 바로 시공간속에 살아 움직이는 1인칭 화자의 뚜렷한 목소리다. 북한 김정일 위원장 면담 후에 우리가 정작 듣고 싶은 이야기는 "정장관은 김정일 위원장과의 회담 이후 가진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주재하고 정 장관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면담 후속조치 등을 논의했다"같이 매체를 통해 전해오는 별 의미없는 이야기가 아니다. 김위원장과의 회담 때 했다던 "화상을 통한 이산가족 면담"같은 생각등도 블로그를 통해 좀 더 구체적으로 이야기해보고 반응을 들어볼 수도 있지 않을까?
어쨌건 정동영 장관은 나중에 백만달러짜리 기억을 팔기 위한 목적이 아니라면 블로그를 통해 유목민같이 빨리 전하고 움직이며 공감대를 이루는 열성적 통일 운동을 해야 할 것이다.
Posted by gatorlog at June 18, 2005 03:33 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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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일성(金日成) 주석 때 연극ㆍ연예 등 선전 업무에 치중한 때문인지 자신이 연출가로서 극적 효과를 통해 관중에게 서스펜스를 유지하려 한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Posted by: 아거 at June 21, 2005 09:00 AM
정동영은 프로 언론인 출신인지라 블로그와 같은 일인 미디어를 싫어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블로그를 쓰느니 차라리 티비나 언론한번 더 타는게 낫다고 여기고 있지 않을까요?(정동영씨에 대해선 전혀 모르는 편견 가득한 추측입니다^^)
Posted by: link at June 24, 2005 04:46 AM
필요하고 그게 주류라고 생각하면 쓰겠지요.
아직은 때가 아니라고 봅니다.
우리나라는 대중매체를 타면 무조건 국회의원되는
이른바 대발이 신드롬 시대가 끝나지 않은 상태입니다.
정치인들이 블로그와 같은 narrative를 통한
인간적 커뮤니케이션(human communication)을 통한
유권자 접촉을 할 이유가 없는 거지요.
누구보다 바쁠 정장관이 블로그를 통해서
정말 진솔하게 자신을 드러내고,
자기 견해를 들려주고, 통일에 대한 비전과 정책을
국민과 함께 공유한다면
정말 존경받는 정치인이 될 것입니다.
갈수록 쇼맨쉽만 늘어나고, 잔머리로 하는 정치를 하려는
그의 모습에서 상당히 실망이 큽니다.
Posted by: 아거 at June 24, 2005 02:02 P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