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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ne 03, 2005

타블로이드 블로그 (타블로그)에 대한 우려

실직하거나 반쯤 실직한 마케팅 및 홍보 컨설턴트들이 워낙 설쳐댄 탓인지 (?) 아니면 서부개척 정신의 연장에서 사이버 시장을 개척하는 건지 몰라도, 미국의 블로그계는 점점 혼탁해지고 있다. Gawker계의 Fleshbot같은 노골적인 타블로이드형 블로그도 있지만, 블로거들에게 맥주값 안겨주는 구글의 에드센스만 해도 블로그를 대하는 블로거의 마음을 싱숭생숭하게 만든다. 최근에는 캐나다 출신의 벤춰 자금이 트래픽이 많은 블로거들에게 월 800달러씩을 주고 자신들이 후원하는 상품에 대해 코멘트를 적어달라는 이른바 Marqui라는 사업체를 벌였다. 이들은 CMS(content management system)이라고 듣기 좋게 이름붙였지만, 결국은 구글 주스를 얻기 위해 인위적으로 내용을 조작하는 Content Manipulation System에 불과하다. (Marqui와 블로그 윤리에 대해서는 OJR: The cost of ethics: Influence peddling in the blogospher 참조).

하지만 좋다. 대중적인 블로그를 쓰는 사람들은 누구나 어떤 목적 의식을 가지고 블로그를 기록한다. 그게 돈과 직접 결부되지 않는다고 해도, 궁극적으로 대중적인 블로그를 쓰는 사람들은 평판(reputation)을 먹고 사는 사람들이다. 보수적인 저널리스트지만 블로그에 대해서는 상당히 날카로운 통찰력을 보여준 페기 누난(Peggy Noonan)이 일전에 쓴 블로그 에세이의 한대목이다.

그것은 지적 거래이다. 블로거는 당신에게 정보와 관점을 준다. 그 댓가로 당신은 그 블로거들에게 당신의 주목과 지적 열정을 바치는 것이다. 당신의 시선을 끌 때 그들은 영향력을 얻는다; 당신은 당신의 눈을 빌려줌으로써 정보를 얻는다. 그들은 유명해지고 영향력을 갖게 된다; 당신은 즐거움을 얻고 정보를 얻는다. 그들은 이를 통해 뭔가를 얻고 당신 역시 뭔가를 얻는다.

그리고 높은 평판은 궁극적으로는 그 개인 혹은 조직에게 경제적 이익을 안겨주는 경우가 허다하다. 책을 더 많이 팔건, 프로젝트를 더 많이 수주하건, 컨설팅을 더 많이 따내건, 좀 더 나은 직장으로 옮기건, 선거에 이기건, 회사 홍보를 더 잘하건, 또는 광고를 더 많이 따내는 등이다. 그게 아니면 뭔가 정신적 해방구라도 될 듯 하다. 이명헌씨가 "영어권 싸이트를 읽다 보면 이런 내용이 공개되어 있다는 게 정말 놀랍다 싶을 정도로 심도 있는 양질의 컨텐트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훨씬 높다" [via Likejazz]고 했는데, 이는 미국 사람들이 우리나라 사람들보다 가지고 있는 정보를 사회와 사이좋게 나눠가지려는 마음이 더 강하기 때문은 절대 아니다. 오히려 이들은 평판이라든지 신뢰(trust)라든지 하는 눈에 잘 보이지 않고 잡히지도 않는 가치들 (intangible values)이 어떻게 자신들에게 궁극적인 수혜를 안겨주는가를 잘 아는 그야말로 마케팅의 귀재들이기 때문이다.

사실 개인적으로 Gawker 미디어계의 상업 블로그들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리고 (재밌다고 생각은 하지만) 너무나 대중적인 보잉 보잉같은 블로그도 읽지 않는다. 왜 닉 덴튼같은 사람에게 삐딱한지 내 마음 나도 잘 몰랐다. 나는 블로그로 돈을 못버는데, 그 사람은 블로그 기업을 세워 배가 아파 그럴까? 그런데 Lessig의 "of amateur journalists, and professional trolls"이란 글을 읽다보니 바로 내가 왜 상업 블로그에 삐딱한지 알게 되었다. 기회있을 때마다 나는 블로그의 두가지 필수 요건으로 "게이트키핑이나 편집을 거치지 않는 아마추어들의 글"이라는 점과 "개성과 의견(관점)이 담긴 명확히 구분되는 사람의 목소리(discernible human voice)"를 꼽아왔다. 이런 점에서 유명 매체에 몸담고 있는 기자라도 편집국에 넘기는 기사가 아니고 자신의 블로그에 누군가의 간섭을 받지 않고 글을 올릴 때는 '어느 블로거'가 된다. 그리고 그 아마추어 정신의 요체는 바로 "진실의 추구"이다. Lessig의 말을 들어보자.

아마추어의 덕목이 진실 혹은 진리의 추구라면, 그 덕목은 광고 수입을 벌기 위한 욕구와 마찰을 빚을 수 있다.

앞에서 돈을 직접 목적하지 않는 블로거라도 결국은 평판이 올라감으로써도 뭔가 얻는 이익이 있을 수 있다고 했기 때문에, 순수하게 돈을 밝히는 타블로이드형 블로그를 매도할 수 없다는 반론이 생길 수 있다. 하지만 평판을 얻기 위한 노력과 돈을 벌기 위한 노력간에는 상당히 큰 간극이 존재한다. 평판을 얻기 위해서는 최소한 "진실"을 가장하거나 추구하는 척이라도 해야 한다. 그 진실은 물론 그 블로그에게만 통하는 지극히 편협하고 주관적 진실이더라도 말이다. 돈을 벌기 위해서는 시선을 끄는 일이라면 뭐든지 한다는 점이다. 레식의 말을 들어보자.

영국식 타블로이드가 신문을 팔기 위해 진실에 대해서는 조금도 신경을 쓰지 않듯이, 상업적 블로그-로이드(주: 타블로이드에 견주어 blogloid라고 함> 개인적으로는 타블로그로 부르고 싶다) 역시 시선을 잡기 위한 노력 과정에서 진실은 신경쓰지 않는다.

그러면 이런 의문이 생긴다. 아니 누가 와서 보란 것도 아니고 누구나 말할 자유가 있는데, 하드코어를 팔든, 레이싱 걸을 올리건, 연예인 가쉽을 팔든 어떠하리? 안보면 될 것 아닌감? 맞는 말이다. 하지만 악정보가 양질의 정보를 구축해버린 디지털 그레샴 법칙의 시대에 블로그계 마저 타블로그가 진짜 블로그를 대체하는 날이 온다면 우리가 얻는 손실은 여간 큰게 아닐 것이다. 지금이나 몇 십년 후에나 블로그가 타블로이드적 가치에 밀리지 않고 건재하기를 바라는 소박한 마음이다.

Posted by gatorlog at June 3, 2005 04:22 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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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정말 명쾌하고 핵심을 찌르는 정리입니다.

진리는 단지 사실을 그대로 전달하는 것만을 뜻하는 것이 아니죠. 단지 사실을 전달만 하는 것이라면 얼마나 쉽겠습니까. 문제는 그 사실을 통해 이끌어야 하는 방향이죠. 그 방향을 올바르게 잡는 것은 정말 너무나 힘든 일입니다. 대개의 경우 올바른 방향과 돈은 같은 길로 겹치는 경우보다 갈림길인 경우가 많거든요.

결국 저 또한 한 쪽에서는 사실만을(물론 거짓과 왜곡은 없습니다) 다른 한 쪽에서는 진리를 추구함으로써 타협을 이루고 있는 상황입니다. 늘 성인처럼 살 수는 없으니 절반이라도 좋은 일 해서 면피거리를 만들자는 것이죠.
한편으로는 진리를 추구하면서 돈을 벌 수 있는 길을 찾기 위해 무던히 애를 쓰고 있는 중이기도 하고요. ^^;

Posted by: 김중태 at June 3, 2005 10:09 PM

김중태님/ 아무리 애를 쓰셔도 안됩니다. 이미 김중태님께서는 우리나라 최초의 타블로그로 기록되는 블로그 강호의 편집장이십니다. 사이즈와 표지 모델 모두 타블로이드판 블로그의 요건을 충족합니다. ^ ^

Posted by: 아거 at June 4, 2005 04:32 AM

글쎄... 그래서... 중단했다가... 음음... 타인명의로 어찌 해보려다가... 음음...
에라 모르겠다. 더 화끈하게 하기로 결정했다는 소문이 있습니다.
음음...진리 추구 포기하고, 돈이나 벌어야겠습니다. ^^;

Posted by: 김중태 at June 4, 2005 09:57 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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