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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y 10, 2005

Current TV와 앨 고어 세대 (Al Gore Generation): 방송 뉴스의 미래 2

미디어 재벌 루퍼트 머독은 금년 4월 미국 신문 편집인회 초청 연설에서 디지털 시대 신문 산업의 생존 전략을 이야기하면서 특이한 해법을 제시했다. 자신을 디지털 이민자(digital immigrant)라고 밝히면서 자신처럼 디지털 시대에 소비자들의 뉴스 수용에 관심있는 사람들은 먼저 젊은 세대들이 뉴스를 수용하는 방식을 알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18-34세 사이의 미국 젊은 세대들이 신문을 읽지 않을 뿐만 아니라 신문을 신뢰하지도 않고 유용한 정보를 얻는 매체로도 꼽지 않는다는 수치를 언급하면서, 머독은 그렇다고 이런 경향이 젊은 세대가 뉴스를 소비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보고 있다. 이들 젊은 세대를 "뉴스 매체에 지배당하는 것을 원하지 않고 오히려 매체를 지배하기를 원하는 세대"로 규정하는 머독은 젊은 세대들이 뉴스를 안보는 게 아니라 자신들이 원하는 뉴스를 주문해서 수도 없이 이를 업데이트하는 적극적 수용자임을 강조했다. 블로그의 예를 들면서 머독은 이들 젊은 세대들은 어떤 사건이 일어났는가보다는 왜 그 사건이 일어났는가에 대한 독특한 관점을 듣고 싶어한다면서, 젊은 세대가 원하는 뉴스가 무엇인지를 다음과 같이 정의한다.

"젊은 세대들이 원하는 뉴스는 그들에게 개인적으로 다가오는 뉴스, 그들의 삶에 영향을 주는 뉴스이다. 그들은 중동의 갈등이 미 대통령 선거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보다는 그로 인해 주유소 앞에서 기름을 넣을 때처럼 그들의 삶에 구체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에 더 관심있어 한다. 그들은 테러 뉴스 자체가 아니라, 테러가 발생해서 지하철을 타고 갈 때 어떤 일이 일어날 수 있는가를 알고 싶어하고 그들이 이라크에 파병될 가능성을 듣고 싶어한다.[...] 그 다음에는 그들이 찾은 정보를 더 큰 커뮤니티안에서 이야기하고 논쟁하고 싶어한다. 더 나아가 그 공간에서 그들과 같은 방식으로 때론 다른 방식으로 사고하는 사람들을 만나보고 싶어한다"

종이 신문의 미래를 이야기하는데 머독이 젊은 세대들의 매체 이용 패턴을 강조한 이유는 바로 이들을 통해 향후 100% 디지털 세대들의 뉴스 수용과 소비 패턴을 예측하고 이에 대처하라는 주문을 내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은 머독뿐만이 아니다. 정보고속도로론을 주창하면서 미국 인터넷 보급과 확산에 큰 업적을 남겼던 앨 고어 부통령도 루퍼트 머독과 비슷한 생각을 했던 모양이다. Current TV라는 브랜드명을 달고 금년 8월에 공식 출범한 앨 고어의 방송은 미국은 물론이고 국내에서도 아직 잘 알려지지 않은 새로운 형태의 케이블 및 위성 방송이다. 사실 작년 4월 경 미국 자유 (liberal) 진영은 블로그와 라디오의 결합인 Majority Report등을 탑재한 AM 라디오 방송 채널인 에어 아메리카(Air America)의 출범에 기대를 걸고 있었다. 물론 지금까지 생존은 하고 있지만, 미국 FM 라디오 토크쇼 채널은 모두 우익 보수파들이 장악하고 있기에 에어 어메리카의 블로그 방송은 FM 신디케이트망을 통해서는 들리지 않는다. Air America가 어려운 재정속에서도 생존 가능성을 보여주던 당시, 또 한편에서는 비운의 대통령 후보 앨 고어가 우익 보수적인 케이블 뉴스 채널 Fox News가 내뿜는 이데올로기적 독극물을 해독하는 역할을 해 줄 자유(liberal) 진영의 새로운 케이블 방송을 준비중이라는 소문이 뉴욕타임스등을 타고 모락모락 피어나기 시작했다.

미국의 컨텐츠 산업은 막대한 자금줄을 바탕으로 치밀한 시장 분석을 통해 창출된다. 결국 소문대로 앨 고어가 방송 사업에 손을 댄 것은 맞지만, 1년여에 걸친 기획과 시장 조사 끝에 앨 고어 팀이 들고 나온 방송은 팍스 뉴스에 맞서는 리버럴 진영의 해독제도 아니고, 그렇다고 미국 방송 시장에서 완전히 왕따가 된 리버럴 진영의 이데올로기적 해방구도 아니었다. 미국 방송계에 정통한 사람들이 (백인 보수층이 사회경제적 주류인 미국 사회에서) "리버럴 시청자를 위한 시장은 없다"면서 고어의 애초 계획을 접으라고 설득했다고 한다.

결국 4월 15일 뉴욕 공영 라디오 방송(NPR)의 On The Media (mp3 파일) 인터뷰를 통해 이 회사의 목표 수용자가 분명해졌다. 루퍼트 머독이 강조했던 18세에서 34세의 젊은 층이다. NPR의 On The Media 인터뷰를 통해 알 수 있는 이들의 기획 목표는 "MTV 뮤직 비디오 형태의 비디오 뉴스"이다. 다시 말해 MTV의 뮤직 비디오 자리에 젊은 세대에 초점을 맞춘(of), 젊은 세대를 위한(for), 젊은 세대가 만드는(by) 아마추어 비디오 뉴스가 들어가는 것이다. 뉴스의 생산 주체는 바로 뉴스의 소비주체인 젊은 세대들이며, 이들이 미니 DV (6미리 캠코더)를 통해 생산한 짧은 비디오 뉴스 클립들은 current TV 웹 사이트에 올려지고 rss피드를 통해 우선 배포되며, 소비자들의 평가(rating)를 반영해 보도의 우선권을 얻게 된다. 결국 현재 요즘 나와 있는 모든 가능한 테크놀로지를 모두 결합해서, 젊은 세대들이 뉴스를 가지고 놀 수 있는 환경만 제공하는 셈이다.

방송 출범 전에 current TV 홈페이지에 올라왔던 비디오 뉴스 클립들은 이런 제작방향에 잘 들어맞는 뉴스의 전형들을 보여준다. 그 중 하나는 얼마 전 화제가 되었던 패리스 힐튼 휴대폰 해킹 사건을 바탕으로 휴대폰의 프라이버시에 대해 취재를 했는데 예전에 네트워크들이 생산하던 뉴스의 개념에서 완전히 일탈해 있다. 빠른 장면 전환과 경쾌한 배경 음악속에 선글래스를 쓴 멋진 청년(뉴스 제작자)이 BMW를 타고 야자수가 우거진 거리를 운전해 가면서 이야기를 풀어가는 이 비디오 뉴스 클립은 마치 최근 MTV의 뮤직 비디오를 보는 듯 한 착각에 빠지게 한다. 다만 MTV가 미국 십대들의 자유분방한 사생활을 엿보는 편성을 하는 반면, 앨 고어 세대(Al Gore Generation)창출을 꿈꾸는 Current TV는 젊은 세대들 감각으로 세상을 해석하는 이른바 시티즌 저널리즘을 권장하는 편성에 초점을 맞춘다는 계획이다.

머독이 지적한대로 젊은 세대에게는 "패리스 힐튼 휴대폰 해킹 사건" 자체가 중요한게 아니라, 그게 왜 일어났고 그게 우리의 일상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를 토론하는게 더 중요하다. 웹 발전 초기에는 게시판이 이런 역할을 했지만, 휴대폰 카메라, 디지털 카메라, 미니 DV 캠코더, 휴대용 mp3플레이어가 젊은 세대들의 필수품으로 되가면서, 디지털 미디어계도 그런 기술력과 젊은 세대들의 뉴스 수용 욕구를 반영하면서 진화하고 있다. 블로그 (blog), 비디오 블로그(Vlog), 파드캐스트(podcast), Current TV 등이 단시간내에 매체 시장의 판도에 지각변동을 몰고 오리라고 보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몇년 전 블로그라는 매체가 등장했을 때 웹에 떠다니는 개인의 공개된 일기장이 결국 방송 매체의 뉴스 생산과 수용 패턴에까지 영향을 가져오리라고 예측했던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마찬가지로 Current TV등장이 지금 당장 방송 뉴스의 생산과정을 혁명적으로 바꿔놓을 것이라고 보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다만 Current TV가 뜬다면 비운의 대통령 후보 Al Gore는 미래의 뉴스 형식에 기념비적인 전환점을 가져온 인물로 기억될 지 모른다.

Posted by gatorlog at May 10, 2005 10:10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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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ator Hyoung - it's good to see you back online! I hope you and your family are all doing very well.

Posted by: dominica [TypeKey Profile Page] at May 12, 2005 09:25 PM

안녕하세요. 저는 남창우라고 합니다. 이글을 위 링크의 유미디어클럽 뉴스레터를 통해 소개하고 싶은데요? 의향이 어떠신지요? 자세한 내용은 제게 이메일 부탁드립니다. umedia(at)umediaclub.com 으로요.

Posted by: whoshe at August 2, 2005 03:32 AM

어떤 식으로 이용하셔도 좋습니다.
연락주셔서 감사합니다.

Posted by: 아거 at August 2, 2005 06:07 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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