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느 블로거의 독백과 방백 블로그(www.gatorlog.com)를 시작하며 | Main | Nick Denton의 상업 블로그에 고용된 블로거들은 얼마씩 받을까? »
May 08, 2005
MSM의 반격과 다시 수면위로 부상한 블로거 윤리 문제
뉴욕타임스 법과 테크놀로지 전문 논설위원인 Adam Cohen이 작심하고 미국 블로그계를 때렸다(backup). 글의 내용에 걸맞게 실명 논설위원의 이름을 걸고 editorial observer라는 특별 의견 기고를 낸 것만 봐도 문제의 심각성을 알 수 있다. Cohen은 "늘상 MSM(mainstream media:주류 매체)을 악마로 만드는 블로그계는 과연 윤리적인 문제가 없는가?"라는 문제를 가지고 화두를 꺼냈다. 흠......아주 심각한 문제제기군...
물론 이 글은 대다수의 아마추어 블로거들을 염두에 쓴 글은 아니다. 공격의 대상은 이미 많은 트래픽을 확보한 상업화된 미국 백인 정치 블로거들과 일부 die-hard blogger들을 염두에 쓴 글이다. 일단 논점을 들어보자.
- 모든 주류 매체는 각 회사 나름대로의 윤리 규정을 따르지만, 무엇이 저널리즘의 윤리인가에 대해서는 일반적인 의견 일치가 있다. 정보는 인쇄되기 전에 미리 사실 관계 확인을 거쳐야 하고 이야기에 거론된 당사자에게는 최소한 그들의 관점을 이야기할 수 있는 기회를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기자는 이해의 상충을 피해야 하고, 상당히 심한 이해 갈등을 겪을 문제에 대해서는 이해관계를 밝혀야 하며, 심지어 이해관계가 얽힌 기자에게 해당 언론사는 기사 취재 및 보도권마저 주지 않는다. 사설과 광고를 구분해야 한다.
- 블로거들은 MSM이 이런 기준에 어긋나는 행동을 했을 때 심한 비난을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일례로 CBS의 명앵커 댄 래더나 CNN 사장이었던 Eason Jordan을 들 수 있다.
- 하지만 (엄격한 rule이 적용되지 않는) 블로그계에서는 댄 래더나 이슨 조단같은 사례가 나오지 않을 것 같다.
- 많은 블로거들은 정보를 확인하는데 별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 공격 대상자를 먼저 접촉하지도 않고 일단 개인적인 공격을 퍼붓는다.
- MSM과는 달리 블로거들은 잘못된 보도를 정정하는 절차가 없고 정정하는 경우도 거의 없다.
- Wonkette같은 널리 읽히는 정치 코멘터리 블로그는 일주일에 한 번씩 사설조의 본문 글 안에 인라인(in-line) 텍스트 광고를 담으로써 사설인지 광고인지 구분이 안가는 경우도 있다.
- MSM의 저널리스트들은 실명아래 기사를 쓴다. 하지만 블로그계의 대부분은 정체를 알 길이 없고, 그들이 특정 장사꾼이나 정치인에 의해 고용된 사람인지 아닌지를 확인할 길이 없다.
- MSM의 윤리 의식을 비판하는 많은 블로거들은 모순된 입장에 놓여 있고, 그들 자신들은 윤리적 기준이 없거나 부족하다.
흠.......많은 블로거들을 자극할 도발적인 글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 도발은 한쪽을 누르기 위한 도발은 아니다. 글의 결론은 이렇게 난다. "블로거들은 '위선적'이라는 혐의를 벗어기 위해 제도화된 윤리 정책이 필요할 지 모른다. 그런데 이런 윤리적 업그레이드가 필요한 진짜 이유는 바로 블로그 자신들을 위해서이다. 바로 이 길만이 블로그가 저널리즘으로 대접받을 수 있는 길이다. 블로그가 독자수나 영향력에서 성장해 감에 따라, 블로거들이 진정으로 미디어를 개혁하길 원한다면 그들 자신들도 개혁 대상에 포함시켜야 함을 인식해야 한다"고 결론을 맺고 있다. 블로거의 입장에서 반박할 것은 하고 비판에 귀기울일 것은 겸허하게 수용해 보자. 일단 위의 MSM에 대한 논의는 미국에 국한지어 생각한다.
우선 블로거들이 정보 확인에 별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다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 블로거들이 정보 확인을 하는 절차는 언론인과 다를 뿐이다. 미국 기자들은 취재원 접촉과 인터뷰 녹음을 통해 정보 확인을 하지만, 취재권이 없는 대부분의 아마추어 블로거들은 이른바 검색이나 다른 출판물을 통한 조사를 통해 정보 확인을 할 뿐이다. 거기다가 (신변잡기를 기술하지 않는 이상) 블로거는 개별적 취재에 의한 정보를 올린가기 보다는 MSM이 생산한 정보를 다시 가공해서 의견을 보태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블로거가 그릇된 정보를 실었다는 것은 많은 경우에 MSM이 그릇된 정보를 공급했다는 셈이 된다. 블로거들은 평판을 먹고 산다. 블로거들이 그릇된 정보, 혹은 왜곡된 정보를 실었다가는 금방 인터넷의 수많은 파수견들에 의해 반격 혹은 비판을 받게 된다. 만약 의도적이고 악의적으로 계속 이런 오보를 만들어내고 사과를 하지 않을 경우에는 그 블로거의 평판은 손상되고 아무도 그 블로거의 글을 읽으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
블로거는 거의 정정을 하지 않는다는 것도 사실과 다르다. 이것도 블로거를 모르고 한 소리다. 엊그저께 또다른 die-hard 블로거인 Dan Gillmor는 애플의 오만함에 대한 문제 제기를 했다. (이야기의 배경은 여길 참조). 이 글에 대해 John Dvorak이라는 블로거는 댄 길모가 실제로 스티브 잡스가 그런 명령을 내린 장본인인지 확인없이 스티브 잡스를 공격했다고 비판했다. 사실 흰사과당의 독특한 체계를 고려할 때 이런 일은 당수의 명령에 의해 일어났다는 정황적 판단은 충분하지만, 댄 길모는 글의 서두를 수정함은 물론이고 update를 통해 "나는 스티브 잡스가 이 일을 명령했다는 증거가 없다"고 솔직히 시인했다. 블로거로서 생활을 하다 보면 이런 일이 비일비재하다. 내 경험을 이야기해보자. 일전에 blogosphere: 블로그 광장? 이란 글에서 나는 사실 확인을 하지 않고 blogosphere라는 단어를 blog 와 sphere에서 나온 것으로 유추했으나 뒤이어 달린 가짜 집시님의 코멘트와 트랙백을 통해 어원 유추가 틀렸음을 알게 된 적이 있다. 그 글을 보면 알겠지만, 당연히 나는 글을 수정했고, 틀린 정보에 대해 업데이트를 한 것은 물론이고 지적한 사람의 의견을 받아 들여 이후로 블로그계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 공신력있는 기관이라고 판단해서 잘못된 정보를 사실 확인없이 링크하고도, 뒤에 그게 뻥튀기임을 알고 심리적 불편함을 겪어 다시 비판 글을 올린 적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Adam Cohen의 지적중에 간과할 수 없는 대목이 있다. 의견을 개진하고 주류매체에 보도된 공인을 공격할 때 블로거는 그 공격의 대상에게 먼저 의견을 묻지 않고, 혹은 반론권을 주지 않고 무작정 공격하는 경향이 있다. 반성하자면 나도 요즘말로 "혈기가 왕성할 때"는 특정인에 대한 인신공격을 하던 때가 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내가 비판할 대상을 접촉해서 그들의 의견을 먼저 들어보고 비판하는 태도를 취했더라면 더 나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런 지엽적인 문제들을 떠나 큰 틀에서 논의를 다시 정리해보자. 흔히들 언론을 비판할 때 권언유착과 자본에 종속된 언론을 비판하곤 한다. 시장이 작은 우리나라와는 달리 시장 규모도 크고 1인당 GDP도 높은 미국의 경우, 블로그의 상업화 경향과 홍보성 블로그가 난무하는 현상들은 블로그란 미디어 자체에 대해 종종 회의를 느끼게 하는 요인이다. 우리나라도 언젠가는 이렇게 이윤추구를 위해 뭐든지 하는 블로거들이나 돈을 받고 여론을 가장한 글을 쓰는 직업적 블로거들의 문제가 생기지 말라는 법이 없다. 꼭 그런 경우가 아니더라도 블로거들이 좀 더 책임있는 글을 쓰기 위해 뭔가 생각할 거리를 제공하는 윤리적 규정같은 것을 제정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일례로 현재 창조적 공유재라든가, 정보공유라이선스 같은 장치와 비슷하게 윤리 규정에 대한 확인과 자발적 실천 의지를 담아내는 안을 만들고 이를 심볼화하는 방식을 고려할 수 있다. 블로거의 윤리 의식 고취와 자정을 위한 제도적 작업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고 본다. 물론 장기적으로 블로그의 윤리의식뿐만 아니라 블로거의 권익을 대변할 제도적 장치도 마련되야 한다고 본다. 무슨 연합, 협회 잘 만드는 우리나라 사람들인데, 왜 "전블연" 이런 조직은 안 생기는 걸까?
Posted by gatorlog at May 8, 2005 08:44 AM
Trackback Pings
TrackBack스팸 피해때문에 트랙백 닫았습니다
http://gatorlog.com/mt/mt-tb.cgi/2173
Listed below are links to weblogs that reference MSM의 반격과 다시 수면위로 부상한 블로거 윤리 문제:
» 전블연 from Conan Record Cast
GatorLog: MSM의 반격과 다시 수면위로 부상한 블로거 윤리 문제무슨 연합, 협회 잘 만드는 우리나라 사람들인데, 왜 "전블연" 이런 조직은 안 생기는 걸까?물론 농담이시겠지만~
다양한 가치관... [Read More]
Tracked on May 9, 2005 05:44 AM
» 블로거들에게 윤리적 조세를 과하지 말라! (by Posner) from GatorLog: A Blogger's Monologue
현존하는 블로거들 중 가장 고령이면서 수준높은 토론을 전개하는 Becker-Posner 블로그의 포스너 법관이 블로그계를 비판하는 주류 매체 반블로그 저널리스트들의 블로그 비판에 대해 장문의 ... [Read More]
Tracked on May 27, 2005 12:36 AM
코멘트 스팸 피해때문에 코멘트 닫았습니다
Posted by: gator
at May 22, 2005 10:55 P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