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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ril 24, 2005
가짜 블로그 (Flog), 무엇이 문제인가?
현재 미국 블로그계에서 이른바 비즈니스(마케팅) 커뮤니케이션, 혹은 public relations에 종사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이른바 가짜 블로그 (Fake Blog) 혹은 Flog에 대한 이야기들이 많습니다. 마치 블로그 초창기에 익명, 필명의 블로그에 대한 논의가 나올 수밖에 없던 것처럼, 이제 블로그를 장사 수단으로 활용하려는 사람들과 블로그를 꾸려 아예 돈을 벌겠다는 각오를 다지는 사람들이 많이 나오면서 가짜 블로그 문제가 대두되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하다고 봅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필명의 블로그는 문제가 없고 권장되기도 하지만, 가짜 블로그는 문제가 많습니다.
우선 가짜 블로그의 정의부터 하고 들어가겠습니다. 비즈니스윅은 flog(s)란 "회사의 제품이나 서비스 혹은 브랜드를 판촉할 목적으로 회사의 마케팅 부서에서 만든 블로그(들)"이라고 정의해놓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예로 꼽히는게 바로 맥도널드가 수퍼볼 광고후에 이른바 입소문을 내기 위해 만들었던 The Lincoln Fry Blog입니다. 링컨 대통령을 닮은 프렌치 프라이를 발견했다는 내용만 주로 올리는 이 가짜 블로그는 심지어 수백통의 코멘트도 가짜로 달아놓았는데 블로그계의 레이더망에 걸려 여지없이 망신을 당한 케이스입니다.
최근에는 이른바 캐릭터 블로그(character blogs)라고 해서 럼(Rum)주 회사의 Captain Morgan블로그가 이런 가짜 이벤트와 가짜 코멘트로 마케팅 유행어(buzz)만들기를 꾀한다고 알려졌습니다. 이런 flog를 만들어내는 것도 자유지만, 과연 이들이 원하는 목표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서는 상당히 회의적인 생각입니다. 일단 가짜 블로그 혹은 캐릭터 블로그를 만드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막연히 블로그가 뜨니까 마케팅 하는 사람들이 덩달아 이 악단차(bandwagon)에 올라탄다고 한다면 이야기가 재미없지요? "블로그가 마케팅의 새로운 도구이다"라는 것은 현재 미국에서 테크놀로지 PR 혹은 비즈니스 커뮤니케이션 컨설팅하는 사람들이 퍼뜨리는 화두입니다. 물론 틀린 말은 아니죠. 그렇다면 왜 마케팅의 도구가 되는가를 설명해야 하는게 바로 제가 할 일 같습니다. 저는 이걸 블로그의 특성때문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그리고 패러다임의 전환이다라고 보고 있지요. 그 패러다임은 "광고에 의한 설득"에서 "이야기를 통한 설득"으로의 전환입니다. 한동안 소비자나 유권자 설득을 꾀하는 사람들이 즐겨 쓰던 커뮤니케이션은 이른바 30초 광고였습니다. 설득 연구하던 사람들이 처음부터 30초 광고를 연구하지는 않았습니다. 미국에서 일찌기 설득적 커뮤니케이션이라는 분야에 획을 그은 연구들을 했던 호블랜드 박사가 이끌던 예일 대학의 심리학팀이 처음 연구한 것은 30초 광고가 아니라, 영화였습니다. 영화라는 것은 일종의 이야기(narrative)입니다. 하나의 내러티브(narrative)를 구성하는 것은 시간과 공간이고, 거기서 이야기의 주체가 되는 주인공(protagonist)입니다. 광고라는 것도 처음에는 지금처럼 30초가 아니고 더 긴 시간속에서 narrative형태로 메시지를 전달했는데, 매체의 광고비가 올라가고 수용자의 주목 시간이 짧아지면서 지금처럼 짧은 시간속에 할 말만 딱 전하는 형태가 된 것이죠. 그런데 문제는 오늘날 메시지의 홍수속에서 이제 사람들이 그런 광고에 대한 주목도 하지 않을 뿐더러 기술적으로도 TiVo같은게 나와서 광고를 안보게도 도와준다는 것입니다. 광고가 현대 소비자 마케팅의 가장 중요한 도구로 자리잡은데는 이른바 미국 경영대학원의 연구자들도 한 몫을 했습니다. 사실 영화나 TV드라마, 소설등의 내러티브(narrative)등이 우리 일상에서 훨씬 중요한데도 이런 기나긴 메시지로는 단기간내의 효과를 측정하기가 어렵기에 대부분의 미국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연구자들은 TV광고나 TV정치광고등을 보여주고 어떤 효과가 나오는가에 몰두해 온 것이죠. 그런데 우리 일상생활에 가장 밀접한 연관을 맺고 있는 것은 광고가 아닙니다. 바로 이야기죠. TV연속극이고 영화고 라디오속의 이야기들입니다. 신문방송학자들이야 이런 연구를 했지만, 돈 버는데 관심있는 사람들은 지금까지는 그 이야기보다 그 이야기사이에 끼워서 전하는 교묘하게 만들어진 상업적 메시지에 더 관심이 있었다는 거지요. 그런데 이제 세상이 바뀌었다는 소리들이 매일 여기저기서 나옵니다. 미국의 정론지 뉴욕타임스는 매일 수준높은 블로그 기사를 쏟아놓고, 비즈니스윅은 블로그가 당신의 비즈니스를 바꿔놓습니다라는 커버스토리를 만들어내고, Pew리서치 센터는 이들 밴드웨곤에 올라탄 사람들의 귀를 즐겁게 하는 조사를 해서 그들의 입맛에 맞게 뻥튀기 해줍니다. 수의 논리에 귀가 얇은 장사하는 사람들이 앞뒤 안재고 블로그로 뭘 할 것인가를 궁리하는 것도 당연합니다. 결국 만들어낸 것이 flog입니다.
한가지 재미난 사실은 이 가짜 블로그들을 보면 이야기체의 글(narrative)의 구성 요건을 비교적 잘 갖추고 있습니다. 결정적인 한가지만 빼고요... 이들은 이야기를 전합니다. 링컨 프라이 블로그는 "오늘 나는 링컨 모양을 한 프렌치 프라이를 맥도널드에서 봤다"라고 전합니다. 시간과 공간이 들어있고 이야기의 화자가 있지요. 캐릭터 블로그인 캡틴 마틴 블로그는 "나는 요즘 리얼리티 TV쇼같은 유치한 것을 보지 않는다. 그 시간에 밖에 나가 taco salad만들기 같은 의미있는 일을 즐긴다"라고 기록합니다. 모두 이야기를 전하지만 결정적으로 빠진게 있습니다. 바로 화자가 진짜냐 가짜냐 여부(authenticity)입니다.
이곳 GatorLog에 글을 올리는 "아거"는 캐릭터(악어를 소재로 한 캐릭터)지만, 아거가 쓰는 블로그는 캐릭터 블로그나 flog가 아닙니다. 필명이지만 온라인을 통해 상호작용을 하는 대부분의 독자들은 아거라는 사람이 로봇도 아니고 회사의 마케팅 부서 사람도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고, 바쁘면 자기 멋대로 휴가도 내고, 개천절 무렵에 온다고 했다가 갑자기 자신이 기록하고 싶은 일이 있으면 휴가 도중에 불쑥 찾아오는 진짜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블로그의 진짜 화자란 바로 자신이 경험한 혹은 경험하고 있는 (주관적, 개인적) 역사를 사회적인 이야기거리로 바꿔놓는 사람입니다. 이런 점에서 탈리반 치하에서 자신이 경험한 일을 전하는 아프가니스탄 여성 블로거는 미국에 앉아서 아프가니스탄 여성들의 삶에 대한 칼럼을 쓰는 뉴욕타임스 기자보다 더 authentic하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이런 점에서 진짜 여부는 신뢰도와 관련이 있지만 반드시 신뢰도라고 말할 수는 없겠지요.
Posted by gatorlog at April 24, 2005 12:31 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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