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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bruary 10, 2005

블로그는 에피소딕 기억과 시맨틱 기억을 남긴다

그동안 블로그와 저널리즘을 바라보는 내 기본 관점에는 변함이 없지만, 수많은 관찰을 통해 이제 내 자신이 블로그를 하는 목적과 블로그의 미래를 보는 내 견해도 많이 달라졌다. 그동안 GatorLog의 아거를 알던 몇 몇 지인들이 아거의 변화를 어떻게 받아들일지 모르지만, 이제 GatorLog는 자아 내보이기라는 화두를 벗어나서 블로그의 활용오픈 소스 저널리즘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내 미래라고 할 수 있는 두 아들 녀석들의 블로그를 따로 만들어 비공개로 돌린 이유도 거기 있다.

나는 세상에 있는 블로그를 두가지 형태로 보고 있다. 하나는 에피소딕 기억을 남기는 블로그이고 다른 하나는 시맨틱 기억을 남기는 블로그이다[gatorlog관련 글: two rounds of golf]. 이렇게 말하면 "나는 자서전적 기억을 남기는데"라고 의문을 제기할 수 있겠지만 자서전적 기억이라는 것은 에피소딕 기억의 한 형태이다. 물론 현재 블로그계(blogosphere) 대부분의 블로그는 이 두가지 기억을 혼용해서 남기고 있다. 그게 바로 구독하는 블로그들을 임의로 두가지 분류에 따라 나누기 힘든 이유이다. 물론 당사자들도 때로 "어...나는 시맨틱 기억을 남기는데"라고 생각할 지 모르지만 이것 역시 아거라는 독자의 눈에 비친 즉석 판단 혹은 3초간의 첫인상이 될 수도 있고, 혹은 아거가 바쁜 가운데 인상 형성의 오류를 범한 탓일수도 있으리라. Blink의 저자 Malcolm Gladwell은 깊게 생각해서 내린 판단보다 이른바 즉석 판단(snap judgment)이 더 정확할 수가 있다고 했으니 이를 핑계삼아야겠다. 어떤 분들은 "나는 오늘부터 작심하고 좀 더 전문적으로 글을 써보려고 했는데 --- 다시 말해 semantic 기억을 남겨보려 하는데 --- 그게 안된다....쓰다보면 집안 이야기도 나오고 자식들 이야기도 나오고....그래서 에라 모르겠다...그냥 아무런 목표 의식없이 써나가는게 블로그인가보다"라고 고백한다. 물론 100% 맞는 이야기다.

사실 요즘 블로그계에 조금씩 정보나 지식을 전달하려는 이른바 시맨틱 블로거들이 늘어나서 그렇지, 아직도 블로그계의 대다수는 이런 영역보다는 "에피소드 듣기 -- 즉 경험 공유하기" 혹은 "관계맺기"를 지향하고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사실 블로그라는게 기본적으로 나를 기본으로 하고 있는 미디어이기에 대부분의 블로거들은 "그래 맞아맞아...언젠가 나도 그런 기억이 있어" "내가 저런 상황에 처해 있으면 어떨까" "어쩜 저 사람은 내 생각과 똑같을까" "야..저 사람 나하고 관련이 많은 일을 하네" 라는 식의 자기 관련성이 있는, 혹은 개인의 상황적 맥락에 들어맞는 블로그나 블로그 글 읽기를 즐기는 경향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GatorLog는 이제 에피소딕 기억을 남기지 않는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은 남이 보는 공간에 에피소딕 기억을 남겨놓으면 심리적인 불편함이 늘 존재한다. 글 쓰는데 시간도 오래 걸리고 글 올린뒤에도 자꾸 되돌아보고... 하지만 시멘틱 기억을 남겨놓으면 글 작성도 순식간에 할 수 있고, 글을 남긴 뒤에도 신경쓰일게 없다. 간혹 내가 가지고 있는 정보나 지식이 틀리면 읽는 분들이 수정도 해주니 거기서 배우는 것도 있고....두번째는 전에 블로깅의 즐거움이란 글에서도 적었듯이 "내 글을 몇 명이 읽냐"는 것은 전혀 중요한 문제가 아니지만, "내 글을 누가 관심있게 지속적으로 읽는가"가 블로깅 생활을 이끌고 있는 動因이기 때문이다. 그 관계적 스키마에 따라 나 역시 "블로깅을 하는 목표(goal)와 글의 방향"을 현저하게 보이는 관객들에게 맞춰 나가는 것이다. 세번째로는 지식의 축적이다. 물론 최근에는 정보 저장및 가공을 위해 데스크탑 기반인 DEVONthink에 위키식 글쓰기를 즐기고 있지만, 시간날 때 시맨틱 기억을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다보면 의외로 관련 분야에 지식이 축적된다. 그게 바로 GatorLog Liked와 GatorLog for Macolyte를 만든 이유다. 읽는 독자가 한 명도 없어도 무방하다. 정리만 하고 있어도 점점 내가 모르던 분야에 눈이 떠져가고 있음을 발견한다. 마지막으로 심리적 물리적 위험 부담이 없다.. 예를 들어 최근 구글에서 해고된 Jen역시 문제는 에피소딕 기억을 남겼다는 점이다. 그냥 구글 검색이 어쩌고 구글툴바가 어쩌고 하는 정보를 위주로 글을 썼더라면 아무 문제도 없었겠지만....

그렇다고 이게 내가 시맨틱 기억을 남기는 블로그를 예찬하는 것은 아니다. 에피소딕 기억을 남길 수 없는 블로그는 앙꼬없는 찐빵이다. 마치 개성없는 블로그라고나 할까..예전에는 이런걸 블로그로 보지도 않았는데, 나 자신도 이제 앙꼬없는 찐빵 블로그가 되어 간다. 내가 할 수 없기에 여전히 나는 이렇게 진한 에피소딕 기억을 들려주는 블로그를 우리 시대 최고의 블로그라고 꼽고 싶다. 에피소딕 기억은 우리의 상상력을 자극할 수 있고 그래서 단순히 지식이나 정보를 전달하는 시맨틱 블로그가 범접할 수 없는 깊은 세계가 있다.

상상력은 지식보다 위대하다:: Imagination is Greater than Knowledge. (아인슈타인).

Posted by gatorlog at February 10, 2005 05:43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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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sted below are links to weblogs that reference 블로그는 에피소딕 기억과 시맨틱 기억을 남긴다:

» GatorLog: α״ Ǽҵ øƽ from numerously linked list
øƽ ڰ  øƽ Ǽҵ Ʈ. ^^ [Read More]

Tracked on February 10, 2005 08:02 PM

» Open-source Journalism from Korean Jurist

아거님과 이메일과 blog를 통하여 몇 가지 생각을 주고받다보니, 어느새 제가 지속적인 관심을 가지고 있는 분야로 자리잡으려 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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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ed on February 14, 2005 05:33 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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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RSS에 대한 글을 만난 다음 갑자기 궁금해졌다. 지금 있는 RSS 메타블로그는 도대체 다 무슨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일까? 한국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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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ed on February 15, 2005 06:57 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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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부터 말하고 시작하자. 정동영 장관은 이제 블로그를 써야 한다. 이건 천하장사전에 나가기 위해 백두장사판에서 김근태 장관과 샅바를 팽팽하게 당기고 있는 정동영 선수를 위한 정치 ... [Read More]

Tracked on June 18, 2005 03:33 AM

코멘트 스팸 피해때문에 코멘트 닫았습니다

자녀분들이 성장하는 모습을 즐겨 보고 있던 저로서는 아거님의 가족 이야기를 듣지 못하는 것이 아쉽군요. ^^;
새해에도 모든 가족 건강하시고, 복 많이 받고, 복 많이 지어서 세상 사람에게 나누어주세요.

Posted by: 김중태 at February 12, 2005 12:07 AM

Posted by: Anonymous at February 13, 2005 11:48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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