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느 블로거의 독백과 방백 블로그(www.gatorlog.com)를 시작하며 | Main | 맥 사용자를 위한 Gmail 유틸리티 2개 »

June 25, 2004

언론과 블로그의 차이: 기능론적 접근

1922년 미국의 저명한 저널리스트자 사상가였던 Walter Lippman은 그의 명저 public opinion(책 전문)에서 신문이 세상에 대한 우리 머리속의 그림(pictures in our head)을 형성해주는 힘을 가지고 있고, 사람들은 실제 세계에 대해 반응하는게 아니고 바로 신문이 그려준 상(像)에 반응한다는 멋진 말을 했다. 1963년에 Bernard Cohen은 "신문은 사람들이 무엇을 생각하는가(what to think)를 말해주는데는 성공적이 아닐지라도 독자들에게 "무엇에 대해 생각할 것인가(what to think about)"에 대해 말해주는데서는 놀라울 정도로 성공적이다고 말했다. 이 명언들에서 힌트를 얻어 70년대 초 현 텍사스 대학의 맥콤스 교수와 노스캐롤라이나 대학의 쇼우 교수는 언론학에서 가장 자주 언급되는 이론인 미디어의 논제설정 (agenda setting) 기능을 도출해 냈다. 이 어젠다세팅 이론에는 두가지 전제가 있는데, 하나는 언론이 세상을 거울과 같이 비쳐주는게 아니고 현실세계(reality)를 여과(filtering)하고 재구성한다(reconstructing)는 것이다. 두번째는 언론이 주목하는 소수의 이슈는 사람들이 그날 그날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할 것인가에 상당한 영향을 준다는 점이다. 결국 언론이 사람들의 태도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지는 않더라도 어떤 사안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cognition)에는 깊은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최근 저널리즘과 blogism에 대해 논의하는 사람들도 이 어젠다 세팅 이론을 염두에 두고 "언론과 블로그의 관계"를 말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예를 들어 언론이 공중들의 어젠다를 설정해 준다면 블로거들은 그 어젠다를 "확산"시킨다는 식이다. 라디오를 듣다보니 정부가 김선일씨 관련 참수장면 동영상을 유포한 블로그를 집중 단속할 것이라고 한 걸로 보아, 이제 블로그를 인터넷 문화의 중요한 영역으로 간주하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런데 블로그의 확산은 단순히 어젠다를 형성하는 차원이 아니고, 어떤 어젠다를 어떻게 생각할 것인가(how to think about it), 다시 말해 현안에 대해 어떻게 틀짓기(프레이밍:framing)하는가에 깊은 영향을 준다고 볼 수 있다. 틀짓기 이론은 Northwestern대학의 로버트 엔트만(Robert Entman)교수에 의해 주창되고 Stanford 대학의 쉔토 아이옌거(shanto iyengar)교수등에 의해 실증적으로 입증된 바 있는데, 핵심은 "언론이 헤드라인, 단수, 사진등 가능한 형식적인 수단을 동원해서 또 기사나 사설의 내용과 관점을 특정 방향으로 몰고 감"으로써 이슈에 대한 특정 프레임(틀)을 형성한다는 것이다. 다시말해 언론은 객관적으로 세상 소식을 전하는게 아니고 어떤 식으로든 틀을 형성할 수 밖에 없고 이 틀은 사람들이 이슈를 이해하고 해석하는데 큰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개인의 주관적 의견이나 어떤 관점을 강하게 내포하고 있는 블로그의 포스트 역시 저널리즘 이론을 들먹이자면 "어젠다 세팅"보다는 "프레이밍(framing)"에 더 가깝다는 것을 금방 알 수 있다.
[글 마저 읽기: read more]

블로거들은 기사를 스크랩하고 포스팅을 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의견을 담게 되고, 이것은 다시 이 블로그의 영향이 미치는 다른 블로거에게 퍼지게 됩니다. 이 과정이 반복되면서 기사는 더 부풀려지고 편향적으로 흐르게 된다.[Zodiac47님의 블로그를 통한 미디어의 흐름, 그리고 문제점들에서]

이 부분은 사실 적절한 관찰이지만, 이게 오히려 블로그의 매력이라고 본다. 전공이 저널리즘이지만, gatorlog에서는 종종 "편파"적이고 "과장"된 글을 올리는데 주저함이 없다. 정확히 말하자면 편파 과장이라기보다는 어떤 틀짓기를 하는 것이고, 나약한 일개 블로거의 목소리를 좀더 높이기 위해 논리적 비약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럴수 있는 것은 내가 저널리스트로 글을 쓰는게 아니고 블로거로서 글을 쓰기 때문이다. 저널리스트라면 "임종새"라는 타이틀을 뽑지도 않을거고 마찬가지로 "나그네 파전"에서 막걸리 마시면서 이야기할 정도의 분석인 임을 위한 행진곡이 무슨 막걸리찬가인가라는 유치한 글도 쓰지 않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신문사 사설이나 칼럼은 잘 읽지 않지만, 우리 사회의 꼴통들을 향해 전방위로 육두문자를 내던지는 늑호님의 사설(?)은 즐겨 읽는 이유도 어떤 이슈를 어떻게 볼 것인가에 대한 진솔한 의견을 들을수 있기 때문이다. 편집자의 게이트키핑과 광고주의 제약, 혹은 정보원과의 관계, 그리고 이른바 "객관성"과 "중립성"이라는 허울뿐인 가치를 무시할 수 없는 저널리즘이 쏟아내는 비평은 무딜수 밖에 없다. 이런 통제와 이해관계에 초연한 블로거에게서 여과없는 신선한 혹은 통쾌한 목소리를 듣는다는게 또다른 블로깅의 즐거움이다.

지켜지지도 않을 "중립성"과 "객관성"이라는 언론의 신화를 흉내낸다고 하면 그것은 블로그가 아닐 것이다. 의견을 내는 블로거라면 "이쪽도 싫고 저쪽도 싫다. 모두 그놈이 그놈이다"라는 자포자기식, 혹은 현실도피식 반응들에 끊임없이 자극을 주고 첨예한 이슈에 하나의 관점과 의견이라도 더해 줘야 해야 한다. 이런 면에서 블로거는 매직 대신에 자판을 두드리며 "인터넷 시대의 대자보"를 계속 붙여대는 "인지적 활동가(cognitive activist)"일 수도 있다. 그게 지속적이고 일관되며 소신있는 목소리라면 수구꼴통의 입장을 대변하건 노동자의 목소리를 담건 모두 활동가이다.

하지만 과장, 편파적인 블로그 포스트를 올리더라도 블로거들은 세가지를 주의해야 한다. 먼저 정보를 왜곡해서는 안된다. 약간의 과장된 비유나 이데올로기적 편파는 있을수 있어도, 정보를 왜곡하거나 없는 말을 지어내서 다른 이를 공격해서는 안된다. 다시말해 자신이 비판하는 이슈에 최소한 올바른 링크와 근거가 있어야 한다.

두번째는 zodiac님이 지적한 냄비근성이다... 물론 냄비근성과 어떤 중요한 이슈가 있을때 집중적인 토론을 하는 것은 다른 문제긴 하다. 이른바 만두 사태로 아우성을 치는 것은 냄비근성이다. 사실 마음만 먹으면 매일 마시는 수도물이 구정물이 되고, 매일 마시는 공기가 한국인 암 사망의 주된 원인이될 수도 있고, 매일 드나드는 식당의 맛있는 우거지 해장국이 돼지잡탕밥으로 둔갑할 수 있고, 매일 맛있게 끓여먹었던 라면을 다 토하게 할 만큼 충격적인 보도 만드는 것은 간단한 일 아닌가?

그러나 어떤 "뜨거운 감자"가 있을때 이를 언급하는게 냄비근성이 될까봐 말 못하는 우를 범해서도 안된다. 김선일씨 피살로 파병 반대 한 번 높이고 그 다음에 이게 지나가면 잠자코 있다면 냄비근성이겠지만, 자신이 일관되게 파병반대 목소리를 내온 분이라면 이렇게 점화된 (priming) 이슈를 둘러싸고 더 강한 목소리를 내주는것도 "인지적 활동가"인 블로거들에 필요한 근성이다. 또 그게 바로 블로그의 진정한 생명력이라고도 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어떤 사안에 대해 구조적 문제를 간과하고 개인에게 무차별적인 비난의 화살을 날리는 것을 경계해야한다. 앞에서 언급한 스탠포드의 쉔토 아이옌거 교수는 언론이 어떤 이슈를 부각시킬때 구조적인 관점(thematic framing)보다는 개인에게 비난의 화살을 날리는 프레이밍(episodic framing)을 하는 경향이 훨씬 강하다는 것을 실증적으로 입증해 왔고, 개인을 희생양으로 만드는 언론의 프레이밍이 수용자의 "문제 해결에 접근하는 인식과 태도"에도 영향을 준다고 지적해왔다. 이를테면 이라크 파병 관련해서 대통령이 잘못한 것도 있지만, 이런 잘못된 판단을 잉태한 보다 근원적인 문제를 지적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파병논리 확산과 제국주의 전쟁을 부추기는 조선일보를 빠뜨리면 안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진중권처럼 무슨 문제든지 "유시민과 노빠"로 시작하는 증오섞인 비난을 퍼붓는다면 어떻게 대화를 할 수 있겠는가?

  • 관련글
    블로기즘과 저널리즘 1
  • Posted by gator at June 25, 2004 01:55 PM

    Trackback Pings

    TrackBack스팸 피해때문에 트랙백 닫았습니다
    http://gatorlog.com/mt/mt-tb.cgi/1696

    Listed below are links to weblogs that reference 언론과 블로그의 차이: 기능론적 접근:

    » 어느 곤조 (gonzo) 저널리스트의 자살 from GatorLog
    어제 미국에서 저널리즘과 관련된 일로 밥먹고 사는 대부분의 블로거들은 곤조 저널리즘 (gonzo journalism)의 선구자 헌터 탐슨(Hunter Thompson)에 대한 추도의 글을 올렸다. 이른바 1인칭 화자의 주... [Read More]

    Tracked on February 22, 2005 06:32 AM

    » 블로거들은 agenda-setter들인가? from GatorLog: A Blogger's Monologue
    언론이 설정한 의제(agenda)가 공중들이 그날 그날 "무엇에 대해 생각할 것인가?" (what to think about)에 영향을 준다는 이른바 언론의 의제 설정 기능(agenda-setting function)은 언론학에서 배양된 몇 안... [Read More]

    Tracked on May 25, 2005 01:43 AM

    코멘트 스팸 피해때문에 코멘트 닫았습니다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

    Posted by: 두슬 at June 25, 2004 04:32 PM

    짱 마음에 드는 글이네요... 그치지 않고 쏟아내는 저 태양의 열을 조금은 식어주는 글이라 한번에 읽게되네요..
    특히, 이 부분은 정말 맘에 드네요.

    선배님의 지적처럼 요즘 신문 사설보다 맘에 드는 녀석들의 블로거를 읽는게 더 익숙해지는 것처럼 다소 감정적이고 과장된 글쓰기를 하는 블로거가 더 맘에 드는 이유는, 아무래도 한국서 과장된 몸짓들에 질려버렸기 때문이 아닐까싶습니다.. 다음 카페에 올린 글들로 인해 신경이 무지 쓰이는데 선배님이 어떻게 이런 글을 올리고서도 잠이 오시는지 ... 아무래도 내공이 더 쌓여야되지 않을까요?...허...

    아 노트북과 함께 봐야될 영화가 생각났습니다~~ 바로 마이클 무어의 입니다. 요즘 미국에서는 이 영화에 대해 보이콧을 하는 움직임이 보이고 몇몇 블로거들도 집단적으로 행동할 것을 촉구하고있더군요~~ 하하하~~ 미국아얘들과 함께 이 영화를 보면 어떤 느낌이 들까요? 그들의 반응이 궁금할따름입니다.

    Posted by: 너만의 나 at June 25, 2004 08:21 PM

    제가 궁금하게 생각했던 부분, 그리고 블로그를 통한 언론의 전파에 있어서 제가 헤매고 있었던 부분을 명확하게 잘 꼬집어 주신것 같습니다. 정말 고민할 부분이 많네요.

    좋은글 감사합니다. :-)

    Posted by: zodiac47 at June 25, 2004 11:06 PM

    잘은 모르겠지만
    "다양한 의견의 표출"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블로그 만한 게 없을 것 같습니다.
    다만 아거님이 말씀하신 것 같이 몇가지만 조심한다면 말이죠~

    Posted by: sicrone at June 27, 2004 10:44 AM

    Posted by: Anonymous at December 22, 2004 06:29 AM

    최호찬님 블로그의 링크를 타고 들어왔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대체로 공감이 가는 내용이었지만, 마지막 문단에서 이라크 파병과 관련되어 조선일보가 보다 근원적인 문제라고 이야기한 부분은 동의할 수 없네요. 조선일보가 파병하라고 해서 노무현 정부가 파병한 것인가요? 조선일보가 만들어놓은 '파병해야 한다'는 논리가 대중들 사이에 널리 확산되어, 그 '여론을 수렴하여' 정부와 우리당이 파병방침을 결정한 것인가요? 그건 아니지 않습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글의 큰 틀은 제 생각과 비슷합니다. 언제부턴가 저 역시 블로깅에서 '관점'이라는 것이 상당히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었거든요.

    Posted by: 새빛 at January 2, 2005 12:26 AM

    Posted by: Anonymous at February 4, 2005 02:32 AM

    Post a comment




    Remember Me?

    (you may use HTML tags for sty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