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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bruary 29, 2004

닭이 울기 전에 네가 liberal임을 세 번 부인할 것이다

얼마 전 뉴욕타임스에서 민주당 후보로 Kerry를 지지하면서 끝에 이런 말을 덧붙였다.

텔레비전 시대에 호감(likability)이라는 것은 지극히 중요하다. 그러나 (우리의 주적((主敵) 부쉬를 타도하기 위한) 이 심각한 비즈니스에서 더 경험이 많고 아는 것이 많은 후보라는 점에서 케리가 우리(뉴욕타임스)의 지지를 받는다

존 에드워즈 상원의원의 매력적인 마스크를 두고 한 말이다. 물론 에드워즈 상원의원은 얼굴만 매력있는게 아니다. 정책면에서 볼 때도 아주 뚜렷한 소신을 가지고 있다. 자신이 늘 말하듯이 자신의 집안에서 대학 나온 사람은 자기 혼자일 정도로, 가난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고 한다. 그리고 미국 사회가 가진자와 힘없고 못가진자의 두 부류로 나뉘어 있고, 모든 정책은 가진자와 못가진자를 위한 두가지로 나뉘어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자신은 노동자 편에 서 있음을 강조하는 개혁주의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여전히 부자다. 오늘 민주당 대선 후보 TV토론에서 CBS기자가 다음과 같은 까다로운 질문을 던졌다.

에드워즈 상원의원, 당신은 캠페인 기간 내내 아주 열성적이고 감동적으로 당신이 부자들에 대항하고 노동자 편에서 싸우고 있다고 주장해 왔는데, 당신은 여전히 부자이고 힘있는 사람이잖소? 3천 6백만 달러의 재산을 가지고 있고, 4백만 달러 집 한채와과 1백 달러의 집 두채를 소유하고 있는 사람인데, 당신 지지자들은 당신이 이렇게 살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까? Senator Edwards, through the campaign, and again this morning, you have spoken very eloquently and movingly about the fight against the rich and the powerful on behalf of the working class. And yet, you yourself are rich and powerful. You're worth upwards of $36 million. You have a $4 million house in Georgetown, a $1 million beachhouse in North Carolina, a $1 million home in Raleigh. Do you think your supporters know that you live this way?

우리도 지난 대선에서 비슷한 경험을 했다. 이회창 후보의 호화 빌라 이야기다. 이회창씨 집과 재산은 에드워즈 상원의원에 대면 새발의 피다. 마찬가지로 부시네 일가도 부시 아버지가 수퍼 계산대 앞에서 돈을 지불하는 방법을 모를 정도로 엄청난 부자다. 그러나 (좌파가 아닌) 내게 중요한 것은 그 부자가 어떤 철학을 가지고 있고, 자신과 부자를 위한 이익을 추구하는가, 아니면 자신의 이해관계를 떠난 사람들의 편에 서 있는가에 따라 평가할 문제다. 조지 소로스와 부시는 모두 부자지만 조지 소로스는 개같이 벌어 정승같이 쓰는 사람이고 부시는 개 같이 벌어서 개만도 못하게 쓰기 때문에 비난을 받아야 한다.

다음으로 오늘 토론의 하이라이트 중 한 대목이었던, "liberal"논쟁을 보자.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지만, 미국 역시 사상 논쟁이 심하다. 우리에게 빨갱이와 빨갱이를 때려잡는 우익(때로는 애국주의자라는 용어로 신분을 덮기도 하지만)의 이분법적인 논쟁이 있다면, 미국은 이른바 "liberal"과 "conservative"의 양극적 분류가 있다. 물론 이런 분류를 하는 사람은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대부분 우파 또는 보수파 사람들이다. 생각해 보라. 여러분이 국회의원 선거나 대선 후보로 나간다고 생각해 보라. 당신이 자랑스럽게 "나는 좌파"요 라고 선언할 사람이 몇이나 있는가? 여러분은 블로그에 나는 "좌익"이요 하고 말할 수는 있겠지만, 여러분이 공인이 된다면 왠만한 소신이 없다면 "나는 좌파요"라고 말할 수 없을 것이다.

평균적인 사람들은 강한 주장을 펴는 사람도 좋아하지 않지만, 이데올로기적으로 어떤 극단에 있는 것을 피하는 경향이 있다. 이걸 잘 이용하는게 우파 보수주의다. 이들은 선거 때만 되면 우리처럼 "색깔 논쟁"을 가져온다. 사실 말하지 않아도 우리는 Kerry나 Edwards같은 사람이 "liberal"경향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고, (사람에 따라 생각의 차이는 있겠지만) 김대중씨나 노무현씨같은 경우도 진보적 생각을 가졌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우파는 경험적으로 이런 "빨간 색깔로 물들이기"가 효과적이었음을 잘 알고 있기에, 선거때만 되면 "너는 빨갱이가 아니냐?" 혹은 미국에서처럼 "너는 리버럴이 아니냐?" 라고 다그친다. "자수해라. 너는 빨갱이고, 리버럴이야!!!" 이런 색깔 논쟁을 당하는 사람의 기분은 한마디로 더러울 것임이 분명하다. "짜슥들 다 알면서 뭘 그렇게 꼬치꼬치 따지고 들어..."

앞으로 선거전이 본격화되면 부쉬 진영은 케리에게 "매사추세츠 리버럴"이라는 딱지(label)를 붙일 것임은 자명하다. 중도파의 표를 끌어와야 이기는 선거이기 때문에, 이 liberal이라는 표딱지는 그렇게 유쾌한 것이 될 수 없다. 그래서 오늘 패널로 나온 뉴욕타임스 기자가 끈덕지게 "당신 리버럴맞지?"라고 몇 번을 물어도, 어느 누구도 "그래 나 리버럴이야"라고 답할 수 없었던 이유도 거기에 있다. 이 대목에서 후보자들은 서로 상대방이 리버럴이 아니라고 비호까지 해 주었다. 기자가 세 번 물었는데 세 번 모두 확답을 피했다. "닭 울기 전에 네가 나를 세 번 모른다고 할 것이다" ("I tell you the truth," Jesus answered, "this very night, before the rooster crows, you will disown me three times.")라는 말이 떠올랐다. 다 알면서 뉴욕타임스 기자는 뭘 그런 걸 묻고 그러남? 쩝쩝....리버럴인지 yes, no로 대답해 달라는 거듭된 요청에도 케리를 비롯한 모든 후보들이 직답을 피하고 오히려 "리버럴, conservative 양극적 도식으로 부르지 말 것"을 주문했다.

마지막으로 한반도 정책과 관련해 중요한 대목....북핵 문제를 어떻게 다룰 것이냐?는 CBS앵커 댄 래더(Dan Rather)의 질문에 대한 답변을 들어보니, 적어도 민주당 정권이 들어서면 대화와 타협이 우선할 것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에드워즈는 결코 군사적 해결을 보지 않을 것이라고 했고, Kucinich는 북한 지도자와 만나서 문제를 풀겠다는 대답까지 했다.

텔레비전 토론이라는 것은 정치적인 관여도가 떨어지는 유권자들에게는 후보자의 정책과 인상을 파악하는 중요한 장이 될 수 있다. 하지만 텔레비전 토론의 함정은 역시 사람들이 복잡한 이슈보다는 일화성 화제거리에 더 관심을 둔다는 것이다. 그리고 가장 아이러닉한 것은? 보고 나서 누가 더 잘했냐고 물을 때, 대부분이 객관적인 답을 하지 못하고 자신이 선호하는 후보가 토론을 잘했다고 판단하는 태도의 편향(bias)을 나타낸다는 점이다.

토론회 중 흑인 인권 운동가 Al Sharpton은 liberal논쟁과 관련해서 아주 재치있는 대답을 했는데, 오늘 today's quote로 꼽았다.

today's quote:
"...if you want to use George Bush as the definition of conservative, most of America is liberal now, because most of America would vote against Bush. 만약 당신이 조지 부쉬를 "보수"로 여긴다면, 대부분 미국 사람들은 이제 liberal이 될 것입니다. 왜냐하면 대부분 미국인들은 부쉬를 찍지 않을테니까요. (이 대목에서 대부분 참석자들이 웃었음)

Posted by gatorlog at February 29, 2004 04:10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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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밌습니다. '자유'와 '평등'에 대해 공부하기에 앞서, 진보와 보수에 대한 예고편 강의를 들은 기분이네요. 어느 정도 공부를 한다고 해도 여전히 주저할 것 같습니다. 글 쓸 때, '보수', '진보', '개혁', '수구' 란 단어를 쓰는 것이.

Posted by: readme at March 3, 2004 11:08 AM

오늘 CNN에서 낙태(abortion)에 관한 그 유명했던 Roe v. Wade판결을 내렸던 Blackmun판사 이야기를 보았습니다.
그런데 이 분은 처음에는 워터게이터로 물러난 Richard Nixon과 그 보수파의 추천으로 연방대법원 판사가 되었더군요. 그리고 이 판결 이후 liberal한 입장에서 일관된 판결을 내렸다고 하던데....

최근 미국 매샤추세츠 주에서 내려졌던 동성 결혼에 대한 진보적 판결 역시 보수파에 의해 임명되었던 판사가 chief judge(주임 판사)였더군요. (관련 글). 현재 이 문제는 (이례적으로) 판결을 내린 판사들끼리도 격렬한 싸움을 하고 있을 정도로 미국 전체에 격랑을 몰고 왔습니다. (보통 판결에서 소수파는 반대 (dissenting)의견을 내더라도 극히 조심스럽게, 그리고 다수파의 의견을 존종하는 식으로 쓰는게 관례인데, 이 경우는 서로 언론을 통한 비난전까지 갈 정도로 막말을 하고 있어(다수파는 운동권들이다!는 식의 말들), 이데올로기가 얼마나 무서운 가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어쨌거나 Readme님 블로그에서 언급하신 '자유' 쪽에 비중을 두면 우파이고, 반대 경우라면 좌파에 가까운 겁니다."라는 연세대 김호기 교수의 발언은 한마디로 넌센스입니다. 이런 단순한 이분법적을 하는 사람 말을 듣고 그걸 바른 정의로 아무 비판없이 수용할 시청자들이 있을까 걱정까지 됩니다. 이분법적으로 할 바에야 차라리 보수는 "사회의 구조적 변화보다는 체제의 안정"에 강조점을 두는 생각이고, 진보는 "사회의 구조적 변화"를 추구하는 생각이라고 하는게 더 적합하지 않을까요? 물론 이 분류도 전체를 다 설명할 수는 없지만요.

언제 시간날 때 다시 언급하겠지만, 저도 지금 이 이데올로기 문제에 관해 많이 생각하고 읽고 있습니다. 일단 널리 인용되는 조지 레이코프 교수의 Moral Politics: How Liberals and Conservatives Think를 읽어 보고 다시 적어볼까 합니다.

Posted by: 아거 at March 5, 2004 01:04 AM

저 또한, '비판적 시각 없이 받아들일 시청자 중 한 명' 이었죠. 잘 모르니까요...

공부하면서 종종 여쭤보겠습니다.

Posted by: readme at March 5, 2004 02:29 AM

김호기씨의 본래 발언을 보고 듣지 못한 상태에서 인용문만 가지고 평하는 것은 좀 뭐하지만 아거님 독해는 오류가 있어 보입니다.
readme 님의 인용문에서는 분명히 "... 자유와 평등 중 '자유' 쪽에 비중을 두면 우파이고, 반대 경우라면 좌파에 가까운 겁니다." 라고 되어 있는데 아거님은 '우파'대신 '보수'를 '좌파'대신 '진보'로 대치해 놓으셨던더구군요.
readme 님이 인용한 글 자체로 놓으면 김호기씨의 주장은 일반적인 정치학적인 의미에서의 좌, 우파를 구분하는 기준으로 별로 틀림이 없습니다.
이에 대해서 길게 논증할 필요는 없어 보입니다.

일반적으로 보수주의와 자유주의는 기본적으로 자본주의 체제를 이념적으로 긍정한다는 의미에서 둘은 다 "우파"라고 규정됩니다.
그럼에도 아거님은 인용 과정에서 은근슬쩍 개념들을 도치시키면서 본래의 화자의 주장을 심각하게 정치적으로 왜곡하고 있습니다.
인용 과정 중에 단순한 타이핑 실수하고 하기엔 못내 찜찜한 구석이 있어 보입니다. 의도한 실수건 그렇지 않건 간에 결국 왜곡된 인용을 통해 자기 주장의 근거들을 강요하고 있으니까요.
바쁜 일이 생겨 더이상의 코멘트 못달겠네요.

Posted by: ignos at March 15, 2004 04:18 AM

제가 이 코멘트 쓴 뒤로 글을 읽으시는 분들은 아무래도 헷갈리실 건데 Ignos님의 지적이 맞습니다. 제가 위 코멘트 처음 쓸 때 잘못된 기억으로 "자유를 강조하면 보수고 평등을 강조하면 진보"다라고 잘못 옮겨왔는데, 뒤에 수정했습니다. 코멘트에서 html태그가 안 먹어서 할 수 없이 지웠습니다. 이 점 일단 양해 바라고요.

그런데 "인용 과정에서 은근슬쩍 개념들을 도치시키면서 본래 화자의 주장을 심각하게 정치적으로 왜곡하고 있습니다"는 주장은 잘못되었습니다. 일단 이 글을 쓸 때 계속 liberal-conservative도식을 머리속에 그리고 있었기에 예전에 읽었던 대목을 회상할 때 잘못 기억했던 것이지, 정치적으로 왜곡하기 위해 "슬쩍 슬쩍 개념을 도치"시킨 것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해 둡니다. 그럼 왜 링크를 달 때 확인하지 않았냐고 주장할 지 모르지만, "newsreader"로 제목만 확인하고 링크를 달 때는 본의아니게 그런 문제가 생길 수 있지요. 그게 바로 제가 인지적으로 분주할 때 판단과 인상 형성의 문제라는 글을 올릴 때 newsreader의 문제점을 지적한 것과 맥을 같이 하고요.

그럼 본론으로 다시 돌아가죠. 그렇게 놓고 볼 때도 여전히 김호기 교수의 발언은 단순 도식화입니다. "일반적인 정치학적 기준에서 좌우의 개념으로 인정"하는 좌우의 개념으로 별로 틀림이 없다"고 했는데, Ignos님도 자신이 알고 있는 범주내에서 그 개념 정의에 대해 비판적 생각을 못하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드는군요.

차라리 이분법적인 생각으로 하려면 우는 자본주의 체제를 선호하려는 세력이고 좌는 사회주의 체제를 선호하는 세력이라는게 더 정답에 가깝지요. 최근 우리나라 교조주의자들이 노무현 정권은 "개혁 우파"다라고 말할 때 이들은 노무현 정권이 "자유"에 가치를 둔다는 점에서 우파라고 부르는게 아니죠. 똑같은 아이러니는 조갑제가 "노무현은 빨갱이다"라고 할 때 노무현 정권이 "평등"을 강조하기에 그렇게 명찰 채우기 (labeling)를 하는게 아닙니다.

자유와 평등의 이분법적 도식으로는 사회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이념이 연계된 이슈들에 대해 올바른 이데올로기적 판단을 하기 어렵습니다. 왜 그런가에 대해 쉽게 예를 들어보죠. 동성 결혼을 주장하는 사람은 우리도 결혼할 "자유"가 있고, 우리도 "평등"한 권리를 향유할 인간이다라고 주장합니다. "아거"는 "나도 인터넷에 내 정치적 의사를 말할 "freedom of speech"를 가지고 있고, 동시에
내 권리는 다른 사람들이 누릴 수 있는 권리와 "평등"한 대접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할 수 있습니다. 이럴 경우 그렇다면 저는 좌익과 우익의 생각을 모두 가지고 있나요?

따라서 저는 이데올로기를 "체제 안정적 보수"와 "체제 개혁적 진보"의 양 극단 사이에 수많은 변종을 가지고 있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그 스펙트럼은 너무나 다양해서 이루 딱 정의하기 힘들고 너무나 주관적이어서 서로 합치된 의견을 만들기조차 힘듭니다. 심지어 상당히 여러 문제에 있어서 뚜렷한 의견을 가지고 있는 저도 제가 어떤 이데올로기에 속하는지를 모르겠습니다.

필요하면 여기에 관련해서 나온 수많은 실증적 논문을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그리고 "왜곡된 인용을 통해 자기 주장의 근거들을 강요"하고 있다고 하셨지만 저는 20살이 넘은 성인들에게 어떤 주장을 강요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사람들은 지극히 타자의 의견수용에 보수적이거든요. 그게 바로 요즘 교조주의자들이나 지역분할망령주의자들을 보면 마주치지 않고 무시하는 이유입니다. 다만 속으로 가운데 손가락을 날리면서 이렇게 생각하지요. "그렇게 생각해서 숨쉬기 편하면 그렇게 생각혀"

Posted by: 아거 at March 15, 2004 03:10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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