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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vember 18, 2003

미디어는 기억이다 1

Marshall McLuhan이 미디어의 진화는 인간 기능의 기계적 연장 (The mechanical extensions of humans)라고 말했을 때, 그는 결정적으로 인간 "두뇌"(brain)의 연장에 대해 이야기 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현재 미디어가 진화하는 방향은 우리의 두뇌, 엄밀하게는 우리 "기억(memory)"의 연장이라는 궁국적 목적을 향해 달려 가고 있는 듯 하다. 이런 관점에서 미디어는 메시지(medium is message)라고 주장했던 맥루한의 대명제는 이제 미디어는 기억(medium is memory)라는 명제로 전환이 필요할 때이다 (Brody, 1999).

인지 심리학계에서 기억(Memory) 연구의 거장으로 통하는 U of Toronto의 Endel Tulving (1983) 에 의하면 우리 인간의 메모리는 크게 우리가 알고 있는 지식 체계에 근거한 시맨틱 메모리(semantic memory)와 우리의 경험 체계에서 오는 에피소딕 메모리(episodic memory)로 구분될 수 있다. 그런데 컴퓨터가 열어 놓은 정보화 시대의 초기에, 사람들은 주로 "지식 체계"의 저장만을 생각했었다. 다시 말해 두가지 메모리 체계중에서 semantic memory의 연장에 초점을 맞춘 것이다. 하지만 컴퓨터가 저장할 수 없었던 우리 두뇌의 다른 기억 체계, 다시 말해 시공간적 정보가 함께 결합된 이벤트 메모리인 episodic memory를 컴퓨터가 대신 저장해 줄 것이라고 여긴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았다. 물론 인공지능을 연구하는 사람에게는 영원한 숙제이기도 하겠지만, 이게 어렵다고 본 이유는 바로 인공지능이라 할 지라도 어떤 이벤트에 얽힌 인간의 희노애락, 즉 감정(emotion)을 모두 전할 수는 없을 것이라는게 주 요지였다.

그러나 산업혁명에 기반한 경제가 "정보 생산의 혁명"으로 달려가고 있고, 그래서 "상품의 제조"(manafacturing goods)라는 산업 혁명 이후 경제의 중심 화두가 "정보 생산"(manafacturing information)의 패러다임에 의해 대체되고 있는 요즘, 우리는 이제 지식과 관련된 기억 뿐만이 아니라 우리의 이벤트에 얽힌 기억까지도 컴퓨터에 의해 저장되고 심지어 불특정 다수에 의해 공유된다는 어찌보면 무서운 현실에 놓여 있는 것이다. 지난 번 미국 프로야구 월드시리즈에서 일어났던 한 이벤트를 상기해 보자. 한 시카고 컵스(Chicago Cubs)의 야구팬은 시카고 컵스의 수비수가 잡을 수 있었던 파울 볼을 먼저 손을 내어 잡아, 결국 이날 경기 패전의 발단을 제공했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성난 시카고 컵스 팬들은 텔레비전 화면에 잡힌 이 사람의 모든 단서를 바탕으로, 이 사람의 신원을 확인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인터넷의 가공한 정보 저장과 빠른 정보 흐름으로 그 파울볼을 잡은 사람은 다음 날 신문 가판대의 1판이 나오기도 전에 직장에서 해고당하는 나락으로 떨어져야했다. 바로 그 사람이 입고 있던 옷에서 어떤 초등학교 야구단의 이름을 발견한 사람들은 그 단서를 바탕으로 사람들의 기억을 더듬어 내고, 여기에 근거해 이 사람의 신원을 금새 확보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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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번 한국 대선 때 부산 자갈치 시장 아줌마의 노무현 후보 찬조 연설에 대응해서 한나라당이 급조한 아이 교육 문제를 이야기하던 평범한 주부 찬조 연설자는, 인터넷에 공유된 기억에 의해 순식간에 한나라당 보좌관임이 폭로되어 망신살을 산 적이 있다.

그러나 뭐니 뭐니 해도 웹로그의 등장은 희노애락의 감정까지도 시공간적 묘사와 함께 영구히 남겨주는 진정한 의미에서 인간 "에피소딕 메모리"의 연장이라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본다. 특히 이동 전화와 무선 인터넷이라는 모마일(mobile) 테크놀로지의 진화에 힘입어, 모블로깅이 열어 보여주고 있는 가능성들 (Rheingold, 2002; Katz, & Rice, 2002)은 미디어는 기억이라는 명제를 다시 한 번 입증시켜 주고 있다. 우리가 중요하게 여기는 기억이라는 것은 알고 보면, 우리가 경험한 일이 서사체(narrative form)로 재구성되어 뇌에 존재하는 것이다. 그리고 바로 블로거들은 시공간의 흐름속에 남아 있는 이벤트에 얽힌 우리의 감정들을 온라인 상의 공유된 공간에 옮겨 놓음으로써, 컴퓨터라는 매체를 지식적 기억의 보관소를 넘어서, 인간 에피소딕 메모리의 연장으로 활용하고 있지 않은가?

인터넷 시대의 기억은 한나라당원의 평범한 주부를 가장한 텔레비전 찬조 연설자 사건과 클린턴 스캔들에서 볼 수 있듯이, 거짓 증언과 거짓 기억을 폭로한다는 점에서 일면 긍정적이다. 클린턴은 나는 그 여인과 결코 부적절한 관계를 맺지 않았다고 계속 부인했지만, 인터넷에 올려진 스타(Kenneth Starr) 보고서에 담긴 모니카 르윈스키의 적나라한 기억들은, 웹 이용자들의 기억속에 그대로 남겨 지지 않았는가?

그러나 인터넷이 가져온 인간 기억의 연장은 한편으로는 쓸모 없는 "기억"을 공유하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 컴퓨터 스크린에서 얻은 정보는 책을 보면서 얻어진 정보와는 질적으로 다르다. 누구도 이 두 정보 획득의 차이를 명쾌하게 말해주고 있지는 않지만, 분명한 것은 인터넷 시대에 쌓여 있는 기억의 편린들은 이미 우리를 "정보 인플레이션"(information inflation)으로 이끌고 있다는 점이다. 바로 이 정보 인플레이션 시대에 개별적 정보의 유용함은, 다른 무수한 정보의 양에 묻혀 가치를 잃게 된다. 기억하지 않아도 될 기억들을 제공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그러다 보니, 어떤 중요한 정보도 쉽게 마우스 클릭에 의해 trash can(휴지통)으로 들어가게 된다. 바로 닐 포스트만이 컴퓨터 시대가 열어놓은 정보 홍수를 비판했듯이, "우리는 정보를 일종의 쓰레기 형태로 가공하고 있다" (We have transformed information into a form of garbage). 한가지 문제는 좋은 정보들이 쉽게 쓰레기통으로 가는 반면, 정말 나쁜 정보들이 좋은 정보를 이기고 유통되는 이른바 데이터 가공의 "Gresham법칙"(Gresham's Law)을 경험하게 된다는 사실이다 (Baxter, 1999, p.146).

Baxter, C. (1999). Shame and forgetting in the information age. In C. Baxter (Ed.), The business of memory (pp. 141-157). Saint Paul, MN: Graywolf Press.
Brody, F. (1999). The medium is the memory. In P. Lunenfeld (Ed.), The digital dialectic (pp. 134-149). Cambridge, MA: The MIT Press.
McLuham, M. (1964). Understanding media: The extensions of man. New York: McGraw Hill.
Tulving, E. (1983). Elements of episodic memory. New York: Oxford University Press.
Rheingold, H. (2002). Smart mobs: The next social revolution. Cambridge, MA: Perseus Publishing.
Katz, J. E., & Rice, R. E. (2002). Social consequences of the Internet use: Access, involvement, and expression. Cambridge, MA: MIT Press.

Posted by gatorlog at November 18, 2003 08:21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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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likhh at November 19, 2003 08:57 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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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Anonymous at June 28, 2004 12:01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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