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느 블로거의 독백과 방백 블로그(www.gatorlog.com)를 시작하며 | Main | 증인들의 증언을 믿을 것인가? Sniper가 찬 타는? [연재 2] »

September 12, 2003

증인들의 증언을 믿을 것인가? [연재 1]

연재를 시작하며: Zerodie님의 블로그에서 영화 라쇼몽에 관한 정보를 보고, 도서관에서 대출해다가 4일간 밤에 짬을 내 영화를 다 보았습니다. 4일간 봤다는 말은 정말 재미없었다는 것을 반증하는거지요? 저는 이 영화 무척 재미없게 보았지만, 그래도 고전이라니까 한 번 고전답게 해석을 해 봐야 할 듯 하군요. 지난 번 "Google은 검색엔진의 MS가 될 것인가"를 연재한 경험을 살려 이번엔, 증인들의 증언에 관련된 인간 기억의 문제에 대해 연재를 해 볼까 합니다.

Akira Kurosawa의 고전 Rashomon은 하나의 폭력적 장면을 두고 네명의 증인이 서로 다른 증언을 하는 문제를 다루고 있다. 이 네명의 증인들 모두 같은 사건을 봤다고 증언하고 있지만, 각 증인들이 하고 있는 살인 장면에 대한 묘사는 서로 아주 다르다. 문제는 이 영화에서 각 사람이 만들어내는 기억이 특별한 편견 혹은 자신들의 필요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서로 자신의 기억은 절대적으로 타당한 것이라고 우긴다. 결국 Kurosawa의 영화를 통해 볼 수 있는 것은, 인간이 지각한 내용이 결국 기억단계에서는 심하게 훼손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 지각과 기억에서 오는 정보의 손실이나 왜곡은 단순히 어떤 정보가 시간의 흐름속에서 잊혀지는 문제를 의미하는 것만은 아니다.

인지 심리학자들과 사회 심리학자들은 오랫동안 이 문제를 연구해 왔다. 이중에서 가장 중요한 연구는 이른바 법정 심리학 (forensic psychology)이라고 할 수 있다. 왜 중요한가? 우리가 범죄 용의자를 죽 늘여 세워두고 증인에게 범인을 고르게 하는 경찰서의 lineups이나 법정에서 증인으로 나와 누가 사람을 찔렀는가를 증언하는 문제는, 단순히 우리가 어떤 영화에 관한 글을 Gatorlog에서 읽었는지, 아니면 씨네 21에서 읽었는지를 헷갈리는 문제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심각한 사안이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영화 Green Mile에서 우리의 착한 흑인 주인공은 흑인에 대한 특별한 스테레오타입(stereotype)의 희생자가 되어 소녀를 강간하고 살해한 흉악범으로 사형대에 서야 했다.

심리학을 그리 존중하지 않는 우리나라와는 달리, 미국에서는 이런 전문적인 심리학 분야에도 천재들이 많이 포진해 있다. 그 천재 중 한 명이 U of Washington의 Elizabeth Loftus박사이다. 로프터스 여사는 1970년대에 심리학자라면 누구나 기억할 만한 위대한 연구 몇 편으로 심리학계에 한 획을 그었고, 이른바 법정 심리학의 대모로서 언론에도 아주 자주 등장하는 스탠포드 출신의 대학자이다.

Posted by gatorlog at September 12, 2003 04:00 AM

Trackback Pings

TrackBack스팸 피해때문에 트랙백 닫았습니다
http://gatorlog.com/mt/mt-tb.cgi/1357

Listed below are links to weblogs that reference 증인들의 증언을 믿을 것인가? [연재 1]:

» ΰ from Bomber0@NeT
߼ ޿ å ѱ ϴ. ̸Ͼ E.H.Carr ' ΰ' ! å 縦 Ƹ б 2г ù ð ƴϾ ϴ. Ƿ , ð ĥǿ 'Ƿ Ͽ ϰ ϶... [Read More]

Tracked on September 14, 2003 12:14 AM

코멘트 스팸 피해때문에 코멘트 닫았습니다

얼마 전 한국에서 어느 초등학교 여학생이 의붓아버지에게 성폭행을 당했는데, 정신과 전문의와 상담한 내용이 법적인 증거로 제출되어 인정받아, 현재 의붓아버지는 구속중입니다. 그런데 과거에는 어린 아이의 진술이 법정에서 유효하지 않았다고 하네요...이런 일이 이례적이라고까지 하는데, 앞으로 한국에서도 심리학에 대한 보다 사회전반적인 새로운 인식이 필요할 것 같아요...좋은 글 감사합니다.

Posted by: 에드 at September 13, 2003 04:58 PM

Ed님 그 이야기 잘 꺼내셨네요. 그 비슷한 사례들이 이미 미국 전역을 휩쓸고 사회적 파장을 일으킨 적이 있습니다. 물론 Loftus박사가 이 문제에 관해 책도 펴고 학술논문도 썼습니다. 다음 연재 중간에 한 번 이 문제도 언급하겠습니다

Posted by: 아거 at September 13, 2003 08:07 PM

제 추석 비디오 대여 목록에 '라쇼몽'은 없었습니다.
말은 제가 먼저 꺼내놓고 이제와서 재미없음(개인적취향?)에 동감하고 빌려보기를 꺼려하고 있음에 괜히 아거님만 고생(?)시킨듯하네요. ㅋㅋㅋ 그래도 다보셨다니 존경시럽슴돠~

Posted by: 제로다이 at September 15, 2003 02:01 AM

아니...최근 몇 분의 코멘트와 트랙백을 받고보니, 다시 한 번 그건 지극히 제 주관적인 견해임을 밝히고 싶네요. 다른 분들은 재미있게 보신 분이 있는 듯 합니다. 그런데 저는 사실 그 영화에 나오는 순악질 여사 눈썹을 단 여자가 별로 마음에 안 들던데요.. 한 번 보세요.

Posted by: 아거 at September 15, 2003 03:57 AM

Post a comment




Remember Me?

(you may use HTML tags for sty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