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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ctober 08, 2003
인지적 분주함(cognitive busyness)속에 발생할 수 있는 인상 형성의 오류 가능성
어떤 사물이나 사람, 혹은 사건 (event)에 대한 인상을 형성한다는 것은 우리 삶의 가장 기본적인 일이다. 이 인상 형성의 중요함을 일찌기 간파한 Heider는 대인관계에서 발생할 수 있는 이른바 행위 추론의 귀인 이론 (attribution theory)이라는 것을 제안했고, 이는 사회심리학계에 매우 큰 영향을 끼쳐왔다. 귀인이라는 것은 우리나라 심리학 책에 나오는 말이고, 쉽게 말하면 "탓"이다. "탓"이론 하면 뭔가 이론이라는 거창한 느낌이 없을 것 같아서 그랬는지 어쨌든, 우리나라에서는 탓 이론이라고 하지 않고, 귀인 이론이라고 한다. 우리 일상 생활에서 이 "탓" (attribution)이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예를 들어 보자. 먼저 철수가 수업 시간에 늦게 들어 왔다고 하자. 어떤 사람들은 "아, 철수가 오늘 피치 못할 사정이 생겨 늦었구나." 아니면 "아, 차가 막혀 늦었겠지" 하고 철수의 지각 행위를 철수라는 개인을 둘러싼 환경 탓으로 돌릴 것이다. 그런데 평소 철수의 행동을 삐딱하게 본 사람들은 "아 저놈은 원래 태생이 게으른 놈이니까"라면서 철수의 성격 (personality)을 문제 삼을 수 있다.
이렇게 행동의 원인을 내재적인 개인의 특성으로 돌리는가, 아니면 외부 환경의 영향으로 돌리는가 하는 문제는 이런 단순한 예를 벗어나 때로는 심각한 사회 문제로 확대될 수도 있다. 이를 테면, 영화 "피고인(the accused)"에서 보았듯이, 겁간을 당한 여인을 보는 사회의 시선도 두가지로 나뉠 수 있다는 것이다. 모두 주지하다시피, 한쪽에서는 여자의 품행이 방정치 못하니까 그런게지, 그러길래 누가 그렇게 자극적인 미니 스커트에 가슴이 들여다 보이는 옷을 입으랬어? 라고 여자의 내적인 문제에 화살을 쏜다. 그러나 이는 여성 운동가들이 들으면 깜짝 놀랄 책임의 귀인이 아닌가? 이렇듯 책임의 원인을 따지는 행위는 모두다 주관적이다. 이는 우리가 일정 정도 나이가 든 사람이 어떤 대상에 대한 태도를 쉽게 바꿀 수 없는 것처럼, 책임을 전가시키는데서 빚어지는 우리 사고의 주관적 오류도 쉽게 바뀌지 않는다는 점이다. 또 태도가 우리의 주관적인 편견 (스테레오타입)의 굴레에 씌여 있듯이, attribution도 편견의 산물이다. 한마디로 노무현 대통령을 싫어하는 사람은 그가 무슨 말을 하면 뭐든지 자질론에 갖다 붙인다는 것이다 (최근 LA Times의 노대통령에 관련된 글에서 이런 해괴망칙한 경우를 보았다). (모든 사고가 다 이렇다. 여기서 최근 전여옥의 조선일보 칼럼을 또 논하고 싶지만, 생략하고...)...
그런데 내가 가장 비판하고 싶은 것은 어떤 사물이나 사건, 대상의 원인이나 결과를 돌리는 데서 사람들이 종종 신중치 못한 판단을 한다는 점이다. 그 신중치 못한 판단을 불러 일으키는 가장 중요한 변수 는 물론 우리의 스테레오타입이나 편견(bias)이다. 편견은 "편견을 가진 집단에 귀속됨"으로써, "잘못된 교육을 받음"으로써, 혹은 "한쪽에 치우친 (조선일보 같은) 미디어를 보는데서" 나온 산물이다. 이를테면 최근 한 연구에서 볼 수 있듯이 이라크 전쟁과 관련된 잘못된 정보 획득이 미디어에 따라 편차를 가져온다는 결과가 이를 입증한다. Fox나 Fox News처럼 우익 성향의 언론에 노출된 수용자들이 당연히 전쟁에 대한 왜곡된 인식 또는 착각을 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은 당연한 귀결이다. (Fox뉴스 본 사람이 원래 그런 생각을 가졌는가 아니면, fox news가 수용자의 잘못된 판단에 영향을 미쳤을까는 매우 중요한 문제이다. 여기에 대해서 '아거"의 주관적인 의견을 the Marmot's hole에 코멘트로 남겼는데 관심있는 분은 참조하시길...)
그런데 이런 편견과는 관계없이 어떤 대상을 읽거나 보거나 느낄 때, 우리의 인지적 처리 용량(cognitive capacity)의 한계에서 나오는 잘못된 인상 형성 (impression formation)을 무시할 수 없다. Daniel Gilbert라는 하버드 대학의 심리학자는 이런 인지적 처리 용량의 한계에서 오는 귀인 (attribution)의 오류 (errors)들을 실험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실험실 스크린에서는 어떤 여인의 표정이 몇 분간 잡힌다. 아무런 배경도 없다. 다만 여인의 얼굴에는 뭔가 불안해하고, 그 자리를 피하고 싶어하는 표정이 역력하게 나타나 있다. Gilbert 박사는 실험자 그룹을 두 그룹으로 나눠서 한 그룹에는 "저 여인은 현재 앞에 있는 (보이지 않는) 여행사 직원과 여행 스케쥴을 점검하고 있다"고 말해 준다. 다른 그룹에는 저 여인은 현재 앞에 있는 (보이지 않는) 남자에게서 느닷없이 그 여인 자신이 경험한 성적 환상의 세계 (sexual fantasy)에 대해 이야기해 달라고 요청을 받았다"고 말해 준다. 그리고 (주의를 돌리기 위해) 몇가지 다른 작업들 (예: 산수 문제 풀기)을 시킨 후 두 그룹에게 그 여인에 관련된 성격 테스트를 한다. 결과는 여인이 여행사 직원과 이야기 하고 있다고 들었던 집단은 여인과 관련된 성격을 거의 부정적인 쪽으로 간주했다는 점이다. 이를 테면, 저 여인은 초조하고, 안달하고, 심지어 신경질적인 성격일 것이다라고 본다는 점이다. 반면 그 여인이 성적 환상에 대한 이야기 요청을 받았다고 들었던 집단은 그 여인에 대한 그런 부정적 성격 묘사를 덜 한다는 점이다.
그런데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Gilbert는 그 두 집단을 또 두집단으로 나눠 한 집단은 스크린 밑에 자막을 넣어 그 자막을 소리내어 읽으라고 시키고 다른 집단은 그냥 자막없는 본래의 화면을 보여준다. 모든 다른 과정은 처음 실험과 같다. 실험 후 다시 여인에 대한 성격 테스트를 했는데, 놀랍게도 소리내어 자막에 나온 글을 읽으면서 여인의 표정을 본 집단의 실험자들은 여인이 성적 환상의 세계에 대한 이야기를 강요받았다고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여인의 심리를 부정적인 쪽(초조, 불안, 안달, 심지어 히스테리)으로 몰더라는 것이다. 다시 말해 인지적으로 분주하지 않을 때는 전체적인 상황 (context)을 잘 이해하고 어떤 대상을 관찰하기에 탓(attribution)에서 잘못이 일어날 확률이 줄어드는 데 반해, 인지적으로 분주할 때는 상황(context)보다는 어떤 일부분, 혹은 조그마한 단서 (cue)만 보게 됨으로써, 전체를 이해못하게 되고 결국 잘못된 탓 (attribution)을 할 수 있는 가능성이 커진다는 점이다.
전에 쓸모 없는 정보가 많아지는 것을 지적한 적이 있다. 최근 Odds & Edds글을 보니 약 90%의 블로그가 쓰레기라고 판단한다. "separate the wheat from the chaff(밀에서 왕겨 거르기, 즉 유용한 것 가리기)"는 중요한 일이다. 그런데 그것은 개인이 조금만 신경 쓰면 그리 어려운 문제는 아니다. 자기 취향에 따라 글을 읽으면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블로그를 쓰다 보니까 신경 쓰이는 것은 자기가 쓴 글이 다른 사람들의 분주한 블로그 탐색 행위 아래서 잘못된 인상 형성을 남길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요즘은 뉴스 aggregator 영향으로 제목과 요약 몇 소절만을 그냥 건성 건성 넘어가면서 읽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더 이런 문제가 걸린다. 이런 저런 이유로 나는 내 뉴스 reader인 NetNewsWire를 삭제해 버렸다. 뭐 읽는 글이 그리 많지도 않은데, 괜히 많은 블로그 RSS끌어다 놓고 제목하고 요약 보면서 시간 낭비할 필요가 없지 않은가?
여하간 이 놈의 블로그라는게 보통 가장 최근 쓴 글이 가장 위로 올라오고, 어떤 사이트에 처음 방문한 사람이라고 해도 좀처럼 뒤로 돌아가서 모아진 예전 글들을 보지 않기 때문에, 어느 순간 방문자가 어떤 글을 슬쩍 훑어 보고는, 한순간에 잘못된 인상을 형성할 수 있다는 우려가 든다. 이런 걸 생각하면 이렇게 블로그에 뭔가 생각해서 긴 글을 쓴다는 게 너무나 부질없는 것도 같고...
여하간 나부터 남을 한 두편의 글로써 평가하지 않으려고 노력중이다. 생각이 다른 블로거라도 최소한 논쟁의 도를 알고 있고, 다른 쪽을 이해할 노력을 하고 있다면 높게 평가한다. 이런 점에서 나와 생각이 전혀 다른 the Marmot's hole을 자주 읽고 있다. 박학다식하고 나름대로 논리 정연한 블로거다. 광주에 살고 있고, 한국어를 잘 이해하고 있는 듯 하다. 물론 (분주한 가운데 잠깐 든 인상은 ^^) 나와는 어떤 정치적 현상을 해석하는 시각이 아주 많이 다르다는 것이다. 이상할 게 없는 게 이 분은 한겨레도 읽고, 오마이도 읽고, 북한 뉴스도 많이 본다. 나는? 솔직히 할 말이 없다......나는 한겨레도 안 보고, 오마이도 안보고, 북한 뉴스도 전혀 모르는데......^^ 거기다가 나는 누구 말대로 "수구 꼴통 보수 정파지인" 조선일보하고 동아일보하고, "자본주의 옹호자들"이 만드는 "Wall Street Journal"하고 BusinessWeek만 보니까......그러니까 (^^) the Marmot과 Gator생각은 다를 수 밖에 없지 않은가? ^^
Heider, F. (1958). The psychology of interpersonal relations. New York: John Wiley.
Gilbert(b), D. T., Pelham, B. W., & Krull, D. S. (1988). On cognitive busyness: When person perceivers meet persons perceived.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54, 733-740.
로빈 윌리암스의 명연기가 돋보인 Good Will Hunting에서 많은 교훈을 얻을 수 있다. 겉으로 드러나는 반항적 모습 뒤에는 너무나 부서지기 쉬운 상처가 자리하고 있었다. 블로그식 글 읽기 처럼 쑥 지나가면서 곁눈질로 훔쳐 봐서는, 한 사람을 잘 이해할 수가 없다. 한 사람을 이해하지 못하면 그 사람의 borken heart도 치유해 줄 수 없다. 오늘 마지막 곡은 How Can You Mend A Broken Heart?
Posted by gatorlog at October 8, 2003 03:40 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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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ed on May 24, 2005 04:27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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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수(charlz) 왔다 갑니다..:)))
Aggregator를 꽤 오랫동안 습관으로 해왔던 저로써는 대다수의 블로그 엔트리가 "Thought Trigger" 역할이자 나아가서는 "Communication Trigger"의 역할을 톡톡히 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자신이 모르는 것들, 관심 분야가 아닌 것들, 그리고 나와 상관 없는 이야기들등등을 모두 "밀"로 판단하기에는 인터넷이 너무나도 다양하고 다른 라이프스타일들을 만들어냈고...블로그도 거기에 편승한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하지만, 아거님의 글을 읽고 생각해보면 말씀하시는 Prejudice에 의한 위험성이란 것이 꽤나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는데 대해서도 공감을 합니다. 그래도 이렇게 감당하기 힘들정도로 무한한 좋은 매체가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그는 경우가 되지는 않았으면 하는 바램이 듭니다.^^
Posted by: charlz at October 8, 2003 07:33 AM
저희 아버지는 하루 세번 뉴스를 볼때마다 노무현의 자질을 의심하고 현정부의 붕괴를 꿈꾸는 조선일보와 한나라당 매니아(?^^;;)이죠.그런 아버지에게 저는 노무현을 찍고 아직까지 현정부의 가능성을 믿는,다 저녁에 촛불들고 밖에 나가는, 앞뒤 못가리는 요즘애들중 하나이구요..잘못된 역사의 교육과 미디어의 구독으로(?-그러나 그게 이시대 중년의 현주소입니다.흔들리는 정책과 신뢰감없는 국정운영은 정년을 앞두신 아버지께 불안을 가중시키니까요.북한지원에 대한 불만과 경제적인 불안감까지..아버지는 자신의 자리가 불안하십니다.차라리 성장을 계속하던 그때가 더 나은 것 같습니다.이게 지금 대한민국 중년의 생각입니다)아빠께선 매일 설득용 비난을 계속 하시지만, 전 아빠와 논쟁하지도 않고(절대 아빠의 생각은 바뀌지 않죠...이미 굳건하지요~) 그의 생각을 무시하지도 않습니다.
아빠의 의견과 아빠는 다른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아빠는 저와 다른 생각을 가졌을뿐 저의 아빠입니다. 그것이 제겐 가장 중요한점입니다. 아빠가 제 의견을 잠잠히 들어주시고 옳은 것은 옳다 해주시면 더욱 좋겠지만, 그렇지 않아도 충분히 괜찮습니다. 그와의 관계가 충분하므로 의견이 달라도 우린 서로를 인격으로 존중합니다. 생각에 앞서 관계와 인격적 존중이 앞서야 하는 이유가 여기있지 않을까요? 형부와 the Marmot's hole의 긍정적관계도 여기에 근거한 것이라 생각됩니다.(형부 글의 중심요지엔 좀 비껴있지만 이글을 보니 아빠 생각이 나서요~^^;;;)
Posted by: leia at October 9, 2003 02:52 PM
전여옥씨가 지난밤에 있었던 해외이민 토론에서 찬성쪽에 앉으셨던 여자분이시죠??? 저 원래 토론하는거 좋아합니다(무자비식 토론 --; ) 근데요. 전씨 (참고로 저도 전씨) 말을 듣자니 화가 치밀더군요. 진짜 막 화나요. 티브이 토론장이 강남이였나보죵 ㅡㅡ???
Posted by: cromazen at October 14, 2003 09:58 A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