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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ly 27, 2003

Memory's fragile power

언제였던가 기억이 안난다. 분명 종로 2가에 있는 코아아트홀에서 일포스티노(il postino)를 봤는데, 언제 봤는지 또 이 영화를 볼 때 옆에 누가 있었는지 전혀 기억이 안난다. 며칠 전에 시내에 있는 공공 도서관에서 DVD를 빌려 놨다가 오늘 밤에서야 시간을 내서 다시 봤다. 영화가 워낙 감동적이었다는 생각도 있었지만, 솔직히 이 영화를 보기 전에는 내용을 정확히 기억할 수 없었다. 그냥 오랫동안 이 영화에 딸린 <영화음악 (ilpostino.mp3)만 좋아서 가끔 듣고 있었을 뿐이다. 내용상으로는 막연히 반체제 시인과 우체부의 진한 우정이야기로만 남아 있었고...마지막에 시인이 암살 당한다는 기억이 어렴풋이 있었다..하지만...기억은 여지없이 나를 실망시켰다. 결국 마지막에 죽은 사람은 시인이 아니었으니까....내가 인간 메모리를 연구하는 사람 맞는지 모르겠다. 정말 슬퍼진다.

이제 웹로그를 쓰기 시작했으니 더 이상 기억에 배신당해 슬퍼할 일은 없겠군..자세히 기록해두자...
영화는 물론 아내와 다시 봤다. 날짜는 여기 남을테고...

ilpostino1.jpg

영화를 보면서 이런 생각들이 들었다...사랑하면 시인이 되는구나...."그리움"이라는 것은 시대와 세대와 인종을 뛰어넘는 보편적 가치이다. ... 순박한 사람일수록 사람에 대한 그리움이 더 큰 것 같다. ....그리움의 관계는 때로는 공평하지 못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회자정리가 인간사의 본질이기 때문에, 살면서 우리는 늘 누군가를 떠나고, 또 누군가가 우리 곁을 떠나는 일을 겪는다. 하지만 두 사람 중 어떤 사람은 더 오랫동안 그 추억을 안고 사는데 반해, 다른 한 사람은 쉽게 그 추억을 잊는 경우가 많다.

그 섬에 ...아마 이태리 시실리 섬이 아닌가 싶다... 가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섬에 대해 가장 좋은 것을 녹음기에 대고 이야기 해보라는 시인의 말에, 마리오는 베아뜨리체 루소라고 사랑에 빠진 여인의 이름을 말하는 대목도 인상적이었다. 영화의 완성도를 높이는 것은 마지막 장면...시인 파블로가 베아뜨리체의 그 inn에 들어갔을 때, 조그만 사내 애가 나오고, 그 뒤에 베아뜨리체가 "파블리또"라고 부르는 목소리...아들이 태어나기 전에 마리오가 존경하는 파블로 시인의 이름을 따서 파블리또라고 하자고 했지만, 베아뜨리체는 "떠난 후 우리를 기억도 못하는 그런 사람" 이름을 왜 붙이느냐고 반대의사를 보였다....결국...
인생은 아름다워와 별 연관이 없는데, 같은 이태리 영화라 그런지, "인생은 아름다워" 마지막 장면에 미군 탱크를 타고 멋모르고 가는 아들의 마지막 모습이 함께 오버랩되면서 내 눈가를 적신다.

Posted by gatorlog at July 27, 2003 02:23 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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