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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Buck Stops Here [책임은 내게 있다]

May 29th, 2010

멕시코만 원유 유출피해가 단일사건으로 미국이 경험한 최악의 재앙이 되어가고 도무지 수습의 실마리가 잡히지 않고 있다. 아직도 쉬지 않고 바다로 뿜어지는 원유를 효과적으로 멈출 완벽한 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오염의 정도는 더욱 심해지고 피해범위는 넓어지고 있는 현실에서 환경을 걱정하는 미국인들과 생업과 생계의 터전을 잃은 현지 주민들은 망연자실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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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해서든지 피해배상액을 줄이려는 BP는 의회청문회에서 트랜스오션이라는 회사와 조지부시 정권때 실세였던 딕 체니가 깊이 연관된 할리버튼에 책임을 떠넘기는 추악한 모습까지 보이면서 여론의 질타를 받고 있다. 매일밤 심야 토크쇼 코미디언들은 BP를 비웃는 개그를 던지고 있고, 트위터에는 BP의 무책임한 대공중관계(PR)를 풍자하는 풍자 트위터 @BPGlobalPR가 큰 인기를 얻고 있다. 5월 19일 시작해 연일 BP를 비꼬고 있는 이 트위터는 9일만에 8만명 이상의 팔로워를 얻어 BP의 심기를 불편하게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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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가운데 오바마 미대통령이 멕시코만을 두번째로 찾았다. 검붉게 변한 멕시코만의 해안에 도착한 그는 장화를 신고 있었다. 연청색 와이셔츠 소매를 걷어입은 그는 바닷가에 쪼그려 앉아 파도가 운반해온 타르더미를 집어들고 “붐(boom)에 흡수되지 않으면 인력으로 모두 걷어내야겠지요”라고 말했다.
이어서 바로 그곳에서 전국으로 중계된 기자회견을 가졌다. 기자회견장 뒤로 터전을 잃은 바닷갈매기의 구슬픈 울음소리가 배경음악처럼 계속 들렸다.

“이 위기를 해결하는데 있어, 모든 책임을 제가 지겠습니다.” 라고 운을 뗀 오마마 대통령은 그다음 같은 요지의 말을 이런 표현으로 되풀이했다.

I’m the President, and the buck stops with me.


미 주요 언론들은 모두 “the buck stops with me”를 타이틀로 혹은 사운드바이트로 뽑아 이 뉴스를 전했다. 우리에겐 전혀 친숙하지 않은 이 말은 도대체 어떤 뜻을 갖는가? 이 표현을 이해하려면 일단 buck라는 단어의 뜻을 알아야 하는데, 현대 미국 영어에서 buck는 주로 달러를 뜻하는 속어로 쓰인다. 하지만 여기서 buck은 그 의미와는 관련이 없다. buck은 카드게임에서 사용되는 은어였다. 카드게임에서 카드를 돌리는 가운데 종종 속임수가 있었고 이때문에 칼(총)부림 나는 경우가 많이 생기게 되면서, 세션마다 카드돌리는 것을 바꾸는 룰이 생겨났다. 다음 번에 카드 돌릴 사람은 앞에 표식을 받게 되는데, 이 표식으로 순록(buck)의 뿔(horn)로 손잡이를 만든 주머니용칼이 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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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를 돌린 사람이 다음 순서인 사람에게 패를 넘길 때, 이를 pass the buck이라고 했던 말은 여기에서 유래했다. 카드에서 가장 중요한 deal (패섞는 것)을 넘기는 직설적 의미가 오늘날 ‘책임을 떠넘기다’라는 은유적 의미로 굳어진 것은 또다른 이야기가 있다.
미 33대 트루먼 대통령의 고향마을 친구였던 미주리의 보안관 프레드 캔필(Fred Canfil)은 어느 날 오클라호마주의 한 연방감화원을 찾았다가 우연히 the buck stops here라는 사인을 보고, 트루먼을 위해 이 문구를 넣은 책상용 장식용 표지판을 만들어 선물했다고 한다. 그림에서 보는 것처럼 앞면에는 The Buck Stops Here.라고 적혀있고 뒷면은 I’m from Missouri라고 적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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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대 대통령의 집무실에 있다가 미주리 트루먼 박물관에 소장었던 이 표지판은 지미카터 대통령의 집권시절 다시 백악관으로 돌아왔다고 한다. 트루먼 대통령은 이임 연설에서도 이 표현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The President – whoever he is – has to decide. He can’t pass the buck to anybody. No one else can do the deciding for him. That’s his job.”

원유유출의 피해와중에 차기 대권을 노리는 두명의 공화당 예비주자들이 오바마를 연일 공격하고 있다. 흠집을 많이 내기 위함도 있지만, 사람들의 불만을 부추기고 동조함으로써 자신들의 이미지를 부각시키려는 정치적 동물들이다. 그 한명은 당연히 원유가 유출된 루이지애나 주의 주시사 바비 진달이다. 바비 진달은 인도 2세 미국인으로 엘리트 코스를 밟고 공화당의 오바마로 불리는 유망한 정치인이다. 다른 한명은 현재 미국에서 가장 많은 열성팬과 가장 많은 적을 가진 정치인 새라 페일린이다. 바비 진달은 역시 계산된 차분하면서도 진지한 모습으로 현장을 누비면서 미국인들에게 긍정적 이미지를 주고 있는 반면, 요란한 빈수레 새라 페일린은 뚜렷한 대안 제시없이 오로지 비난 게임에만 올인하고 있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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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New Yorker, May 31, 2010, p.36]

이런 가운데 오늘 오바마 대통령이 던진 “The Buck Stops with Me”는 오늘날 우리나라 정치 현실과 대비해 큰 울림을 준다. “내가 대통령입니다. 남에게 책임넘기지 않고, 모든 책임은 제게 있습니다”
혹자는 말은 쉽다고 할 지 모른다. 하지만 기업이건 정치인이건 위기 상황에서 ‘책임은 모두 저에게 있습니다’라고 말하는 사람을 찾는 일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나 자신이 직접 잘못한 일도 아니고, 탐욕에 쩌든 악한 기업의 행위로 인해 빚어진 재앙을 자신에게 돌린다는 것, 이것은 매우 큰 용기이며 존경스러운 결정이다.

국민적 저항앞에 “국민을 편안하게 모시지 못한 제 자신을 자책했다”고 고개를 떨구는 시늉을 했던 우리나라의 대통령이라는 작자는 2년 뒤 “국민들은 반성하라”고 훈계했다. 천안함 관련 사건의 원인이 어디에 있든지 입이 열개라도 할말이 없어야 할 살아남은 장성놈들은 무슨 개선장군마냥 의기양양하게 기자회견을 갖고 국민들을 겁박하고, 연일 전쟁의 공포로 한반도를 다시 긴장상황으로 몰아가고 있다.

이명박정권의 거짓말과 국민협박에 신물이 난 우리네들은 그놈의 섬기겠다는 말은 이제 듣기도 싫고, 제발 단 한번만이라도 “책임은 모두 제가 지고 가겠습니다”라며 국민앞에 진지하게 말하는 것을 듣고 싶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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