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의 전당대회라 할 수 있는 세계 개발자 컨퍼런스(WWDC) 2010에서 스티브 잡스의 키노트에는 드라마가 없었다. WWDC전인 6월 7일 비즈니스윅에는 월가에서 예상했던 스티브 잡스 키노트 내용이 실려있는데, 그의 키노트는 이 예상에서 조금도 벗어나지 못했다. 일반인들에게는 여전히 ‘와우’를 불러일으키는 발표였지만, 주가의 등락으로 밥먹고 사는 월가의 분석가들에게는 한마디로 김빠진 키노트가 된 셈이었다. 이미 아이폰4의 프로토타입이 기즈모도를 통해 유출되어 발표전 기밀유지에 신경을 곤두세우는 스티브 잡스를 완전히 물먹인 셈이다. 이쯤되면 스티브잡스가 그렇게 보안유지에 목숨거는 이유를 이해하고 남지 않은가.
월가의 사람들은 싱겁게 끝난 WWDC에서 3초에 한대 팔려나간다는 스티브 잡스의 예외없는 허풍을 들으며 키득거리고 있었다고 한다. 그렇다면 월가의 분석가들이 듣고 싶어했던 혹은 애타게 기다리던 발표는 무엇이었단 말인가? 위 비즈니스윅 기사에 인용링크된 월가의 한 분석가는 “라라(Lala)를 인수해 간 애플이 아이튠즈에 클라우드 서비스를 더해서 사용자들이 어디에서든 음악을 틀고 접근할 수 있는 서비스를 내놓기”를 기대했다고 했다.
월가에 일하는 사람들은 반쯤은 조급증 환자들과 반쯤은 현실감각이 없는 사람들로 구성되어 있는 것 같다. 이들은 얼리 어답터들보다 더 조급하고 훨씬 더 앞서나간다. 물론 스티브 잡스는 월가가 꾸는 꿈을 모두 한번에 보여주는 법이 없다. 거기다가 월가의 사람들이 간과하는 스티브 잡스의 성격이 하나 있다. 느긋함이다. 왜 그렇게 느긋한 지. 전략적 느긋함이랄까. 연애로 말하면 밀고 당기기를 아주 잘하는 스타일이다.
스티브 잡스는 시장에서 제일 먼저 치고 나가는 이노베이터가 되기를 언제나 거부한다. 늘 뒷북치는 이노베이터인 셈이다. 스티브 잡스의 공연은 다른 공연연주가들의 요란스러운 공연뒤에 잡힌다. 다시 말하지만 애플은 새로운 시장을 먼저 개척하려 하지 않는다. 일단 몇 놈 뛰어들때까지 꾹 참고 기다린다. 물론 그 와중에 애플은 놀고 있는게 아니다. 애플은 성미가 급한 다른 이들이 먼저 뛰어들어 시장에서 뜨뜻미지근한 반응으로 고개를 갸우뚱 거릴 때를 노린다. 그리고 이들 성미급한 이들이 실패한 바로 그곳에서 그들과 다른 발상으로 문제 해결을 하려한다.
사람들은 언젠가부터 애플에게 자꾸 뭘 해달라고 요구하기 시작했다. PDA와 스마트폰이 시장을 뜨겁게 달구지 못하고 있을 때 사람들은 스티브잡스를 쳐다봤다. 크게 주목을 끌지 못한 소니의 e-book 리더기에 이어 아마존에서 처음으로 힛트시킨 하드웨어인 킨들(Kindle)이 나왔을 때, 사람들은 애플이 전자책 리더를 만들면 좋을건데라고 또 스티브잡스에게 언제 만들건지 졸라댔다. 이때마다 스티브 잡스는 딴청을 부렸다. 전자책 시장에 대해서는 심지어 ‘미국인들은 책을 읽지 않는다’라고까지 말하면서 전혀 관심없다는 딴청을 부리지 않았던가. 사람들은 이제 스티브 잡스의 패를 어느 정도 읽은 것 같다. 스티브 잡스가 강하게 부인하는 곳에 애플의 비밀공작이 진행되고 있는 것임을. 최근 스티브잡스는 애플이 TV시장에 진출할 생각이 없냐는 질문을 받고, 또 한번 강하게 부인했다. 애플 TV는 취미로 하는 것일 뿐이라고. 언제가 될 지 모르지만 무대위에서 애플 TV의 베일을 벗기는 스티브 잡스를 모습을 보게될 날이 올 것임을 확신할 수 있는 대목이다.
스티브 잡스가 시장의 선두주자로 뛰어들지 않았다고 애플사가 애초에 이노베이션을 견인할 역량이 없다거나 애플은 이노베이션 흉내장이라고 말하는 사람은 없다. 언젠가 이코노미스트지에서 언급한대로 세계에서 가장 혁신적인 기업으로 추앙받는 애플의 이노베이션은 독특한 특징을 가지는데, 바로 완전히 다른 형태의 상품 카테고리를 내놓는게 아니라 이미 존재하는 제품영역에서 다른 회사들이 한 반쯤 구워놓은 혁신적인 생각의 나머지를 채우면서 완벽에 가까운 혁신의 빵을 내놓는 것이다. 애플의 기업 역사와 애플 제품들의 진화에 정통한 사람들은 애플이 그동안 세상에 선보였던 혁신적 제품들은 모두 다른 회사들이 미완에 그친 혁신들을 계승해 마저 완수한 것임을 잘 알고 있다. 1984년 내놓은 매킨토시, 2001년의 아이팟, 2007년의 아이폰, 그리고 2010년의 아이패드가 모두 같은 제품군에 뛰어든 다른 회사들이 이뤄놓은 절반의 혁신을 볼모로 잡고 이뤄낸 혁신이 아니던가.

구글은 다르다. 구글은 되든 안되든 일단 저질러 놓고 보는 경향이 있다. 구글과 애플은 이미 여러 사업영역에서 소리없는 전쟁을 시작한 셈이다. 이번 WWDC에서 스티브 잡스는 아이폰4에서 기본 검색엔진을 구글,야후,마소의 Bing 3개중에 하나로 택할 수 있다면서, 무슨 영문인지 몰라도 Bing이 참 훌륭하다고 덧붙였다. 지난 번에도 말했듯이 스티브 잡스의 키노트 발언중 그냥 애드립으로 나오는 말은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역시 스티브 잡스가 은연중 구글을 견제하고 신경전을 편다는 것을 느낄 수 있는 대목아닐까.
그렇다면 스티브 잡스가 가장 신경을 곤두세우는 구글의 사업은 무엇일까? 많은 사람들이 예상하듯 스마트폰 시장에서 아이폰 OS와 구글의 안드로이드의 싸움이다. 이 싸움은 이제 스마트폰을 넘어서서 애플의 아이패드와 이 새로운 마술패드에 맞서는 모든 세력들이 옹립한 안드로이드에서 돌아가는 태블릿으로 확대되었다. 하지만 이 눈에 보이는 거대한 싸움 다른 쪽에서 구글은 애플의 주력군을 공격할 준비를 하고 있다. 아니 이미 그 쪽에 출사표를 냈다. 바로 클라우드 컴퓨팅의 동력을 받는 구름위의 음악 서비스이다. 구름위의 음악(cloud music service)이라 함은 음악을 듣는 소비자들이 자신의 컴퓨터나 뮤직 플레이어에 음악을 저장하는게 아니라, 다른 회사들의 서버에 음악을 맡겨놓고 필요할 때마다 이를 꺼내서 듣는 형태의 음악 서비스를 말한다. 2000년대 닷컴 버블 시대를 살았던 분들이라면 대번에 mp3.com을 떠올릴 지 모른다. 어떻게 보면 현재 애플과 구글등 거대 회사들이 눈독을 들이는 미래형 뮤직 비즈니스 모델은 과거 닷컴 버블 시절에 이미 법원으로부터 저작권 문제로 철퇴를 맞아 문닫았던 mp3.com 형태의 비즈니스 모델이 부활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물론 그때와는 달리 음악을 서버에 올리는 모델이 아니라, 이미 저작권료를 지불한 음악을 클라우드 서비스 제공 회사의 소프트웨어가 인식을 해서 이를 업로드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에서 세상에서 가장 쫀쫀한 미음반협회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는다는 점이 다를 뿐이다.
이 구름위 음악 서비스 시장에서 구글은 아직 전력이 약하다. 그렇다고 아주 준비를 해오지 않은 것은 아니다. 언젠가부터 구글은 MySpace에서 소유한 iLike와 제휴를 맺고 구글에서 음악을 검색하는 손님들에게 해당음악의 일부를 바로 스트리밍해주는 서비스를 선보여왔다.
엊그저께 애플 전당대회 시작전에 애플측은 루이 암스트롱의 음악을 많이 틀어줬다고 한다. 특히 교주님이 등장하기 바로 전에는 What a wonderful world를 틀어줬다고 하니, 이는 ‘애플과 함께 하는 세상 이 얼마나 아름다운가’라는 최면을 걸어준 효과를 낸 것이 아니겠는가. 말이 옆으로 샜는데, 이 what a wonderful world를 구글링해보라. 맨 위에 바로 아래와 같은 음악 스트리밍이 나오고 사람들은 바로 이 곡의 일부를 바로 들을 수 있다. 정말 what a wonderful world 아닌가?

거기다가 유튜브를 소유하고 있는 구글은 어떻게 보면 MTV보다 더 막강한 뮤직 비디오 채널을 소유하고 있다고 볼 수도 있지 않은가? 현재 전세계 디지털 음악 유통의 절대군주로 추앙받는 애플로서는 당연히 신경쓰일 수 밖에. 거기다가 구글이 미래의 음악 유통인 구름위의 음악 스트리밍 사업에 전력투구한다고 하니 말이다. 애플이 라라(lala)를 인수해서 일단 이 사이트를 폐쇄한 것도 당연히 미래의 음악 사업이라고 볼 수 있는 구름위의 뮤직 비즈니스를 위한 장기적인 포석으로 볼 수 있다.
이와는 약간 다른 형태로 인기 있는 음악 서비스는 인터넷으로 소비자의 취향에 맞는 음악들을 틀어주는 인터넷 스트리밍 회사들이다. 판도라(Pandora)와 last.fm등이 대표적 회사들이다. 그런데 이 회사들의 강점이자 약점은 소비자들이 구입한 음악을 연주하는게 아니라, 소비자들이 선택한 음악 채널을 틀어주는 일종의 인터넷 음악 라디오로 기능한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 1960년대 라디오 모델을 인터넷과 컴퓨터 그리고 스마트폰에 재현한 뮤직 비즈니스 모델에 지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물론 60년대 라디오 시대의 음악 모델과는 달리 이 인터넷 뮤직 스트리밍의 DJ는 바로 ‘당신’이거나 아니면 컴퓨터 알고리듬이 되는 셈이다. 이와는 달리 클라우드 뮤직 서비스는 일단 하늘 위에서의 싸움이다. 제공권에 관련된 공군의 싸움터이다. 지금까지 뮤직 비즈니스에서 이미 애플은 최강자다. 최강자이지만 아직까지 애플의 주력군은 하늘에 있는게 아니라, 소비자들이 땅위에서 들고 다니는 작은 아이팟에 들어 있다. 애플은 이 땅위의 주력부대를 모두 구름위로 옮겨가려고 한다. 왜 그래야 할까? 바로 이노베이터의 딜레마를 알고 있기 때문이다. 애플이 기존 음반유통 시장을 뒤집을 때 들고 나왔던 주력 화포였던 아이튠즈와 아이팟은 일종의 와해적 혁신(disruptive innovation)이었다. 와해적 혁신으로 시장의 지배적 위치에 오른 기업들이 계속 존속성 혁신 (sustainable innovation)에 의존한다면 또다른 와해적 혁신(disruptive innovation)앞에 당황하고 결국에는 무너질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지금 애플은 구름위의 음악 서비스를 새로운 와해적 혁신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최강자가 또다른 혁신을 내놓지 않을 경우, 언제든지 시장은 뒤집힐 수 있다. 애플은 물론이고 어느 누구도 이 새로운 혁신에서 완벽한 기술을 보여주고 있지는 않다. 클라우드 컴퓨팅 사업은 애플에게는 늘 버거운 짐이다.
사실 애플은 오래 전부터 이 클라우드 컴퓨팅 시장에서 뭔가를 하려고 애를 썼지만, 계속 물을 먹고 있다. 이른바 닷맥(.Mac)이라는 서비스가 그 예이다. 클라우드 컴퓨팅의 초기 모델인 닷맥은 지금은 MobileMe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변신했는데, 모빌미의 로고를 보면 실제 구름위에 떠있는 맥 어플리케이션들을 볼 수 있다.
애플은 현재 노스캐롤라이나주의 메이든이라는 한 시골마을에 십억달러의 데이터센터를 짓고 있는데, 이 데이터 센터는 모밀미(MobileMe)를 위해서라기보다는 애플이 공들이고 있는 구름위의 음악 서비스를 위해 마련하는 것이다. 라라(Lala)를 사들여 서비스를 폐쇄한 애플이 스티브 잡스의 다음 번 공연을 위해 야심차게 준비하고 있는 사업일 지 모른다.
미래의 음악 서비스가 구름위의 음악 서비스가 될 지 아니면 판도라나 last.fm처럼 스마트폰과 태블릿에 재현된 60년대의 라디오식 음악 채널이 될 지 아니면 현재 유럽에서 전망있다는 On-demand 뮤직 스트리밍 서비스인 Spotify 혹은 비슷한 류의 미국 서비스 Mog식 모델이 될 지는 누구도 예측할 수 없다.

어떤 모델이 되더라도 현재 유망한 세가지 모델은 기존에 우리가 경험했던 음악 비즈니스 모델과는 근본적으로 구분되는 뭔가가 있다는 점을 마지막으로 지적하고 싶다. 그 근본적 차이는 바로 음악을 듣는 행위가 이제 개인적인 영역을 벗어나 사교적 영역으로 들어갔다는 점이다. 트위터와 페이스북에서 사용자들은 이제 단순히 뉴스를 넘어서 음악과 뮤직 비디오를 공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뮤직 2.0을 대변하는 주요한 키워드는 소셜 뮤직이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닐 듯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