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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적 맥락속의 (음주, 총기) 문화

물이나 청량음료 한컵보다 필스너 한잔이 더 싼 나라, 유럽과 북미 어느 나라보다 13-15세 음주율이 높은 나라, 성인들의 맥주 소비량 전세계 1위인 나라… 바로 체코.
Lower-Hops Diet 권장과 청소년 음주율을 떨어뜨리기 위해 체코 보건장관이 물과 비알콜류 가격을 맥주값보다 낮춰보려고 하지만 체코인들로부터 환영받지 못하는 분위기.

“맥주는 성인들에게 모유와 같다. 체코 사람들에게 맥주는 프랑스인들에게 와인, 러시안인들에게 보드카와 같다”는 현지인의 반응에서 읽을 수 있듯이 맥주는 체코인들의 삶의 젖줄과 같은 역할을 한다.

그러니 아무리 국민들의 건강을 위한다는 명분을 내세워도 규제 논쟁의 테이블 위에 맥주를 함께 안주로 올려놓지 말라는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과의 인터뷰에서 한 술집 업소의 주인은 ‘참 사람 열받게 한다. (나라에) 더 시급한 이슈들이 있다. 사람들은 일자리를 찾고 있는데 정부가 제발 더 중요한 일에 신경썼으면 좋겠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국가적 건강계몽 캠페인과 규제들을 경험한 나라의 사람들이라면 전혀 이상할 게 없는 어쩌면 아주 미미한 단계의 음주 관련 규제 논의에 체코인들이 이런 과민반응을 보이는데는 맥주가 체코인의 삶에 뿌리깊이 박혀 있다는 이유 말고도 또 다른 이유가 있다고 한다. 체코의 보건장관인 Dr. Leos Heger은 과거 소련의 위성국이었던 체코(슬로바키아) 당시 경험한 억압적 정치 체제에 대한 경험때문에 체코인들은 정부 규제라면 반감을 갖는다는 것이다. 그런 반규제 문화를 이해하기에 그는 ‘흡연이나 음주를 규제하는 것은 생각지도 않는다고 말한다. 술소비를 반대하는게 아니라 (청소년 음주율을 줄이는 것 같은) 이성적인 음주문화에 대해 이야기하자는 것일 뿐이다’라고 한다.

정부 규제를 싫어하는 미국인들도 현재 체코에서 논의되는 수준의 음주 소비 개선안보다 훨씬 강도높은 규제 조치를 군말없이 따르고 있다. 미성년자에게 술을 팔다 걸리면 엄청난 벌금을 부과하고, 심지어는 가게의 면허까지 정지시켜 버릴 정도니 말이다

어쩌면 현재 미국에서 진행되는 총기규제에 관한 논의를 지켜보며 전세계 많은 나라의 시민들이 미국인들을 이해 못하는 것도 이 체코의 사례에 비추어 보면 이해가 될 수 있을지 모른다. ‘저놈의 나라는 총때문에 저렇게 많은 사람들이 죽어나가는데도 왜 총기 규제를 못하는 걸까?’ 인디언으로부터 아메리카 대륙을 강탈할 때부터 미국 서부 개척의 역사를 거쳐 오늘에 이르기까지, 현 미국의 지배적 인종인 백인들이 목숨만큼 소중하게 여겼던 것이 바로 총기 소유의 자유였기 때문이다. 그 총으로 가족과 땅을 지켜왔고 대를 이어 총쏘는 문화를 유지해 왔고, 그래서 미국 건국의 아버지라는 사람들은 헌법에 ‘말할 자유’다음으로 ‘총기 소유의 자유’를 박아버려 그 자유만큼은 영원토록 건드리지 못하게 만들어 버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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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미니미
    January 25th, 2013 at 14:14 | #1

    개인적으론 (가족을 지키는) 좋은 총과 나쁜 총이 있는데 총기규제가 좋고 나쁨을 진정성으로 분리할 수 없기 때문에 영원히 문제가 되는거 같아요. 적어도 대량살상이 가능한 자동 소총 구입이나 개조 만이라도 전면 금지가 됐으면 좋겠네요.
    이러한 맥락에서 한국에선 빨갱이를 빼고는 정치색을 논하지 못하는 것일까요?

  2. 아거
    January 25th, 2013 at 20:51 | #2

    총을 만지는 사람들 가운에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이 있어서 문제가 되는 것은 맞는 것 같습니다. NRA가 퍼뜨린 논리가 바로 ‘총이 사람을 죽이는게 아니라 사람이 사람을 죽인다”였지요. 제일 논리없는 사람들이 즐겨쓰는 상투적 논리더군요.

    사실 전 전면적 규제론자이지만, 위에 이 글을 쓰면서 내 생각이 나로서는 가장 이성적이고 친사회적일지라도 내가 느끼지 못하는 그들만의 역사,문화적 경험들을 그냥 걍 무시해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은 들었습니다.

  3. January 26th, 2013 at 03:16 | #3

    맥락은 좀 다르지만, 위에 ‘미니미’ 말씀도 그렇고, 일전에 박경신 교수(방통심 심의위원으로 표현의 자유 운동에 열심이신)와 인터뷰할 때 모욕죄와 혐오죄를 구별하면서, 모욕죄에 대해선 단연코 강한 폐지의견을 피력하셨지만, 혐오죄에 대해선(우리나라는 혐오죄가 없습니다) 이를 인정할만하다는 취지로 말씀하셨던 게 연상되네요.

    박경신 교수의 말씀인 즉, 아주 거칠게 제 식으로 해석 요약하면, 모욕죄는 마치 형사법상 명예훼손과 같이 권력이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데 악용되는데 반해, 특정한 역사적 체험자들, 가령 유태인들에게 나치 찬양이 그렇고, 625체험자들에게 북한 찬양이 그렇듯, 혐오죄는 형사법상 주요 원칙인 ‘명백, 현존하는 위험’을 그런 특정한 유형의 체험자들에게 일으킨다는 것을 근거로 삼더군요.

    아거 님의 글이 담고 있는 역사적 맥락을 강조하신 관점이 이런 기억들을 떠올리게 했나봅니다.
    그나저나 이게 얼마만에 블로그로의 복귀입니까!!
    그야말로 감격적인 순간! : )

  4. 아거
    January 26th, 2013 at 11:43 | #4

    @민노씨
    역사적 맥락을 강조하긴 했지만, 그렇다고 잘못된 역사적 뿌리에서 기인한 잘못된 제도나 관습을 그대로 유지해야 하는가는 또 논의가 필요하겠지요.
    댓글이 스팸함에 가 있더라구요. 블로그 오랜만에 글 쓴 것 환영해 주셔 감사합니다.

  5. January 26th, 2013 at 22:10 | #5

    G+에서의 말씀을 이어서 한 번만 더 ‘물면’(^^) “잘못된 역사적 뿌리에서 기인한 잘못된 제도나 관습을 그대로 유지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은 아주 중요한 질문이라고 생각하는데요. 이에 대한 아거님의 고민을 결어로 쓰시는 선에서 이 글을 퇴고/보충해 슬로우뉴스에 올려주시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끝으로 한 번 더 해보게 됩니다. ㅎㅎ

  6. January 26th, 2013 at 22:39 | #6

    추. 슬로우뉴스 페이지에 소개했습니다. ^ ^
    http://www.facebook.com/slownewskr/posts/3337475500677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