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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라우스-칸 사건과 음모론

프랑스인들을 대상으로 한 5월 16일 여론조사 (CSA poll: 838성인)에서 도미니크 스트라우스-칸(DSK)이 ‘정치적 덫’에 걸렸다고 생각하는지를 물었다. 조사결과, 22%의 응답자가 “Yes, Certainly” 35%가 “Yes, probably”라는 반응을 보였다. 모르겠다는 응답은 11%, ‘그렇지 않을 것’이라는 응답은 18%, ‘절대 그럴리 없다’는 대답은 14%였다 (via WSJ: Across Europe, Views on Strauss-Kahn Diverge). 특히 사회주의당 지지자들이 덫에 걸렸다고 믿는 비율은 70%로 나타났다 (via Most French People ‘Think DSK Was ‘set-up’).

프랑스 미디어에서 ‘음모론’ 가능성을 일축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과반수 이상의 프랑스인들이 음모론 가능성을 믿는 이유는 무엇일까?

(1) 문화적 자존심에 생채기 남김: 퐁네프의 연인, 몽마르트 언덕, 프렌치키스등 프랑스 특히 파리를 생각하면 사람들은 늘 낭만과 아름다운 사랑을 떠올리는 경향이 있다. 프랑스인들은 문화적 자존심과 우월감이 유별난 사람들이다. 그런데 DSK라는 국제적 거물의 일탈된 범죄행각때문에 ‘파리의 연인’이라는 낭만적인 프랑스인 이미지가 일순간 ‘파리의 rapist’처럼 바뀌는게 프랑스인들에게는 편치않다. 거기다가 스트라우스-칸은 차기 유력한 대권후보 아니던가? 보통사람들의 상식으로는 도저히 납득이 안가는 사건이기에, 여러가지 음모적 시나리오에 공감하는 사람이 생기는 것이다.

(2) 자기 그룹(in-group) 사람이 저지른 잘못의 원인을 외부적 요인으로 돌리는 이른바 근본적 귀인(attribution)오류: 문화적/민족적 자존심에 상처가 난 프랑스인들은 심리학에서 말하는 이른바 다른 사람이 저지른 잘못의 원인을 가리키는 이른바 귀인(attribution)과정에서 흔히 나타나는 근본적 귀인오류에 빠진 것이다. 이 근본적 귀인오류에 따르면 사람들은 자기 혹은 자기에게 소중한 사람이 저지른 잘못은 외부환경때문에 기인한 것으로 탓을 돌리는 반면, 남 혹은 외부인들(out-group)의 잘못은 그들 자신의 내재적 문제로 돌리는 경향이 많다. 앞서 인용한 여론조사 결과처럼 프랑스인중 57%, 특히 사회당을 지지하는 사람들의 70%는 이런 근본적 귀인오류에 빠져 문제의 원인을 외부(정치적 덫)로 돌리고 있다.

(3) 미디어 보도 관행에서 오는 문화적 충격과 반발: 프랑스에서는 범죄가 확정판결 나기 전 단계에 있는 범죄용의자를 법집행관들이 수갑을 채워 걷는 이른바 “퍼프 워크” (perp walk)가 언론에 노출되는 것을 법으로 막고 있다 (source). 프랑스 언론과 논객들은 DSK가 수갑에 채워진채 뉴욕경찰관들에 연행되는 그 수치스러운 퍼프 워크 장면에 대해 강도높은 비판을 쏟아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전법무장관이었던 Elisabeth Guigou는 ‘그 이미지가 형용할 수 없이 야만적이고, 폭력적이며, 잔인했다’고 평했다. 미국의 사법시스템이 이를 허용하는 이유는 ‘법앞에 만인이 평등’함을 강조하는 원칙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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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총재이자 프랑스의 유력대선 후보를 뉴욕의 경찰들이 일반잡법 취급하듯 연행해 가는 모습을 보면서 프랑스인들은 어찌됐건 좋은 감정을 가졌을 리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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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May 20th, 2011 at 01:02 | #1

    미국에서의 음모론은 주로 (자국의) 절대 권력과 사회 부조리, 모순에 대한 문제제기로서 행해지는 것 같은데요.
    물론 이런 판단은 주로 상업영화를 포함한 영상물에 대한 주관적 체험치에서 비롯된 인상에 불과하지만요.
    가령 마이클 무어의 작품들, 루스체인지와 같은 행동주의적인 다큐나 영화 본시리즈는 정치권력과 공권력, 혹은 시스템에 내재된 부조리한 제도들를 겨냥하고 있는데, 이번 칸 사건에서는 국가적(민족적) 자부심이 음모론의 가장 강한 배경이라는 점이 참 유별나게 느껴집니다.

    여쭤보고 싶은 점, 궁금한 점은 이런 것입니다.

    1. 가장 의아한 것은 (민족주의와 반대되는 정서로서) 국제주의와 친한 소위 진보주의자들이 이건 칸 사건에서 (아거님께서 분석하신 바에 의한다면) 민족주의적 자부심에 기대어 칸 사건은 음모다, 라고 믿고 있다는 것인데, 사건 현장이 미국의 뉴욕이라는 점에서 그런것인지(반미감정?), 아니면 여기에는 뭔가 ‘합리적인 의심의 근거’가 있는 것인지 궁금하네요.

    2. 법제도와 미디어의 관계에서 프랑스와 미국은 전혀 다른 제도와 문화를 갖고 있는데요. 프랑스가 ‘무죄추정의 원칙’과 ‘피의자의 인권보호’를 미디어와의 관계에서 강하게 관철한다면, 미국은 아거님께서 말씀해주신 것처럼 “법 앞에 만인이 평등”하다는 이름으로 용의자/피의자에 대한 인권보호보다는 국민들의 ‘알권리’가 우선하는 것 같습니다. 케이스마다 편차는 존재하겠습니다만, 이번 칸 사건에서는 어떤 입장을 지지하시는지, 그렇게 생각하시는 이유는 뭔지 궁금합니다.

  2. 아거
    May 20th, 2011 at 01:13 | #2

    1번 질문중에서 ‘국제주의와 친한 소위 진보주의자들’은 국내에 있는 분들을 말씀하시는건가요? DSK사건에 대해서 국내 논객들의 대표적 반응이 있다면 링크 부탁드립니다.
    제가 위에서 전개한 생각들은 반미감정과는 다소 거리가 있고, 개인의 내면 의식이나 마음의 상태에 더 초점을 둔 것입니다. 물론 개인들의 의식/마음이겠지만, 그 국민들을 관통하는 어떤 집합적 의식이 있지 않겠느냐 하는 생각이 듭니다.
    2번 질문에 대해선 제 개인적으로는 프랑스식의 무죄추정 원칙과 피의자의 인권보호를 지지하고 싶습니다.

  3. May 20th, 2011 at 02:01 | #3

    저도 사실 음모론쪽인 편인데요.. (뭐 아직 수사가 끝난 것도 아니니, 아직은 음모론이라고 격하될 상황은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어쨌든..) 도대체 그런 위치 사람이 미치지 않고서야 그럴리가 없을 것 같아서요.

  4. 아거
    May 20th, 2011 at 08:30 | #4

    @세시아
    음모론이 맞다면, 결과도 역시 교묘하게 짜져 있는 것 아니겠어요? 음모론이 아니라고 보지만, 앙리 레비의 글 http://goo.gl/YEYB0 은 재미나게 읽었습니다.

  5. 11:34
    May 22nd, 2011 at 21:34 | #5

    문화적 자존심 같은 이유보다는 출마만 하면 당선될 여론조사 1위 후보였는데 그런 대통령꿈까지 접으며 그 경륜에 성폭력을 시도했다는게 상식적으로 납득되지 않는다는 이유가 가장 큰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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