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브 잡스 2010 키노트 스피치 분석
매년 1월 애플교의 전당대회장에서 스티브 잡스 교주는 경이로운 연설로 흰사과교도들을 사로잡는다. 물론 이 연설은 잘 짜여진 연출과 무대장치, 그리고 수도 없는 반복 연습 및 리허설의 산물이다. 전세계 관객들을 사로잡지 않는다면 그게 이상한 것이다. 자사의 제품이나 서비스는 물론이고 그위에 돌아가는 다른 회사의 서비스나 제품까지도 모두 치밀한 계산에 따라 보여준다. 일례로 오늘 아이북스(iBooks)를 소개하면서 보여준 책은 지난 해 말에 타계한 미국 에드워드 케네디 상원의원의 회고록 “True Compass”이다. 이 책은 현재 아마존 킨들 스토어에는 전자책으로 나오지 않는 책이다. (*참고로 애플은 지금까지 제품 홍보를 하면서 종종 정치적 의미가 담긴 이미지나 인물(e.g., 로자 파크스와 think different)들을 비춰줬는데 한번도 공화당이나 보수쪽 관련 사람들이 나온 적이 없다. 오바마 당선 이후 애플 제품 광고속의 웹브라우저는 언제나 오바마 대통령 취임날의 뉴욕타임즈를 보여주고 있다. 최근에는 모두 애플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이용해 제작한 오바마 디지털 타임 캡슐을 열심히 홍보하고 있다].
스티브 잡스의 키노트 스피치는 비즈니스 프리젠테이션의 진수를 보여준다. 이 연설에서 스티브 잡스는 여러가지 모습을 보여준다. 세계에서 가장 혁신적인 회사의 지휘자로, 각 부서의 책임자들과 파트너쉽을 체결한 회사나 개발자들을 소개하는 사회자로, 관객들의 흥을 돋구는 엔터테이너로, 소비자들의 머리에 저건 꼭 사야 하는 경이롭고 믿을 수 없는 제품이라는 인식을 심어주는 최면술사로, 그리고 경쟁업체의 전의를 상실케 만들어버리는 선봉장으로 각인된다. 스티브 잡스의 연설은 가방끈 긴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지 않는다. 지식의 유무나 기술의 이해정도에 관계없이 모든 사람들은 그가 뱉는 말에 모두 아멘, 믿습니다를 외칠 수 밖에 없다.
스티브 잡스의 연설이 사람들을 매료시키는 것은 바로 일곱가지 묘약을 쓰기 때문이다. 어느 해의 연설을 들어봐도 이 묘약은 기본으로 들어 있다.
1. 메타포
키보드dock을 소개하면서 “당신의 보금자리에 이것 하나 들여놓고, ‘전쟁과 평화’를 쓸 때는 iPad를 여기 꼽기만 하면 됩니다”
‘키보드가 필요한 사람들은 혹은 키보드로 글쓰고 싶은 사람들’이라고 말하지 않고, ‘전쟁과 평화를 쓰고 싶다면’이라고 말하는 센스
2. 숫자로 기선 제압하기
신제품 출시하는 프리젠테이션에서 스티브 잡스가 맨먼저 하는 일은 바로 ‘숫자로 기선 제압하기’다. 그 숫자도 굉장히 상징적이며 천문학적인 것을 들이민다. 이를테면 ‘아이튠즈에서 10억개의 음악을 팔았다’는 식이다.
아니나 다를까 오늘도 스티브 잡스는 iPad가 시장에서 기다리는 제품이고 너무 앞서가지 않는 제품임을 강조하기 위해 이런 말을 했다. (이는 물론 보수적인 투자자들을 겨냥한 말이다).
“7천5백만명 이상이 이미 어떻게 iPad를 사용할 지 알고 있습니다. 바로 아이팟 터치와 아이폰 사용자들이죠. 그리고 1억 2천5백만명 이상의 고객이 이미 자신들의 크레딧카드를 아이튠즈와 앱스토어에 걸어놓고 단 한번의 클릭으로 음악과 앱을 사고 있습니다.”
3. 머릿속에 그림 그려주기
스티브 잡스는 배터리 수명을 혁신적으로 늘여 이제 한번 충전하면 기본 10시간은 간다고 말했다. 이 설명을 하면서 스티브 잡스는 그냥 단지 10시간 가는 배터리라고 말하지 않았다. “샌프란시스코에서 동경까지 가는 비행시간 내내 나는 iPad로 영화를 볼 수 있습니다” 라고 말했다. 또 사용하지 않을 때는 충전이 절약되어 길게는 한달까지 간다고 했다. 이 말을 하면서도 역시 우리 머릿속에 그림을 그려준다. “아이패드를 놓고 여행갔다가 몇 주 뒤에 한 번 돌아와보세요. 그때까지 아이패드의 배터리 충전된 것이 남아 있음을 발견할 것입니다”
4. 생색내기
장사하는 사람이 남는게 없다고 말하고, 고객 호주머니를 생각해 낮출 수 있는데까지 가격을 낮췄다고 말하는 것은 뻔한 거짓말이다. 오늘 가격이 $500 인데대해 모두들 믿을 수 없이 싼 가격이라는 반응들인데, 엄밀하게는 믿을 수 없이 싼 것은 아니다. 애플은 눈앞의 거대한 적(아마존)을 무력화시키기 위해 기본 모델값은 비교적 낮게 책정하고, 다른 옵션들(키보드dock 이라든지 3G 옵션, 하드디스크 차이)을 통해 더 큰 이득을 노리고 있다. 아마 아주 낮은 옵션인 기본을 택하는 사람도 최소한 케이스라든지, 키보드등을 포함해 기본 $600 이상은 쓸 것같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상위 버전은 기본 $829 달러이며 여기에 약 $100짜리 키보드 닥과 케이스를 사면 애초 소문에 떠돌던대로 $1,000대에 달할 것이다. 거기다가 사진기도 빼고 나오지 않는가? 결국 컴퓨터 기능을 하는 것도 아닌데, 모두들 생각보다 너무 싸다고 생각하니 정말 둘려도 잘 둘렸다는 생각이다. 이쯤되면 $1,000 선에 제품이 출시될 것이라는 소문을 낸 것도 애플측이 아닐까 하는 의심마저 든다. 어쨌건 ‘가격 낮춰줘서 고마워’라고 스티브 잡스에게 속으로 인사하는 많은 사람들의 마음속을 궤뚫어보시는 교주님께서 이 기회를 놓치실 리가 없다. 바로 생색내기에 들어갔다.
“iPad를 만들면서 우리는 기술적 목표와 사용자 인터페이스 목표를 구체적으로 잡았을 뿐만 아니라, 매우 공격적으로 가격 목표를 설정했습니다. 왜냐하면 더 많은 사람들의 손에 이 제품을 선사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5. 치켜주며 경쟁자 퇴출시키기
오늘 연설의 하이라이트는 물론 iPad으로 어떻게 전자책을 읽고 살 수 있는가였습니다. 그동안 아마존의 기세에 눌려 전자책 값을 10달러 이하로 내려팔았던 대형 출판사들은 물만난 고기마냥 애플의 진출을 반겼죠. 그리고 스티브 잡스는 아주 멋지게 아이북스(ibooks)와 아이북스 스토어를 소개했습니다.
소개에 들어가기 앞서 스티브잡스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아마존이 전자책 시장을 개척하는데 아주 위대한 일을 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그들의 혁신을 발판삼아 더 원대한 일을 하려고 합니다.”
6. 최면 걸기
예전에 스티브 잡스 키노트 90분 스피치를 60초로 요약했다는 비디오를 보면 영어의 ‘경이로운, 멋진, 믿을 수 없는’에 해당되는 형용사를 수도 없이 남발하는 스티브 잡스를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phenomenal,” “amazing,” “incredible,” “great,” “gorgeous,” “awesome,” “extraordinary,” “tremendous,” “unprecedented” “revolutionary,” “unbelievable” “most successful ever” “super responsive” “super precise” “best you have ever had” “gorgeous”등이다. 오늘도 역시 이런 형용사들의 향연이 벌어졌고, 심지어는 “isn’t this awesome?”이라면서 관객들에게 ‘경이로운’ iPad이라는 최면을 걸었다.
(via Andy Park)
7. 포지셔닝
홍보의 기본은 ‘내가 나를 정의하는 것’ 에서 출발한다. 비전을 가진 이노베이터이면서 동시에 마케팅의 귀재인 스티브 잡스는 매 키노트 스피치마다 회사의 방향과 비전을 명확하게 제시한다. 애플 컴퓨터로 시작한 회사가 지금은 도대체 무얼 하고 있고, 또 그 회사를 어떻게 규정해야 하는지를 투자가, 기자, 그리고 소비자들에게 명확히 각인시켜 준다.
그는 오늘 “Apple is a mobile devices company.” 라고 말했다. 그게 애플이 하고 있는 일이라고 했고, 애플은 세계에서 넘버 원 모빌 디바이스 회사라고 강조했다.
Conversati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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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분석 잘 봤습니다!
잡스옹의 키노트 스피치는 정말 아멘!을 외치게 만드는 최면이 있는 듯..
모두 눈감고 아멘할 때 저는 눈뜨고 아멘하는 사람들 표정보고 있었습니다.
매우 흥미로우면서도 치밀한 분석이네요 ㅎ 특히 숫자와 언어로 사람들에게 최면을 건다는 얘기는 심히 공감하는 부분이었습니다
그가 숫자로 이야기하는 것에 능할 뿐 아니라, 숫자를 밝히는데 자신이 있다는 것이겠죠. 언젠가 아마존 킨들의 시장 전망을 묻는 질문에, ‘아마존은 킨들 판매대수와 킨들책 판매권수를 밝히지 않는다. 숫자로 자랑하고 싶은 사람이 숫자를 숨기는 경우는 없다’라고 말한 바 있죠.
정말 딱 맞는 분석이신 것 같습니다.^^
스티브 잡스가 정말 대단한 비지니스 프리젠터인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지요.
애플의 마케팅력도 정말이지 무섭고요.
자발적인 마케터들을 통한 놀라운 전파 속도!
최면에 걸리지 않기가 쉽지 않죠…저도 이미 걸렸습니다. ^^
지상최대의 쇼죠 ㅋ.
너무도 명쾌한 분석에 감사드립니다.
님께서도 7이란 숫자로 여러분들을 낚으셨네요…
밀러의 매직 세븐입니다.!
업계에 들어오면서부터 ‘아거’님의 명성은 익히 들었고 그전부터 블로그를 몰래몰래 구독해오고 있었지만 역시 대단하시군요….!!! 오늘도 감동을 받은김에 댓글 남기고 갑니다….
커밍아웃 감사합니다
명성은요.. 아직도 듣보잡인데…
잘 읽었습니다… ^^
고맙습니다.
스티브잡스가 교주로까지 불리울 정도로 사람들을 사로잡을 수 있는 건 그가 만들어낸 제품들이 그만큼 훌륭했기 때문이죠.
삼성이 발표회에서 저런 똑같은 테크닉을 쓴다면 웃음꺼리 밖에 안되겠죠 ㅎㅎ
스티브 잡스의 힘은 프리젠테이션에서 나오는게 아니라 제품이서 나옵니다. 아시다시피요 ^^
예. 제품이 좋은데 그만큼 사람들이 반응해주는 것은 PR이 잘 된 때문입니다.물건/사람은 실한데, 세간의 지각이 그만큼 따라와주지 않는 경우가 많거든요.
머릿속으로 그림을 그려준다! 글에서 하나 배워갑니다 ^^
그림을 그리셨다니 비주얼에 능하신 분같네요. ‘나로’라는 닉네임을 들으면 주몽에서 대소왕자가 늘 ‘나로야’ 부르던게 생각나는군요
이제야 접속이 되는군요. ㅎ
우리말 블로그에서 100개가 넘는 트윗 인용은 처음 봅니다. : )
아거님께서도 스티브 잡스의 마법을 갖고 계신듯!
컥. 농이 지나치십니다.
언제 웨이브에서 만나죠…
와우! 글이 너무 좋아서 댓글을 달고 가야겠다 했는데
트위터에 저렇게 많이 인용이 되셨다니 : )
저처럼 아거님의 좋은 글에 놀라신 분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너무 명쾌한 정리 감사해요!
조아님… 닉네임이 좋아요. ^ ^ 반갑습니다.
조아님 블로그가 참 맛갈스럽네요. .
스티브 잡스가 스피치의 달인이라는 말은 누누히 들었지만 이런 분석을 통해서 보니 달인은 괜히 되는게 아닌 것 같네요. 꼭 필요한 제품이 아님에도 사게 만드는군요. 이 분석글을 읽고 있으니 좀 더 냉정해지는 느낌입니다. 저역시 ipad에 열광하며 ‘저건 질러야 해!’라고 생각하느라 훌륭한 성능에도 불구하고 컴퓨터로 사용하기 힘들고 멀티태스킹도 안되는 등의 단점을 망각하고 있었습니다.
이번 시연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웹서핑으로 몇 개 사이트 보여주는데 플래쉬가 안돼 중간중간 빵구난 곳이 나오더군요. 그 때 약간 당황하듯이 얼른 그 부분을 가리듯 스크롤링하는 모습이 나옵니다.. 결국 웹브라우저로 이용하기에 치명적 결함이 있는 것 같아요.
NY Times 기사중 일부러 보여줬다는고 한 기사가 생각나는군요. 철저한 사전 준비후 하는 프리젠테이션이니 일부러 보여준게 맞겠지요. 이슛화 시켜 나를 따르라~ .
책 내십시오(…)
내주세요.;)
아거님, 좋은글 잘 읽고 갑니다~
고맙습니다. 오랜만에 인사드리네요.
오.. 정말 훌륭한 포스트 잘 읽었습니다.
정말 잡스주교님은 정말 대단해요.
울나라 삼성전자에도 저런 분이 있음 좋을텐데요…
저런 분이 없더라도 저렇게 트렌드를 이끌어내는 제품을 출시하면 좋을텐데요…
저렇게 되려면 기업경영자들이 목에 힘을 풀어야 하는데, 그게 될까요?
워낙 거들먹거리고 군림하는 것 좋아하니 말이죠.
좋은 키노트 감상하고, 여기서 좋은 설명을 듣고… 잘 읽고 갑니다
아크몬드님.. 책 출간 축하드립니다. 표지만 봐도 잘 될 것 같은 생각이 드네요.
모두 머리속으로는 알고 있지만, 행동에 옮기지 못하는 것을 멋진 기획과 연습을 통해서 실천을 하는 모습이 놀랍습니다. 너무 정리를 잘 해주신 덕에 다시 한번 보게 되었네요. =)
맞아요. 사람을 사로잡는 커뮤니케이션은 진공에서 만들어지지 않지요.
글이 좋아서
http://antirocker.textcube.com/80
제 블로그에 포스트 해 둡니다.
링크만 걸어두었습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링크 감사합니다.
정말 간결하면서도 정확한 분석을 해 주셨네요 ㅎ
정말 재미있게..유익하게 읽고 갑니다 ^^
재밌게 읽어주셔 고맙습니다.
좋은 글!!
아주 흥미로운 분석이었어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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