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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결심과 인지적 부하

January 5th, 2010 Leave a comment Go to comments

차니님께서 올린 새해에는 결심하지 말기로 하자에 보내는 트랙백입니다.

새해에 하는 결심은 우리 행동을 바꾸는데 좋은 길은 아니다. 특히 새해에 결심을 많이할수록 뒤에 지키지 못한 약속에 발목이 잡혀 파트너에게, 친구나 직장 동료들에게 괜시리 의지가 박약하고 말만 앞서는 사람이라는 인상을 심어줄 위험까지 떠안아야 한다. 그렇다면 지키지 못할 결심 세우지 말아야 하는가? 여기에 대해 심리학자들이 줄 수 있는 조언은 두가지다.

첫번째 조언은 지키지 못하고 중간에 포기하는 결심이라도 아예 시도하지 않는 것보다는 낫다는 것이다. 미국 심리학자중 새해 결심의 성공과 좌절에 관해 연구해온 미국의 심리학자 존 노크로스 (John Norcross)는 새해 결심을 세우지 않았던 256명의 사람들과 178명의 새해 결심자를 대상으로 6개월에 걸쳐 전화인터뷰 조사를 통해, 6개월 이후에 자신들이 설정한 목표에 얼마나 도달했는지를 비교했다.2002년에 JOCP에 발표한 연구결과를 보면, 같은 목표(예: 살빼기나 담배끊기등)일지라도 새해 결심으로 목표를 세웠던 사람들(46% 성공률)이 새해 결심으로 만들지 않았던 사람들(4% 성공률)보다 10배 이상의 성공을 거두었음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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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소스: Norcross, John C., Marci, S. M., & Matthew, D. B. (2002). Auld lang Syne: Success predictors, change processes, and self-reported outcomes of New Year's resolvers and nonresolvers. Journal of Clinical Psychology, 58, 397-405.]

하지만 새해 먹은 결심이 성공할 확률 자체가 그리 높지 않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위에 제시한 상대적 수치를 해석할 필요가 있다. 위 연구를 수행한 존 노크로스스 박사의 인터뷰에 따르면 새해 먹은 목표를 2년 이상 계속 실천하고 있는 사람은 겨우 19%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새해 결심을 세워야 하는가, 말아야 하는가에 대한 심리학자들의 두번째 조언은 지키지 못할 새해의 결심을 세우고 지키지 못하는 것에 스트레스를 받을 필요가 전혀 없다는 것이다. 물론 결심을 세우는 단계부터 이것은 언젠가는 지킬 수 없는 결심이라고 되뇌일 필요는 없다. 새해 결심 연구의 전문가 존 노크로스 박사는 새해 결심은 목표의 종류나 목표를 세우는 사람들의 인구학적 특성에 관계없이 모두 지키기 어렵다고 한다.

새해 결심에 대해 학문적으로 조사했던 연구자들이나 이걸 바탕으로 대중적인 칼럼을 쓰는 기자들이 매년 강조하는 전략은 단 두가지로 압축할 수 있다. 하나는 새해 결심을 대중적으로 공표하자는 것이다. 공적인 약속이 사적인 결심보다 더 성공적이라는 것이다. 또 다른 중요한 전략은 결심의 수를 최소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얼마나 최소화해야 하는가? 단 하나만 세워야 한다. 뒤에 간략히 언급하겠지만, 여기에는 이유가 있다.

영국의 심리학자 리차드 와이즈먼(Richard Wiseman)은 2007년에 3천여명의 영국인들을 대상으로 재미난 실험을 했다. 새해의 결심을 얼마나 지켰는지를 추적한 것이다. 와이즈맨은 실험에 참여한 남자와 여자들을 각기 다른 몇 개의 그룹에 참여시키고 각 그룹에서 제시한 조언을 따라 새해의 결심을 한 번 이뤄낼 것을 당부했다.

일단 시작하기 전 조사에서, 실험에 참여한 사람 중 52%가 새해 결심을 반드시 달성할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다. 하지만 1년 뒤 겨우 12%만이 자신이 설정한 새해의 결심을 이뤄냈다는 것을 발견했다. 일단 새해 결심의 성공확률이 매우 낮다는 것은 통념적으로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런데 이 낮은 성공률 가운데서, 우리가 관심있는 것은 과연 어떤 조언을 받은 사람들이 더 성공했을 확률이 높은가이다.

와이즈맨 박사에 따르면, 남성의 경우 결심 그 자체보다 그 결심을 이루기 위한 세부 목표를 설정해 두라는 조언을 따른 사람들이 더 성공할 확률이 높았다고 한다. 다시 말해 ‘살 빼기’ 이렇게 일반적인 결심을 세울 때보다, 매달 몇 킬로그램씩 빼자는 식으로 구체적인 목표를 정했을 때 결심을 이뤄낼 확률이 더 높았다는 것이다.
여성들의 경우에는 다른 친구나 가족들에게 자신의 결심을 이야기한 경우에 더 성공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남성들이 결심을 할 때는 동양이고 서양이고 다소 마초적 생각을 하는 경향이 짙다. 이른바 ‘칼을 뽑았으면 무라도 썰어야지’ 근성이며, 셰익스피어의 전통에 서 있는 서양에서도 ‘내 칼이 대신 말할 것이다’ (I have no words; my voice is in my sword)에서처럼 행동으로 바로 옮기는 저돌성이다. 그리고 그 마초적 저돌성은 곧잘 이도 저도 아닌 우둔한 결과로 이어지는 경우다 허다하다. 한편 속내를 드러내지 않는 것을 미덕으로 여기는 여성들은 일단 내 안의 결심이 공적으로 공유될 때, 그말을 지키려는 의지가 더 강해지는 경향이 있다.

이런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와이즈맨 박사는 새해 결심을 이뤄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결심을 딱 하나만 세우고, 그 세운 결심에 대해 구체적인 목표를 설정하라는 조언을 주고 있다.

그렇다면 새해의 결심을 하나만 세워야 한다는 주장의 근거는 있단 말인가? 심리학에서는 이를 인지적 부담 혹은 인지 부하(cognitive load) 개념으로 설명한다. 인지 부하라는 것은 어떤 일(과제)을 수행하는데 있어서 필요한 정신적 노력의 양을 말한다.

새해에 몇가지 목표를 동시에 설정하게 되면 우리의 뇌가 처리할 수 있는 인지적 처리 용량에 부하가 걸리게 된다. 인지적 부하가 걸리게 되면 사람들의 자기 통제, 혹은 자기 억제 능력이 현저하게 감소하게 된다.

뇌 과학적인 접근으로 이를 이해해보자. 우리 뇌에서 새해 결심처럼 사람들의 의지에 가장 밀접한 관련이 있는 뇌의 영역은 우리 이마 바로 뒤에 자리한 전전두엽 피질 (prefrontal cortext: 전두엽(frontal lobe)에서 맨 앞 영역)이다. 우리들 뇌의 전전두엽피질에서는 새해의 결심같은 것 말고도 신경써야 할 일들이 많다. 그런데 이 부분의 활동역량을 현저히 줄여버릴 수 있는 새해의 강한 결심같은 부담스러운 의지 작업을 몇개 더 얹어본다고 생각해보라. 당연히 당신의 이마뒤에 자리한 그 의지의 생산공장의 작업 능률성은 떨어질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인지심리학 전문 저널리스트이며 How we decide의 저자 조나 레러(Jonah Leher)씨가 WSJ에 새해 결심과 의지력에 대해 Blame It on the Brain이라는 재미난 칼럼을 올렸다. 차니님께서 링크한 Creativity, Innovation, and Tech 블로그에 이 글의 개요를 번역한 글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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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January 5th, 2010 at 03:44 | #1

    아! 좋은 글이네요. 역시 아거님 글이 최고~

    결론은 사이비 심리학자(?)들의 결론은 그래도 결심을 하는편이 낫다? 하려면 가급적 구체적 계획만 세워 한개만 해라이런 거군요.

    저는 좀 더 구체적으로 새해에 하루에 한시간 멍때리기 이렇게 하면~ ㅋㅋ

  2. 아거
    January 5th, 2010 at 12:30 | #2

    명상의 시간갖기는 사실 낭비가 아닙니다. 그런데 운동할 시간 내기도 어려운데 앉아서 멍때리는 것은 지켜지지 않을 수가 있습니다.
    전 결심을 세우지 않았는데, 차니님 글 보고 1시간씩 산책하며 멍때리기로 정했습니다. 부하걸린 메모리를 다시 비우면서 건강도 챙기는 일석이조의 효과가 있을 것 같네요.. (그런데 결심이 두개가 되버리는군요. ;)

    • 쿠크다스
      January 5th, 2010 at 22:50 | #3

      좀비로 의심받지 않을까하는 우려가…

  3. January 6th, 2010 at 00:08 | #4

    저는 경험을 통해 쉬운 결심만 하는 게 지키기 쉽다는 결론을 얻고 실천 중입니다;;
    아시다시피 제 블로그에 올린 결심은 다른 분들의 거창한 계획에 비하면 허접..하지만 그만큼 달성 가능성은 높겠죠. :)

    • 아거
      January 6th, 2010 at 23:08 | #5

      거기다가 이미 공표를 하셨기에, 더 실현 가능성이 높겠지요..
      여자들에 비해 남자들은 공표효과가 별로 없다고 합니다.

  4. January 6th, 2010 at 00:29 | #6

    저 개인적으론 차니님 글에 인용된 한 일본인께서 쓴 세가지 1. 시간분배 2. 장소 3. 만나는 사람.. 이 직관적으론 꽤나 인상적이었는데, 이게 가만히 생각하면 또 그 123을 위한 ‘결심’을 필요로 한다는 점에서… 그리고 결정적으로 그 123들 가운데 1은 결심의 요소가 대단히 지속적으로 필요하고, 2의 경우에는 물리적인 한계(자금이랄지, 상황이랄지)가 클 것 같고, 3은 너무 당연한 이야기라서.. 결국 왜 그토록 인상적이었을까에 대해 생각해보고 있습니다.

    아거님께서 그 부분에 대해 짧게나마 언급하시길 기대했었는데… ^ ^;;

    • 아거
      January 6th, 2010 at 23:07 | #7

      차니님이 언급하신 결심의 3박자는 모두 뇌의 지도를 바꿔야만 가능한 이야기입니다. 예를 들어 시간분배의 핵심은 하기 싫거나 인지적 부하가 많이 걸리는 일을 먼저하고 뇌를 짜릿짜릿하게 만들거나 엔돌핀 돌게하는 일은 늦게 하는 것입니다. 나태한 사람들, 목표달성을 잘 못하는 저같은 사람들은 일을 거꾸러 합니다. 즐거운 일, 새로운 일부터 먼저 하는 거죠. 예전 일을 잘 마무리하는 것이 시테크의 기본이죠.

      뇌에서 반응하는 영역을 바꿔주는 일이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라는게 문제입니다. 요즘 거기에 대해 많이 생각하고 있습니다.

  5. January 14th, 2010 at 18:29 | #8

    안녕하세요. 기사와 글을 재미있게 읽었어요. 한 번에 한가지 결심만 하는 것이 효과적인 것에 대해서는 공감해요. 그런데 그 이유가 전두엽 피질이 그렇게 고생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은 기사를 보고 처음으로 알았어요. 글을 읽으면서 든 생각을 블로그에 올려서 여기 링크를 남깁니다. http://nassol.textcube.com/147

  6. January 21st, 2010 at 17:16 | #9

    존 로크노스 라는 사람에 대해 스펠링이나 다른 정보 또는 논문을 알고 계신것이 있으신지요?

    • 아거
      January 21st, 2010 at 17:23 | #10

      John C. Norcross 구글 스칼러 검색결과입니다.
      http://bit.ly/8oUMNN

      구글에서 john c. norcross new year’s resolution 검색하면 그의 이름이 언급된 기사들도 보일 겁니다.

  1. January 7th, 2010 at 02:31 | #1
  2. January 7th, 2010 at 02:31 | #2
  3. January 11th, 2010 at 21:04 | #3
  4. January 27th, 2010 at 13:40 |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