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실 회피 지향의 뇌와 오바마의 의료개혁 [연재 4] 초점두기 착각과 행복의 패러독스
Aug 02

온라인 관계에서 ‘나’라는 존재는 ‘진짜 나’라기보다는 카알 융(Carl Jung)이 말한 페르소나 – 외적 인격에 가깝다. 사회적으로 드러난 혹은 특정한 상황에서 전면에 내세우는 모습인데, 페르소나의 어원이 라틴어의 mask에 있는 것처럼 가면을 쓴 자아를 말한다. 가면이라고 해서 굳이 남을 둘린다는 의미는 아니다. 자라면서 우리는 많은 상황에서 가면을 쓰도록 교육받는다. 공적인 자리에서 분노를 억누르는 법을 배우고, 자랑을 지나치게 하지 않도록 교육받는다. 이런게 다 가면을 쓴 자아이다. 아마 내면의 자아를 있는 그대로 표출하면 인간관계의 많은 부분에서 타격을 받을 수 있을 것이며, 공인들은 위기를 맞게 된다. 평소 냉정하고 침착하기로 유명한 오바마는 최근 자신의 친구인 하버드대 게이츠 교수 체포사건과 관련해 ‘경찰이 어리석었다’고 속내를 드러냈다. 오바마의 진짜 모습일 지 모른다. 항간에는 오바마가 대통령 당선자 시절, 구제금융을 받던 미국 월가의 CEO들이 엄청난 보너스를 타간 사건 때 오바마가 극도로 열을 받아 언성을 높여 인터뷰 뒤에 마른 기침을 해야 했다는 소문도 있다. 누구도 모른다. 그도 화가 나면 언성을 높여야 하는 우리와 똑같은 성격을 가진 인간이지만, 사회적으로 드러난 모습은 언제나 바리톤의 음색에 절제된 이성을 보여주는 차분한 신사이다.

온라인상의 페르소나와 ‘진짜 나’에 대한 이야기로 다시 돌아와보자. 오프라인속의 페르소나처럼 온라인상의 페르소나 역시 내가 온라인을 통해 다른 사람들과 관계할 때 타인들이 나에게 바라는 혹은 기대되는 바람직한 인상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 그런데 여기서 ‘나에게 바라는 혹은 기대되는 인상’이란 것은 순전히 내가 생각하는 타인의 지각이다. 내가 생각하는 (온라인속의) 상대방이 진짜 나에 대해 그렇게 생각하는 지를 알 수 있는 방법은 그리 많지 않다.

그러나 대체로 오프라인을 통해 경험한 인간관계의 경험을 통해 우리는 상식적인 진리를 온라인에도 적용하는 것이다. 그래서 자신이 오프라인 커뮤니케이션에서 혹은 대인관계에서 피하는 관계의 원칙들에 따라 온라인에서도 극단을 지양하고 (오바마 대통령처럼) 차분하고 절제된 모습만 보여주고 싶어할 지 모른다.

그런데 트위터에서는 점잖은 이야기밖에 못하겠다. 과격한 이야기를 뿌려대기 시작하면 팔로워가 줄어들까 늘어날까. [alephtextcube]

위 기록을 트위터에 남긴 alephtextcube님이 농담으로 이런 말을 했는 지 진담으로 했는 지 알길은 없다. 하지만 이런 류의 (농반 진반) 고백을 트위터에서 발견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나를 나답지 못하게’ 만드는 움츠리는 마음은 보상지향의 뇌의 작용때문에 생긴다. 즉 차분하고 절제된 (가면속) 모습을 보여주면 더 많은 사람들이 나를 무난하게 여길 것이며 온라인 친구나 팬도 많아지겠지 하는 마음이다. 그런데 페르소나의 굴레라는게 있다. 가면속 모습을 더 많이 발전시키고, 그 페르소나에 더 많이 애착을 느낄수록 점점 “나”는 ‘진짜 나’가 되기 어렵다는 것이다. 물론 ‘진짜 나’의 정도가 줄어드는 것이 그리 큰 문제는 아니다. 2003년 난 블로그를 self-presentation으로 정의하면서 관계에서 자아를 밖으로 내보이는데는 네가지 방식이 있다고 정리했다.

공적인 관객을 향해 개인적 이득을 위해 던지는게 바로 고프만이 이야기하는 self-presentation의 요체입니다. 만약에 공적인 관객에게 정확한 정보를 전달한다면 자기 폭로가 되는 것이지요. 사적인 공간에서 자기의 개인적 이득을 위해 하는 행위는 자기 기만이 되는거고, 사적인 공간에서 정확성을 꾀한다면 자기 반영이 되는 겁니다. [imagined Audience 4: Psychology of the Web]

다시 말해 나를 나답지 못하게 만드는 것, 즉 페르소나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없는 것은 온라인에서 자아 던지기 (self-presentation)를 하는 모든 이들의 필연적 운명이다. 온라인에 자신을 내던져 보이는 사람 중에 이 운명에서 벗어날 수 있는 사람은 한 명도 없다. 왜냐하면 온라인상에서 우리는 모두 남들에게 좋은 인상을 남기고 좋은 평판을 남기고 좋은 친구를 만들고 싶어하기 때문이다. 어제 오늘 “Be Yourself, Everyone Else is Already Taken: Transform Your Life with the Power of Authenticity라는 책을 읽었는데, 여기서 저자는 사람들은 세가지 형태의 ‘두려움’때문에 ‘진짜 나’가 아닌 ‘가면쓴 나’를 보여줄 수 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거절당할 두려움, 남들을 실망시키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 남에게 평가당할 두려움이다. 온라인상에서도 그대로 존재한다. ‘(트위터에서) 나를 친구로 받아들여주지 않으면 어쩌지?” ‘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내가 이 말을 해도 여전히 나를 좋아할까?” 등이다.
물론 인터넷상의 특히 블로그에서의 self-presentation에 가면이 있다고는 하지만, 그 가면의 두께에는 큰 차이가 있다. 어떤 분의 가면은 정말 두꺼워서 납땜할 때 쓰는 철판 가면이나 벤데타의 가면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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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분은 거의 감기예방용 입마개 정도의 마스크를 할 정도로 거의 거침없이 자신을 보여주는 분도 있다. 영어 표현으로 하자면 authentic하다는 이야기다. 내가 정리하고 있는 개념상 정의로는 ‘진짜 나’(authenticity)는 두가지로 구성되어 있다: authentic identity 와 authentic voice.  내가 아는 분 중 가장 authentic한 분은 펄님이다. 기본적인 신분의 정확성은 물론이고 거침없는 속내를 자주 드러낸다. 블로그에서도 트위터에서도. 언젠가 자신을 소개할 때 ‘내숭을 모르는 ~~ ‘이라고 소개한 적이 있는 걸로 기억하는데, 쭉 지켜보면 진짜 진국이다. 내가 아는 블로거중 가장 authentic한 펄님은 과연 어떤 두려움을 가지고 있을까?

하지만 처음으로 인터넷에 흔적을 남기고자 하는 사람들은 이 같은 문제점을 고려해 어느 정도 범위까지 발자국을 남기는 게 좋은지 한번쯤 생각해 볼 필요성도 있을 듯하다. [때로는 무섭게 느껴지는 인터넷 속의 내 발자국]

해답은 간단하다. 가면의 두께를 약간 더 두껍게 만드는 것이다. 아님 아마존에서 벤데타 가면을 특별 주문하시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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벗이 있어 먼 곳에서 코멘트하니 이 또한 즐겁지 아니한가!

13 Responses to “나를 나답지 못하게 만드는 것들: 페르소나의 굴레”

  1. No Gravatar says:

    사실 글을 읽어내려가면서 ‘그렇다면 난 꽤 authentic한 편이네’ 하고 생각했는데 진짜 제가 글 속에 등장해서 깜짝 놀랐습니다. ^^;; 온라인뿐 아니라 오프라인에서도 사람들이 제가 거리낌 없이 자신을 드러내는 성격이라고 많이들 말하더라고요. 가끔 ‘아이고 이런 것까지 쓸 필요는 없었는데’ 싶을 때도 종종 있지만 항상 진실한 나 자신이고 싶어하는 제 본성에는 별 불만이 없습니다. 제 블로그에도 썼듯 이게 제 성격이라 가면의 두께를 더 두껍게 만들거나 벤데타 가면을 주문하지는 않을 듯합니다. :)

  2. 민노씨No Gravatar says:

    펄님에 한표 더합니다. : )

    • 아거No Gravatar says:

      속의 내면을 거침없이 보여주는 점에서 민노씨도 authentic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분이죠.

  3. 이승환No Gravatar says:

    펄님 언젠가 블로그 해고사유 한국인 1호가 될 듯…

    • 아거No Gravatar says:

      스폰서 경제학 책이 대박나기 전까진, 행여 농담이라도 아직 그런 이야기는… ^ ^

  4. abyssosNo Gravatar says:

    개인적 생각에 1, 2년전에 비해서 아거님의 가면이 점점 커지는 느낌이 드네요.
    후후…
    (아거님 덕분에 여러 훌륭한 블로거님들을 알게되어 감사합니다.
    그중 펄님도 있네요. 저도 펄님이 누군지 아니 정말 펄님은 authentic 하신 분이세요)

  5. john6No Gravatar says:

    공전하는 지구처럼 가끔은 내 본모습에 다가갔다가 다시 멀어졌다가 하는 것 같습니다. 완전히 본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사람(authentic 이라 표현한다는 것 배웠네요, 컴퓨터 보안쟁이라 ‘인증’밖에 떠오르지 않는 단어입니다만)들은 참 대단한 것 같아요.

  6. [...] 형성되는 것이지, 외적으로 축조(construction)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지난 번 나를 나답지 못하게 만드는 것들: 페르소나의 굴레 에서 언급했듯이, 사회적 매체 시대로 오면서, 즉 온라인 관계가 생활의 [...]

  7. [...] 페르소나의 굴레에서 한 번 소개한 적이 있는 심층 분석심리학의 창시자이자 정신가의사였던 카알 구스타브 융(Car Gustav Jung)의 미출간 저술인 “Red Book” 을 뉴욕의 Rubin Museum of Art에서 전시한다. 이 전시의 일환으로 미술관측은 저명한 작가, 미술가, 혹은 유명인사를 초청해 융계의 정신분석학자 더글라스 톰프킨스로부터 연상에 의한 심층 정신분석 테스트를 하는 이벤트를 기획했다. 그저께는 페이스북의 공동 창업자인 Jack Dorsey가 초청을 받았다. [...]

  8. [...] 도래하기 훨씬 이전에 그녀는 현시대의 최대 유행어인 투명성(transparency)과 진짜 자아(authenticity)를 말로써가 아닌 실천으로 보여준 참다운 영웅이었던 셈이다. Trackback URL: [...]

  9. sociallogNo Gravatar says:

    가면의 두께는 그 가면을 쓴 본인말고는 알기가 어려울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더더구나 웹에서만 모든 활동이 이루어진면 말이지요. 다행히 웹에서 social network가 이뤄지는 과정은 웹에서만 끝나는게 아니니 (진짜 자아 이런 내용을 떠나서) 편한 마음으로 본인의 모습을 보여주는데 있어서 웹은 만남의 폭을 대폭 넓게 해준다는 것이지요.. 결국 어느 순간 순간마다 쓰는 가면의 두께는 차이가 있을 수 밖에 없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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