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p 28

Nudge라는 개념을 떠올리면, 남자 소변기 안의 파리가 떠오른다. 책을 읽었을 때, ‘이런 소변기가 어디 있을까’ 궁금했다. 그런데 지난 여름 보스톤의 뮤지엄 오브 사이언스(Museum of Science)에 갔더니 진짜 이런 변기가 있더라. 너무 신기해서 주머니에 있던 카메라를 들고 찍으려고 하는데 어느 미국인 부자(父子)가 오더니 사진기를 들고 그 안을 막 찍으려는 내 모습을 보고 입을 막으면서 킥킥 대고 웃기 시작한다. 갑자기 민망해져서 사진기를 넣고 변기안을 가리켜 ‘변기 안의 파리 이미지가 있다’고 말하고 화장실을 급히 나가는데, 내 뒤통수뒤로 그 둘이 킥킥 대는 웃음이 따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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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udge의 저자 Richard Thaler씨가 지난 토요일 뉴욕타임즈에 재미난 기고를 하나 했다. 스티브 잡스의 간이식 이야기로 서두를 꺼낸 Thaler씨는 아이폰 어플리케이션이나 소셜미디어를 이용해 장기 기증을 nudge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식으로 말했는데, 내가 보기에는 자신이 팔고 있는 nudge라는 개념을 좀 더 알리기 위해 가벼운 공상거리를 진지하게 포장한 듯 싶다.

Why not create a Web site — and a free app for the iPhone — that lets people sign up as organ donors in their home states? At the same time, he’d need to work with the states to create the technology for a secure, simple signup procedure. Social networking sites like Facebook could also help, by encouraging signup campaigns. [Opting in vs. Opting Out]

이게 공상 수준의 황당한 이야기인 이유는 아이폰 어플리케이션이나 페이스북같은 특정 엔터프라이즈 영역의 서비스가 국가의 정책을 실행하는 공공적 장치로 이용될 수 없기 때문이다. 전주민을 대상으로 한 국가적 정책에서 특정 업체에 차별적 용역 발주를 할 수 없다는 문제가 있다. 거기다가 아이폰을 쓰지 않거나 페이스북을 이용하지 않는 사람들에 대한 차별 문제도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중요한 걸림돌은 아이폰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장기 기증 신청을 하는 사람의 신원을 어떻게 확인할 수 있단 말인가? 이런게 정책적으로 가능하다면 주민소환제도를 nudge할 수 있도록 국가 기관이 아이폰 어플리케이션을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올 수 있을 것이다.

그런고로 위의 주장은 일고의 가치도 없다. 그런데 Thaler씨의 글에 보면 민감한 사안에 대해 사람들의 허가를 받을 때 사용되는 두가지 다른 방식(혹은 제도)가 나온다. 바로 옵트인(opt-in)과 옵트아웃(opt-out) 제도이다.

When you go to renew your driver’s license and update your photograph, you are required to answer this question: “Do you wish to be an organ donor?” The state now has a 60 percent donor signup rate, according to Donate Life Illinois, a coalition of agencies. That is much higher than the national rate of 38 percent reported by Donate Life America.

내가 사는 주에서도 운전면허 갱신때 이처럼 장기 기증에 대해 ‘Mandatory choice’를 할 수 있는 옵트인 제도를 채택하고 있다. 장기 기증처럼 본인의 신체의 자유에 해당하는 문제에서는 이처럼 옵트인 제도가 맞는 듯 하다. 반면 스팸 정보의 흐름에서는 옵트 아웃 제도에 이의가 없다. 광고성 메일, 스팸등이 옵트 인으로 규제되야 하는가, 아니면 옵트 아웃으로 규정되야 하는가에 대해 각국가의 제도적 장치와 사람들의 생각을 관찰해보면, 해당 국가 혹은 그 사람이 갖고 있는 자유와 진리에 대한 철학 혹은 특성(개성)을 알 수 있다.

(스팸 메일 처리에서 미국등은) 옵트아웃 방식을 채택하고 있는데, (이는) 광고도 일종의 자유로운 정보 흐름의 하나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독일과 같은 나라에서는 옵트인 방식으로 규제하고 있어 사전에 동의를 구한 사람에게만 광고 편지를 보낸다. [스팸03] 사전허락(옵트인) 메일과 사후허락(옵트아웃) 메일

Let her and Falsehood grapple; who ever knew Truth put to the worse in a free and open encounter? [John Milton: Areopagitic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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