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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chive for the ‘Emotional Brain’ Category

역사적 맥락속의 (음주, 총기) 문화

January 25th, 2013

물이나 청량음료 한컵보다 필스너 한잔이 더 싼 나라, 유럽과 북미 어느 나라보다 13-15세 음주율이 높은 나라, 성인들의 맥주 소비량 전세계 1위인 나라… 바로 체코.
Lower-Hops Diet 권장과 청소년 음주율을 떨어뜨리기 위해 체코 보건장관이 물과 비알콜류 가격을 맥주값보다 낮춰보려고 하지만 체코인들로부터 환영받지 못하는 분위기.

“맥주는 성인들에게 모유와 같다. 체코 사람들에게 맥주는 프랑스인들에게 와인, 러시안인들에게 보드카와 같다”는 현지인의 반응에서 읽을 수 있듯이 맥주는 체코인들의 삶의 젖줄과 같은 역할을 한다.

그러니 아무리 국민들의 건강을 위한다는 명분을 내세워도 규제 논쟁의 테이블 위에 맥주를 함께 안주로 올려놓지 말라는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과의 인터뷰에서 한 술집 업소의 주인은 ‘참 사람 열받게 한다. (나라에) 더 시급한 이슈들이 있다. 사람들은 일자리를 찾고 있는데 정부가 제발 더 중요한 일에 신경썼으면 좋겠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국가적 건강계몽 캠페인과 규제들을 경험한 나라의 사람들이라면 전혀 이상할 게 없는 어쩌면 아주 미미한 단계의 음주 관련 규제 논의에 체코인들이 이런 과민반응을 보이는데는 맥주가 체코인의 삶에 뿌리깊이 박혀 있다는 이유 말고도 또 다른 이유가 있다고 한다. 체코의 보건장관인 Dr. Leos Heger은 과거 소련의 위성국이었던 체코(슬로바키아) 당시 경험한 억압적 정치 체제에 대한 경험때문에 체코인들은 정부 규제라면 반감을 갖는다는 것이다. 그런 반규제 문화를 이해하기에 그는 ‘흡연이나 음주를 규제하는 것은 생각지도 않는다고 말한다. 술소비를 반대하는게 아니라 (청소년 음주율을 줄이는 것 같은) 이성적인 음주문화에 대해 이야기하자는 것일 뿐이다’라고 한다.

정부 규제를 싫어하는 미국인들도 현재 체코에서 논의되는 수준의 음주 소비 개선안보다 훨씬 강도높은 규제 조치를 군말없이 따르고 있다. 미성년자에게 술을 팔다 걸리면 엄청난 벌금을 부과하고, 심지어는 가게의 면허까지 정지시켜 버릴 정도니 말이다

어쩌면 현재 미국에서 진행되는 총기규제에 관한 논의를 지켜보며 전세계 많은 나라의 시민들이 미국인들을 이해 못하는 것도 이 체코의 사례에 비추어 보면 이해가 될 수 있을지 모른다. ‘저놈의 나라는 총때문에 저렇게 많은 사람들이 죽어나가는데도 왜 총기 규제를 못하는 걸까?’ 인디언으로부터 아메리카 대륙을 강탈할 때부터 미국 서부 개척의 역사를 거쳐 오늘에 이르기까지, 현 미국의 지배적 인종인 백인들이 목숨만큼 소중하게 여겼던 것이 바로 총기 소유의 자유였기 때문이다. 그 총으로 가족과 땅을 지켜왔고 대를 이어 총쏘는 문화를 유지해 왔고, 그래서 미국 건국의 아버지라는 사람들은 헌법에 ‘말할 자유’다음으로 ‘총기 소유의 자유’를 박아버려 그 자유만큼은 영원토록 건드리지 못하게 만들어 버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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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연결과 비인간화 현상: 공감고갈 가설

November 25th, 2011

다른 사람들이나 사회적 그룹과 사회적으로 잘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을 갖는 것이 개인에게 가져오는 심리적 혜택은 매우 크다: 자존감을 키워주고, 행복감을 갖게 하며, 육체적 건강까지 가져온다. 반면 다른 사람들로부터 혹은 그룹에서 사회적으로 단절되어 있는 상태는 심리적으로 육체적으로 나쁜 영향을 미친다고 알려져 있다.
 
그런데 노스웨스턴대학교 심리학자 Adam Waytz(켈로그 경영대학)는 개인들이 사회적으로 잘 연결되어 있다는 것이 가져올 수 있는 심리적 부작용에 대한 연구[PDF]를 했다. 바로 사회적으로 잘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이 자신과 자신이 속한 사회적 집단과 동떨어진 개인이나 그룹과 연결하려는 동기를 줄이게 만듬으로써 이들 타자를 평가하는데 있어 비인간화(dehumanization) 현상을 보이는 경향이 크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예가 인간이라면 차마 할 수 없을 생체실험을 아무렇지도 않게 했던 나찌의 의사들이다. 

궁금한 것은 과연 왜 그럴까이다. Adam Waytz는 사회적으로 연결하고 속하려는 사람들의 필요는 (매슬로가 그 하위 단계로 분류한) 허기나 갈증의 욕구를 충족하기 위한 사람들의 욕구 충족 과정과 비슷한 과정을 겪는다는 Baumeister & Leary, 1995 연구를 상기시킨다. 즉 허기진 사람이 음식을 찾듯, 사회적으로 단절된 혹은 고독한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과 연결하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그런데 배가 부르면 더 이상 먹을 것을 구하지 않듯, 사회적으로 충분히 연결된 사람들은 이제 또다른 사람과 연결되려는 노력을 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하지만 (생존적 필요에서 유사성을 찾으려는) 이 가설의 설명력은 한계가 있다고 본다. 먹을 것이나 성욕이 순간 충족되더라도, 시간이 지나면 또다시 밀려오는 충동적 욕구를 해결해야 하기 때문이다. 반면 사람들과의 사회적 관계는 안정된 단계에 이르면 지극히 보수적으로 변해서 더 이상 새로운 소셜의 욕구를 일으키지 않는다. 물론 일단 내 안에 잘 구축된 사회적 관계안에서 더 이상 새로운 관계를 맺지 않으려는 심리적 상태가 자신이 현재 속한 사회적 연결망 외에는 무관심을 보이고, 더 나아가 자신이 속한 집단보다 열등하다고 느껴지는 사회의 구성원에 대해서는 동정심이나 공감을 갖지 않으려는 심리적 경향을 만들 수 있다. (무상급식의 경우처럼).

(앞의 가설의 연장선에서 생각할 수 있는) 또다른 가설은 “공감고갈”가설이다. 다른 욕구와 마찬가지로 공감할 수 있는 능력도 한정된 자원이다. Waytz 교수는 이렇게 말한다. 우리가 가까운 사람들에게 이 공감을 다 쏟아부으면, 결국에는 우리와 덜 친한 혹은 사회적으로 떨어진 다른 사람들에 대해 공감할 여력이 없게 된다.

“Empathy is a fixed resource and when we are spending it on those close to us, we simply have less to spend on others whom we feel less close to.” How Being Socially Connected May Sap Your Empathy

이 연구의 원래 주제는 사회적 연결이 낳을 수 있는 심리적 병리현상이지만, 비인간화라는 현상을 대입하면 너무 전여옥스러워지니까 그 대신 좀 더 현실적으로 일어날 수 있는 문제들을 생각해보면 어떨까?

예를 들어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공간에서 소셜이 지나친 사람들은 일상 생활에서 다른 사람들의 마음을 이해하고 연결하려는 노력을 덜 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페이스북 Like와 구글+의 +1을 하루에 수십번 씩
누르는 사람은 연말 자선냄비에 동전하나 떨굴 마음의 여력이 없을 지도 모른다.


[작품의 아이디어를 신화나 그림동화같은데서 가져오냐는 질문에 데이비드 알트메드는 그 반대라고 한다. 오히려 그는 "재료와 논리적 결합"이 작품을 만들고 나면 신화가 따라온다고 말한다.]

사이언스지에 발표된 트위터 감정파동 연구에 대해

September 29th, 2011

시간별, 요일별 트위터 글에 반영된 사람들의 감정파동 (mood fluctuation) 연구는 이미 진부한 소재죠. +Yong-Yeol Ahn 박사님도 아주 오래 전에 이런 프로젝트에 참여하신 적도 있구요.

그런데 코넬대의 사회학자들은 같은 연구를 해서 사이언스지에 게재하는 개가를 올렸군요. 원문을 보지 않아 뭐라 말을 하진 못하겠지만, 과학계의 breakthrough로 여길만한 그런 연구는 아니라고 봅니다. 요약과 뉴욕타임즈 관련 기사를 통해 볼 때, 기존 연구/프로젝트와 차이는 조사 대상 지역이 미국에 국한되지 않았다는 점, 다시 말해 이들이 cross-cultural study라고 포장했다는 것에 있는 듯 합니다. 이게 좀 기만적인게, 비교문화적, 혹은 교차문화적 분석이라면 다른 나라 말로 된 것도 봤어야 하는데, 영어로 된 트윗만 분석했을 뿐인데도 말이죠.

연구결과도 뭐 과학계에 새로운 지식이나 이해를 주기보다는 기존 상식을 다시 확인하는 차원에서 끝난다는 겁니다. 트윗들에 반영된 사람들의 감정은 아침에 기분좋다가 늦은 오후에 가라앉고 잠자리에 들기전에 다시 올라감으로써, 이른바 생체리듬(Circadian rhythm)에 부합하는 감정의 기복을 보여준 겁니다. 또 월요일날 기분나빴다가 주말에 기분좋아지는 것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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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이 연구 (결과) 자체보다는 이 연구에 대한 비판적 관점을 제시한 하버드 행복심리학작 대니얼 길버트 박사님의 의견에 더 눈길이 갑니다.

Tweets may tell us more about what the tweeter thinks the follower wants to hear than about what the tweeter is actually feeling. In short, tweets are not a simple reflection of a person’s current affective state and should not be taken at face value. (Happy and You Know It? So Are Millions on Twitter)

그리고 마지막에 한 농반진반의 다음 논평에 넘어갔습니다.

“컴퓨터를 통해 사람들이 성교중에 내뱉는 말들을 긍정적 감정어와 부정적 감정어로 나눠 분석한다면, 아마 그들이 끔찍한 시간을 보낼 것으로 결론낼 것입니다.”

Specs vs More You

July 6th, 2011

제품의 스펙을 따지는게 지배적일 때가 있었고 지금도 그런 것을 무시할 순 없다. 맞춤형 컴퓨터를 합리적인 가격에 제공했던 델 컴퓨터는 칩(chip)의 스피드와 저장용량같은 자세한 스펙을 가지고 사람들에게 다가서곤 했다. 기본적으로 시장에서 소비자들의 눈길을 끌고 더 나아가 각광을 받는 브랜드는 소비자들과 4가지 영역중 최소한 한가지 점에서 밀접한 관련을 맺을 수 있어야 한다: 지갑(경제성), 생각(이성), 마음(감성), 생활(라이프스타일).

델은 위의 4가지 영역에서 소비자의 “지갑”과 “생각”을 사로잡으면서 컴퓨터 시장의 강자로 자리매김했다. 인터넷을 통해 PC를 주문판매하던 델의 판매전략은 미국 비즈니스 스쿨의 사례 연구의 단골 메뉴였다. 마이클 델은 이미 12살 소년일 때, 마켓 세분화의 비밀을 깨달은 것으로 유명하다.

Michael Dell then spent his time selling to those people predisposed to buying. He didn’t try to be all things to all people, he narrowly and specifically defined who he wanted to spend his limited time and energy on, he had a much smaller list of potential buyers, and he did an enormous amount of business (for a paper boy!) because of it. [Dell Marketing Strategies]

스펙을 강조하던 델의 광고 전략 또한 고관여 제품 마케팅의 대표적 사례로 꼽혀왔다. ‘어려운 이야기로 네 호기심을 자극할 수도 있어’처럼 델은 PC를 사는 사람들 모두에게 전문적인 스펙들로 90년대 상상할 수 없는 숫자의 PC를 팔았다.

이에 반해 애플은 소비자의 감성과 라이프스타일을 지배하는 제품과 마케팅 전략으로 시장에 고객들과 관계를 맺었다. 애플 아이패드 광고를 보면 스펙에 대해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는다. 모델도 등장하지 않는다. 아이패드 광고속에서 편안한 자세로 앉아 손가락으로 사진을 터치하고 늘리고, 이메일을 읽고 답하고, 책을 고르고 책장을 넘기고, 영화를 보고 게임을 하는 사람들은 청바지나 청치마 계통의 하의를 입고 있다. 정장 차림이 아니다. 누구나 아이패드를 가지면 그렇게 쉽게 그런 작업들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줌으로써, 그 장면을 보는 당신은 이미 아이패드속의 주인공이 되는 것이다.

애플의 광고는 델의 고전적인 스펙 광고와는 개념상 전혀 다른 영역에 놓여 있다. 그리그 광고의 기본 개념어는 “더 많은 당신”이다. 컴퓨터가 어떤 기능을 가지고 있는가가 아니라, 당신이 일상생활에서 컴퓨터를 가지고 무엇을 할 수 있는가를 알려주려고 한다.

21세기 마케팅의 키워드는 바로 “당신을 표현하라“아니던가? 생활속의 당신, 사회적 관계속에서 당신을 찾아라는 것이 오늘날 마케팅 일선의 명령구호가 되었다. 미 졸업식 축사에 단골로 등장하는 메시지도 “너를 발견하라“이다.

이런 시대적 흐름속에서 델 컴퓨터도 이젠 더이상 스펙만 따지고 있을 수 없게 되었다. 스펙만 뽐낼게 아니라, 생활속에서 사람들이 무엇을 더 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라는 시대의 요청을 무시할 수 없게 된 것이다. 무게의 중심을 기술에서 사람으로 옮겨가라는 소비자들의 요구이기도 하다.

PC매거진은 델이 이제 라이프스타일을 강조하는 새로운 캠페인으로 소비자와 새로운 관계를 맺고 싶어한다고 했다. 이번 캠페인의 컨셉이 “More You”라고 한다. 이제 애플처럼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로 포지셔닝을 다시하겠다는 이야기다.

Dell intends to establish itself as a lifestyle brand, and has some tricks up its sleeve to encourage consumers to invest in the Dell ecosystem of products, executives said. [Dell's 'More You' Ads Mean a Renewed Consumer Push]

Sid Lee라는 광고대행사 작품으로 새로 선보이는 이번 More you 캠페인에 대해 델의 마케팅 중역은 델이 라이프스타일을 강조함과 함께, “소비자와 감정적 끈을 만드는데 포커스를 두고 있다”고 설명한다.

“We realized it was important to connect more emotionally with customers,” said Paul-Henri Ferrand, who heads Dell’s consumer marketing efforts. “Most competitors are neglecting the fact that technology is empowering people’s lives.” [WSJ: Dell Ads to Focus on Human Side of Technology]

Ad Week에 인용된 Dell의 마케팅 중역은 이렇게 말한다.

“We are talking about people and how technology empowers them rather than technology for technology’s sake.”

Chip 스피드와 하드 저장공간같은 무미건조한 수치들이 아니라, 사람들이 컴퓨터를 가지고 무엇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한 가능성을 보여주려는 노력들은 기업들이 소비자와 관계를 맺는 방식이 과거 가격과 합리성에서 이젠 공감과 라이프스타일에 포커스를 맞추는 쪽으로 바뀌고 있다는 의미 이상의 사회적 변화를 보여주는 것은 아닐까?

트롤리 딜레마와 도덕 심리학 [연재 1]

June 23rd, 2011

산하의 썸데이서울이라는 블로그를 운영하는 블로거 산하(@sanha88)는 이런 트윗을 올렸다.

어느 된장녀가 말싸움끝에 미화원 아주머니를 치고 달아났다면 3시간 내에 신상 털리고 사진 유포되고 사죄문 올라온다. 노조 농성 중 용역이 대포차를 몰고 농성 노조원들을 쓸고 지나가면 3일이 지나도 별 관심이 없다. 뭔가 이상하지 않은가

세상 돌아가는 일에 반응하는 우리들의 마음이 참 이상하다. 어떤 경우에는 다른 사람들의 일에 지나칠 정도로 강하게 관여하고 어떤 경우에는 지나칠 정도로 냉담하다. 모든 상황이 우리 자신에게는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데도 말이다. 이런 질문은 기본적으로 철학의 영역에 속하지만, 최근에는 도덕 심리학이라는 이름으로 심리학자들이 활발하게 답을 구하고 있다. [참조: How (and) where does moral judgment work?]

이에 대한 답을 얻기 전에 먼저 이른바 트롤리 딜레마라는 철학적 문제를 풀어보자.

마크 하우저 하버드대 진화심리학 교수는 ‘트롤리 딜레마’란 흥미로운 통계심리실험을 실시했다.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에게 간단한 두 가지 질문을 던졌다. 첫 번째 질문. 트롤리 전차가 철길 위에서 일하고 있는 노동자 5명을 향해 빠른 속도로 달려간다. 당신은 이 트롤리의 방향을 오른쪽으로 바꿀 수 있는 스위치 옆에 서 있다. 당신이 트롤리의 방향을 오른쪽으로 바꾸면 오른쪽 철로에서 일하는 1명의 노동자는 깔려죽게 된다. 어떻게 할 것인가? 두 번째 질문. 트롤리가 철길 위에 일하고 있는 노동자 5명을 향해 빠른 속도로 달려간다. 당신은 철길 위의 육교에서 이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당신이 이 트롤리를 세우기 위해서는 뭔가 큰 물건을 열차 앞에 던져야 한다. 마침 당신 앞에 몸집이 큰 사람이 난간에 기대 아래를 보고 있다. 당신이 트롤리를 세우려면 그 사람을 떠밀어버리는 거다. 그러면 떨어진 사람 때문에 트롤리가 멈추고, 철길에서 일하던 노동자 5명의 목숨을 구할 수 있다. 어떻게 할 것인가? [여적] 트롤리 딜레마

첫번째 상황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트롤리의 방향을 바꿔 한 명의 노동자를 희생시키는 선택을 하게 된다. 하지만 두번째 상황에선 대부분의 사람들은 육교위의 사람을 떨어뜨리려 하지 않을 것이다. 첫번째 상황과 두번째 상황 모두 한 사람을 희생시켜 다른 다섯 명을 구한다는 공리주의적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데, 왜 두번째 상황에선 사람들이 한 명을 희생시키는 것을 꺼리는 것일까? 살인이어서? 아니면 ‘너나 떨어지세요’라는 반발 심리가 생겨서?

도덕적 행위는 인간의 이성에 비롯된다고 주장하는 칸트주의 철학자들은 이 현상을 이렇게 설명한다. 첫번째 상황에선 최악의 상황을 줄이기 위해 덜 나쁜 상황을 택하는 것이지만, 두번째 상황은 목적을 위해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것은 윤리적으로 바르지 못하기 때문이다. 바로 합리주의적 도덕관에 의한 설명이다.

프린스턴에서 철학박사를 하고 하버드 심리학과에 조교수로 있는 조수아 그린은 박사 학위 논문(PDF)을 쓰면서, 이 문제를 깊이 고민했다. 그는 인간의 도덕적 판단은 단지 이런 이성적 고려에만 의존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칸트주의 도덕관에 반하는 철학 사조에 주목한 그는 ‘이성은 감정의 노예’라고 말했던 데이비드 흄등의 도덕관 — 도덕적 판단의 근간은 감정 — 이 도덕적 판단의 또다른 축을 이룰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런 철학적 바탕 위에서 조수아 그린 박사는 이른바 ‘도덕적 판단에 관한 이원적 과정 이론’을 주장했다. 트롤리 딜레마에 대한 두개의 모순적 반응은 적어도 두개의 신경학적/심리적 시스템의 작용에 의한 것이라는 것이다. 그는 프린스턴 대학의 다른 연구자들과 함께 이런 주장을 뒷받침할 수 있는 심리학적이며 신경학적인 작용을 보여주는 연구 논문을 발표했다.

[다음에 계속]

슬픈 음악을 들으며 웃어봐

June 21st, 2011

감정을 억누르거나 추스리고 현재의 감정과 다른 표정을 보여줄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 것은 둘 중의 하나다: 성숙하거나 연기력이 뛰어나거나. 마음의 상태와 다른 몸짓을 할 수 있는 능력은 아이들에게선 좀처럼 볼 수 없으며, 성장하며 인간이 사회적으로 적응해 가는 과정의 하나다. 하지만 마음과 몸의 감정이 함께 sync되지 않는 상태에선 그만큼 인지적 자원을 고갈될 위험이 있다. 인지적 자원이 고갈될 경우는 당연히 잘못된 판단이나 선택을 할 위험이 커지고, 의지력도 떨어져 이후 오히려 억눌렸던 감정에 쉽게 굴복할 확률도 커지기 마련이다.

그런데 노스웨스턴대학교 켈로그 비즈니스스쿨의 심리학자 Adam Galinsky는 이처럼 몸과 마음이 따로 노는 경우 인간은 더 인지적 범주화의 경계를 확장시키는 경향이 있다는 재미난 논문 (PDF)을 발표했다. 갈린스키 박사는 실험에 참가한 학생들에게 마음과 몸이 따로 노는 이른바 마음-몸 부조화 상태를 갖도록 했다. 예를 들어 행복한 기억을 떠올리며 찌푸리는 표정을 짓게하고, 슬픈 사건을 생각하며 웃게 했고, 슬픈 음악을 들으며 웃게 하고, 행복한 음악을 들으며 찌푸리게 하는등. 반면 비교를 위한 통제집단은 마음과 몸이 같이 놀도록, 다시 말해 조화를 이루게 만들었다: 슬픈 생각을 하며 슬픈 표정을 짓고, 슬픈 음악 들으며 슬픈 표정 짓는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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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다음에 이들에게 인지적 범주화 (category inclusiveness) 테스트를 주었다. 차량, 야채, 의류, 가구의 4개의 범주에 각각 세개씩의 사례를 열거했는데 세개의 사례에는 각각 강한 예와 다소 아리까리한 예, 그리고 절대 그 범주가 아닌 예를 포함시켰다: 차량 (bus, airplane, camel), 야채 (carrot,potato, garlic), 의류 (skirt, shoes, handbag), and 가구 (couch, lamp, telephone).

실험 결과, 마음과 몸이 부조화 상태에 있었던 피실험자들이 조화상태의 사람들보다, 낙타를 차량으로 전화기를 가구로, 마늘을 야채로, 핸드백을 의류로 간주하는 경향이 더 크더라는 것이다. 결국 마음과 몸이 부조화 상태에 있을 때, 생각의 영역과 경계가 넓어지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연구자들은 이렇게 결론 내린다.

마음의 상태와 모순되는 몸의 표현을 하는 능력은 atypical한 생각을 수용하는 포용력의 중요한 기반이 될 수 있다.

Here’s the bottom line: 확장적, 포용(包容)적 생각은 인간이 창의적 생각을 하는데 기본이 된다는 점에서, 몸과 마음이 다른 상태를 갖게 하는 것은 창의력에 도움이 될 수 있다.

박정현 “슬픈 노래에 사람들이 슬프면 좋겠다. 노래 가사가 계속 맴돌았으면 좋겠다

달라스 매버릭스의 비밀병기: 터치

June 13th, 2011

오늘 저녁 마이애미에서 열린 NBA농구 finals (달라스 Mavericks vs. 마이애미 Heat) 6차전에서 댈러스 매버릭스가 승리해 달라스 농구팀이 결승 전적 4-2로 올해 NBA우승을 차지했다. 지난 5차전까지 맹활약을 펼치던 독일 출신의 장신 (2.13m) 스타 플레이어 더크 노비츠키가 감기 몸살탓인지 초반에는 큰 활약을 못하는 동안 제이슨 테리가 펄펄 날았다. 3-4 쿼터에서는 노비츠키가 다시 제 컨디션을 찾은 듯 보였다. 결국 105-95로 달라스가 승리했고, 노비츠키가 MVP로 뽑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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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열을 가리기 힘들 정도의 팽팽한 전력을 가지고 있던 이 두 팀간의 4차전이 끝나고 월스트리트저널(WSJ)에서는 “댈러스 매버릭스의 비밀병기: 하이파이브“라는 기사를 냈다. (참고로 WSJ에는 원래 스포츠면이 없었지만, 루퍼트 머독이 WSJ을 인수한 이후 스포츠 기자를 뽑고 스포츠 관련 재미난 피쳐 스토리를 보도해왔다).

… 만약에 팀 동료간에 신체적 접촉이 농구경기의 결과에 어떤 영향을 준다면 현재 시리즈 전적 2-2로 교착상태에 있는 이 경기는 이미 게임 오버인 셈이다.

무슨 이야기인가? WSJ스포츠부에서 이번 NBA 결승전 3차전까지의 TV중계를 다시 돌려서, 팀 동료들끼리 하이파이브나 포옹, 엉덩이나 등짝 다독거리기등의 신체적 접촉을 한 횟수를 세봤다. 세 게임 모두에서 매버릭 선수들의 터치 횟수가 마이애미 히트 선수들보다 훨씬 많았다. 하이파이브를 한 횟수는 달라스 매머릭 선수들이 마이애미 히트 선수보다 82% 더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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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팀 팀원끼리의 동료애 혹은 교감등이 경기 결과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많은 연구들이 있었지만, 작년에 매우 중요한 논문이 한 편 발표되었다. 버클리에서 심리학 박사학위를 하고 내년부터 사회심리학의 메카 일리노이 주립 대학에서 교편을 잡을 마이클 크라우스 박사와 버클리 심리학과의 대쳐 켈트너 교수가 저널 Emotion에 발표한 Tactile Communication, Cooperation, and Performance: An Ethological Study of the NBA (pdf)라는 논문이다. 연구자들은 두 명의 코더를 통해 2008-09 NBA시즌에 방송된 30경기에서 팀동료끼리 행한 12가지 유형(fist bumps, high fives, chest bumps, leaping shoulder bumps, chest punches, head slaps, head
grabs, low fives, high tens, full hugs, half hugs, and team huddles)의 신체적 터치의 횟수와 지속시간을 코딩했다. 그리고나서 이런 신체적 접촉과 선수별, 팀별 성적간의 상관관계를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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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 결과 시즌 초반 경기들에서 터치의 횟수는 전체 시즌 동안의 개별 선수의 성적뿐만 아니라 팀의 성적과 관계가 있음을 발견했다. 물론 이 상관관계는 연봉이나 시즌전 기대감, 초반 성적등을 통제한 상태에서 얻어진 결과이다. 동료선수의 어시스트나 골을 축하하기 위한 세레모니의 일환으로 보내는 이런 신체적 접촉이 팀의 성적에 긍정적 기여를 한다면 어떤 이유에서일까? 클라우스와 켈트너 교수팀은 이 두 변수간의 관계를 매개하는 변수로 협력을 들었다. 다시 말해 신체적 터치가 늘어날수록 팀웍이 더 강화되고 개별 플레이보다는 팀별 플레이를 하는 경향이 많아진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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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리케인 charley를 피해

August 15th, 2004

이 재난통에 놀러간다는게 미안한 일이지만 샌프란시스코에서 차를 몰고 온 친구와 방구석에서 술잔만 기울일수는 없었다. 미안한 마음을 뒤로 하고 둘은 이 난리통에 태풍의 반경에서 벗어난 지역을 물색했고, 파나마 시티 해변(panama city beach)을 향해 5시간 반 차를 몰았다. 어제 앨라배마 국경을 건너면서 이미 이곳을 강타한 열대 폭우 bonnie의 심한 폭우를 뚫고 온 친구는 다시 하루만에 평온한 파나마시티의 해변을 보게 된 것이다. 어쨌거나 방안에 앉아서 허리케인 찰리 소식을 들으면서 한가지 의아하게 생각했던 것은 미국 언론의 철저한 쿠바 외면이었다. 이미 태풍이 자메이카를 거쳐 쿠바 하바나를 거쳤다면 쿠바에도 심각한 피해가 있었을텐데, 미국 채널 어디를 틀어봐도 쿠바 소식은 어디에도 나오지 않는다. 물론 남의 나라 소식을 다루지 않는게 이상한 것은 아니지만..

아쉬움이 남아야 또 오는 법이라는 그럴듯한 핑계에 서로 합의하는 척하고 하루만에 철수했지만, 우리 모두는 말하지 않아도 그 멋진 호텔에 이틀씩 돈을 보태서는 안된다는 실리적인 문제에 서로 공감한 셈이다. 6시간을 달려 자정에 집에 도착해 밥을 지어먹었다. 친구는 내가 끓인 김치찌게가 최고라며 연거푸 밥그릇을 비우더니 코를 골고 잔다. 내일을 위해 나도 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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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onlight Sailing

July 31st, 2004

비가 많이 내려서 매우 음울하다던 시애틀. 왠걸… 아직 비는 구경도 못했고, 너무 날씨가 좋다. 날씨가 그냥 몸에 착 달라붙는다고나 할까. 신랑 best man으로 섰다. 피로연이 끝나고 이곳에서 제일 맛있다는 음식점에서 식사를 했는데, 어제 먹은 월남 국수집보다 훨씬 못했다. 이런걸 45분씩이나 기다려서 먹어야 할까?

평생을 배 만들어 파신 신랑 아버지 보트를 타고 달그림자가 길게 느리워진 바닷가를 돛 2개에 의지해서 여행하고 돌아왔다. 70세가 다 되어가는데 부부가 배안에서 생활하며 바다를 벗삼아 사시는 모습이 너무 보기 좋았다. 이혼이 많은 미국에서 40년 화기애애하게 사신 모습에서 많은 것을 느꼈다. 두분 모두 유머 감각이 풍부하시다. 신랑 어머님이 배 지붕위에 누워서 배생활에서 겪은 여러가지 에피소드를 이야기 해주셨다. 반바지 반팔을 입고 탔는데, 코끝에 찬기가 돌고 몸이 서늘해지는 느낌을 받았다. 지금 자정이 가까워지는데, 동부시간에 맞춰진 내 컴퓨터는 새벽 3시를 가르키고 있다.


타코마를 지나 실버데일 (Silverdale)로 가는 차안에서 본 전시용 군함


결혼식이 열렸던 교회 앞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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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박 9일 일정의 여행…

July 29th, 2004

떠나기 전에 집착했던 부질없는 것들에 대한 허탈함을 줄이기 위해 부러 여행 준비를 늦게 시작했는데, 막상 눈앞에 닥치고 보니 8박 9일이라는 긴 시간이 큰 부담으로 다가온다. 결혼식 참석을 위해 시애틀에 3일까지 머무르고 토론토 학회 참석했다가 7일날 돌아오는 긴 여정이다.
여행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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