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고를 수 있는 가지수가 적을 때보다 많은 경우를 선호한다. 하지만 막상 선택할 가지수가 많은 상태에서 소비 결정을 내린 후에는 늘 자신의 선택을 뒤돌아보고 자신이 고르지 못한 옵션들이 더 낫지 않았을까 하는 후회를 하는 경향이 있다. 자장면이 가장 맛있을 때는 내가 짬뽕을 시켰는데 옆에 사람이 자장면을 먹을 때라는 우스개 말도 있다. 그렇다고 짬짜면이 이런 선택의 갈등을 해결해 주지도 않는다는 것은, 자장이나 짬뽕 하나만을 시킨 사람이 짬짜면 먹는 사람보다 더 만족도가 큰데서도 알 수 있다.
오늘자 WSJ는 콜럼비아 비즈니스스쿨의 시나 아이옌가 박사의 새책 The art of choosing의 서평 [WSJ: Pick an ordeal, any ordeal] 을 실었다.

시나 아이옌가 박사는 스탠포드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사회심리학자이며 선택에 관한 실험연구 논문을 많이 발표해왔다. 특히 선택의 경우수가 많은 가운데 내린 결정이 경우수가 작을 때 내린 결정보다 더 만족도를 높이지 못한다는 것을 실증적으로 증명해서 이 분야에 한 획을 그었다. 스탠포드 심리학자 마크 레퍼 교수와 그녀는 이런 현상을 보여주는 실험연구를 했다. 콜럼비아 대학교에서 초콜렛을 좋아하는 학생들을 모집해 두그룹으로 나눈 후, 한 그룹에게는 6개의 다른 맛이 있는 고디바(Goidva)초콜렛에서 하나를 고르게 하고, 다른 그룹에게는 30개의 맛이 있는 고디바에서 하나를 고르게 했다. 연구결과 30개의 초콜렛에서 고른 사람들이 6개에서 하나를 고른 사람들보다 자신이 고른 초콜렛을 덜 좋아했고, 실험에 참여한 댓가로 받을 수 있는 선택에서도 고디바 초콜렛을 덜 골랐다고 한다. (Iyengar, Sheena & Lepper, M. (2000). When choice is demotivating: Can one desire too much of a good thing?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79. pp.995-1006.
이번에 출간된 The Art of Choosing에 인용된 연구 결과는 선택의 가지수가 인간을 더 행복하게 만들지 않는다는 가설이 인지능력이 완전히 개발되지 않은 취학전 아동들을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도 입증되었음을 보여준다. 아이옌거 박사는 3살된 아이들을 두 그룹으로 나눠 한 그룹에게는 많은 종류의 장난감을 주면서 바꿔가면서 놀게하고, 다른 그룹에게는 한가지 장난감만 주고 놀게 만들었다. 실험 결과 한가지 장난감만 가지고 놀던 아이들이 여러종류의 장난감을 바꿔가며 놀게 했던 그룹의 아이들보다 훨씬 더 열정적으로 논다는 것을 발견했다고 한다.

이 책에는 또 그녀와 스탠포드의 레퍼교수가 발표해서 선택 연구의 고전으로 꼽히는 수퍼마켓 잼(jam) 연구도 인용되어 있나보다.
2000년에 발표한 연구에서 이들은 너무 많은 선택 옵션들은 소비자들의 머리속을 과적시킴으로써 마음에 부담을 갖게 만들기 때문에 결국은 소비자들의 구매의도와 선택의사를 꺽을 가능성이 더 크다는 것을 보여줬다. [Iyengar, Sheena & Lepper, M. (2000). When choice is demotivating: Can one desire too much of a good thing?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79. pp.995-1006; See also Goode, Erica (Jan., 2001). In weird math of choices, 6 choices can beat 600. The New York Times, F7.]
이들은 연속 두번의 토요일날 캘리포니아주 한 도시의 고급 수퍼마켓에 시식코너를 차려놓고 조교들을 시식 도우미로 꾸며 지나가는 손님들에게 윌킨 & 선즈 잼을 맛보게 했다. 첫번째 토요일에는 24개의 각기 다른 잼을 갖다놓고 손님들에게 어떤 것이든 골라서 시식하게 했고, 그 다음 토요일에는 6개의 각기 다른 잼을 갖다놓고 손님들이 맛을 보도록 했다. 일단 같은 수의 고객들을 정해놓고 이 각기 다른 시식대를 지나면서 시식을 하러 오는 손님들의 비율을 비교했더니, 당연히 선택의 종류가 더 많을 경우 시식하러 오는 비율(60%)이 작을 때 시식하러 들리는 비율(40%)보다 많았다. 하지만 시식후 구매 비율을 비교해 봤더니, 6종류의 잼이 있는 시식대에서 시식한 사람들중 30%가 시식후 구매를 한데 반해, 24종류에서 선택한 경우는 오직 3%만이 선택을 했음을 발견했다.
선택의 다양성이 사람들을 겁박하는 경우는 바로 사람들을 질리게 만들어 당신이 최종 선택을 할 때는 아무렇게나 혹은 대충 선택을 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누군가 당신에게 로봇 청소기 룸바가 좋다고 추천을 했다고 하자. 룸바를 사러, 인터넷 쇼핑몰을 들여다보니 20개가 넘은 룸바 청소기가 있다. 각기 다른 옵션에는 소비자는 전혀 알아먹을 수 없는 숫자들이 붙어있다. 한시간 정도 들여다보고 밑에 달려있는 소비자 별점 평가를 읽어도 여전히 결정을 내릴 수 없다. 벌써 머리에 쥐가 나려고 한다. 결국 포기하고 돌아서려는데, 맨 밑에 룸바 베스트셀러 대할인판매 이런 배너가 번쩍거린다. 그리고 원래 가격에 빨간 줄이 그어져 있고, 그 밑에 33% 할인 가격 25만원 이렇게 붙어있다고 하자. 한시간 쥐난 머리는 이제 그 가격 정보가 믿을만한 것인지, 아니면 그 제품이 구형모델인지에는 관심이 없다. 바로 결제버튼을 누르고 만다.
사랑하는 사람의 생일이어서 모처럼 한남동의 스위스 레스토랑에 갔다고 치자. 메뉴판 첫장을 넘기는데 벌써 기가 죽는다. 애피타이저 가격만 해도 장난이 아니다. 메뉴는 왜 그렇게도 많은지. 가격이 이렇게 셀 수가 하고 생각하는 순간, 특별세트메뉴를 보니 애피타이저와 본요리, 디저트를 따로 시켰을 때보다 최소한 30%는 절약하는 효과가 있을 것 같다. 음식점에서 평균적인 고객이라면 눈길도 줄 것 같지 않는 비싼 가격대의 메뉴를 메뉴판에서 가장 눈에 잘 띄는 곳에 넣어두었다면, 이 역시 당신의 뇌를 쫄게 만들어 결국 당신이 그들이 쳐놓은 덫에 딱 걸리게 만들기 위함이라. 이쯤되면 당신은 이제 선택 자유가 많아진다는 것이 당신을 위한게 아니라, 당신에게 어쩔 수 없는 선택을 아무렇게나 하게 만들기 위함이라는 것이 이해될 것이다.